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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프로글쓸러 Oct 04. 2024

야구장의 그 모든 건 신비롭다. 단 하나만 빼고.

 3월의 밤하늘은 참 맑다. 하늘을 가득 채운 어둠에서부터 경쾌함이 몸소 느껴진다. 한밤중에도 불빛이 가득한 부산에서는 별빛으로 수놓은 하늘을 볼 수 없지만, 그럼에도 봄의 기운을 가득 담은 하늘은 언제든지 바라봐도 상쾌하기 그지없다.     


 

 사직은 늘 많은 일들이 일어난다. 야구의 도시, 부산이란 이름에 어울리게 사람들은 야구장을 많이 찾아온다. 덕분에 언제 가더라도 홈 좌석은 꽉 차 있다. 부산 시민들과 야구를 즐기다 보면 시간 가는 줄 모른다. 오늘은 사직야구장에 어떤 음식 냄새가 퍼질지, 그 와중에 나는 무엇을 먹을지 고민하게 된다. 혹시나 비가 오지 않을까 걱정하면서도, 화창하다면 행복하게 야구를 즐기게 된다. 야구장 곳곳을 뛰어다니는 아이들부터, 맥주와 함께 이 시간을 온전히 즐기는 가족들, 연인들, 친구들. 오순도순 같이 대화를 나누다 보면 사직야구장의 분위기는 활발해진다. 거기다, 예쁜 치어리더 언니들과 이기든 지든 당당하게 응원을 외치는 조지훈 단장님과 함께 소리를 지르고, 응원에 맞춰서 흔들다 보면, 다이어트는 절로 된다. 여담이지만, 사직야구장에서 나오는 응원 소리는 어마어마하다. 이건 직접 겪어봐야 한다. 나도 소리 지르니 할 말은 없다만, 다 같이 외치는 응원 한마디에서부터 에너지를 충전할 수 있다. 야구장을 다녀오면 기운을 가득 얻고 왔다고나 할까?     


  

 거기다 야구장에서 가지는 다양한 행사들도 존재한다. 타팀이 롯데 자이언츠 응원석에 앉아 있다? 환승 야구라고 해서, 유니폼과 모자를 줄 테니 롯데 자이언츠로 개종(?)하라는 건데, 이때, 환승하지 않은 사람을 본 적은 없다. 거기다 매 경기 있는 키스타임. 나는 해보지 않았지만, 전광판을 통해 보고 있으면, 재밌긴 하다. 행복한 사람들을 많이 마주할 수 있으니 덩달아 기분이 좋고. 5회가 끝나고 잠시 쉬는 시간이 되면, 이땐 사직 노래방이 열린다. 그때마다 노래가 다른데, 그 노래에 맞춰 관중들과 함께 노래를 부르고 즐기면 그 자체로도 행복하다. 그 이외에도 맥주 마시기 시간, 치어리더 따라 춤 따라 하기 등등 재밌는 일들이 가득한 곳이 바로 사직 야구장이다.      


 

 3월 30일 토요일은 밤하늘과 사직 야구장이 얼마나 좋은지를 다시 한번 깨달을 수 있던 날이었다. 바로 그날의 야구 경기 덕분에.      


1회 초부터 연속 안타로 노아웃 1, 2루에 롯데 출신의 손아섭이 좌중간을 가르는 안타를 해내며 2대 0이 된다. 거기다 4번 타자 데이비슨이 또다시 좌중간 2루타를 치며 손아섭이 홈으로 들어온다. 스코어는 순식간에 3대 0.     


3회 초엔 볼넷 주고. 3루수 키를 넘기는 안타를 허용하며 1루 주자가 2, 3루를 거쳐 홈까지 간다. 와. 허허허. 스코어 4대 0     


4회 초엔 9번 타자의 몸에 공을 맞혀 버린다. 그리고 2루수와 유격수 사이로 지나는 안타를 준다. 노아웃 1, 2루. 이제 또 손아섭이다. 아섭이 형. 롯데 좀 봐주면 안 되나요? 마! 그런 게 어딨노? 나는 프로다! 마! 이렇게 말했을 것만 같은 아섭이 형은 정말로 봐주지 않더라. 파울처럼 보이나, 라인을 벗어나지 않는 안타에 성공하며, 2루에서 3루 도루를 성공한 주자가 홈까지 들어온다. 6대 0. 


 1, 2루 상황에서 더블 스틸, 즉 주자 두 명이 동시에 도루를 해내며, 이젠 2, 3루로 바뀐다. 그리고 4번 타자 데이비슨이 우익수 앞 안타를 해내며 6대 0이다. 이후 NC 타자 김성욱의 타격을 우익수 레이예스가 잡았다가 놓치면서, 3루의 손아섭과 1루 데이비슨이 홈으로 들어온다. 스코어 8대 0이다.


 내가 응원하는 롯데 자이언츠는 대단했다. 5회 말까지 안타 4개 치고, 볼 2개를 얻었다. 그리고 에러 1개를 내고……. NC 다이노스는 에러 2개지만, 안타 11개 쳤다. 그리고 8점이다. 이게 말이냐? 똥이냐? 진짜 대단하다. 대단해.     


 그 이후엔 어떻게 되었냐고? 그렇게 끝났지, 뭐……. 8대 0으로 말이다.     


이 표정을 보면 롯데 자이언츠 팬들은 직감한다, 출처, KBO


 그날, 롯데 자이언츠는 내 친구에게 사과해야 마땅하다. 부산에서 나고 자란 나의 친구. 축구 덕후다. 토트넘 경기를 꼭 챙겨보고, 올림픽, 월드컵 등 대한민국 국가대표팀 경기는 무조건 챙겨보는 나의 친구. 그런 친구에게 야구가 무엇인지 처음으로 소개한 날이다. 그 친구에게 너무나도 강렬한 날이었다. 처음 본 경기가 지금까지도 잊히지 않는다고 한다. 덕분에, 롯데가 언제 이기나 궁금해서 매일 헬스장에서 야구를 본다더라. 러닝 머신과 함께…….     


 미안하다. 친구야……. 롯데 자이언츠 대신해서 내가 사과하마.     


PS. “토트넘도 항상 우승 못 하는데, 너는 소개를 해줘도 롯데 자이언츠를 알려주냐?” 내 친구의 말에 내 마음이 아팠다. 친구도 울었고, 나도 울었다.     



2022년 직관 전적 : 20전 13패 7승

2023년 직관 전적 : 6전 1패 5승 

2024년 직관 전적 :

1회차 - 3/29, VS NC, 3:1 승

2회차 - 3/30, VS NC, 0:8 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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