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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옥다혜 Dec 29. 2021

유럽에서 핫한 ‘연결되지 않을 권리’ 한국도 법제화될까

지금 전 세계는 연결되지 않을 권리를 주목하고 있다. 연결되지 않을 권리란 직장인이 근무시간 외에 업무와 관련된 연락을 받지 않을 권리를 뜻한다.  연결되지 않을 권리가 대두된 배경에는 스마트 기기의 발달이 있다. 스마트 기기가 빠르게 보급되고 메신저가 우리의 일상을 파고들면서 회사가 직원들에게 근무시간 외에도 언제든지 연락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에 따라 일과 삶을 분리하고 휴식권을 보장받고자 하는 직장인들의 요구도 늘고 있다. 


특히 연결되지 않을 권리의 중요성은 코로나19 이후 더욱 대두됐다. 재택근무가 보편화되고 일과 삶의 경계가 희미해짐에 따라, 과로에 시달리는 인구도 함께 증가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2021년 5월 WHO는 코로나19 이후 재택근무로 인한 과로사의 위험이 높아졌다고 발표했다. 


해외에서는 연결되지 않을 권리의 법제화를 활발하게 논의 중이다. 프랑스는 2017년 1월 일명 ‘로그오프 법’을 시행했다. 로그오프 법에 따르면 노사는 근무시간 외 연락에 대한 사내 규칙을 협의해야 하고, 근무시간 외 연락을 할 경우 대가를 지급해야 한다. 유럽의회 고용위원회에서는 2021년 1월 연결되지 않을 권리를 EU법에 명시할 것을 요청했다. 미국, 독일, 이탈리아에서도 퇴근 후 연락을 제재하는 제도를 추진 중이다.




국내에선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 해당될 수도

아직 국내에서는 연결되지 않을 권리를 직접적으로 명문화한 법 조항은 없다. 그러나 2019년 1월 개정된 근로기준법에 따르면 근무시간 외에 연락을 할 경우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에 저촉될 소지가 있다. 근로기준법 개정안에 따르면 사용자 또는 근로자는 직장 내 우위를 이용해 업무상 적정 범위를 넘어 다른 근로자에게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주거나 근무환경을 악화시키는 행위를 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물론 단순한 근무시간 외 연락이 괴롭힘으로 인정되지는 않지만, 업무상 필요성이 인정되지 않거나 사회 통념과 맞지 않는 방식인 경우 이에 해당될 수 있는 것.



근로기준법 제76조의2(직장 내 괴롭힘의 금지) 사용자 또는 근로자는 직장에서의 지위 또는 관계 등의 우위를 이용하여 업무상 적정범위를 넘어 다른 근로자에게 신체적ㆍ정신적 고통을 주거나 근무환경을 악화시키는 행위(이하 “직장 내 괴롭힘”이라 한다)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



또한 퇴근 후 연락은 근로기준법상 연장근로에 해당될 수 있다. 법이 정의하는 근무시간이란 직원이 사용자의 지휘 감독 아래 근로계약상 근로를 제공하는 시간을 의미한다. 그렇다면 근무시간 외에 연락으로 추가 업무를 해야 하는 지시가 있을 경우 사용자의 ‘업무상 필요성’ 및 ‘지휘감독’이 있었다고 볼 수 있는 것. 지휘감독의 근거가 메신저 등에 남아있을 경우 연장근로에 해당할 수 있으며, 이 경우 사용자는 연장근로 수당을 지급해야 한다. 이를 위반할 경우 회사는 최대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 




향후 ‘카톡 금지법’ 법제화 가능성…기업 인식 선행돼야


그러나 퇴근 후 카톡을 금지하는 근로기준법 개정안이 여러 차례 발의되는 등, 향후 연결되지 않을 권리가 국내에서도 법제화될 가능성은 여전히 상존한다.  신경민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퇴근 후 문자나 SNS로 업무지시를 할 수 없도록 하는 근로기준법 개정안을 2016년 발의한 바 있다. 송옥주 더불어민주당 의원 역시 퇴근 이후 카카오톡 등으로 업무지시하는 시간을 근로시간 범위에 포함하는 개정안을 2020년 발의했다. 송옥주 의원의 입법안은 초과수당 지급의 근거를 보다 명확히 명시하고자 한 것으로 해석된다.



 다만 발의안이 통과되더라도 실효성은 높지 않을 수 있다. 법안은 기업의 반발을 고려해 처벌 규정을 배제한 채 선언적, 당위적 규정만 담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기업 문화의 변화 없이 근로자들의 연결되지 않을 권리가 제대로 보호받기 어려운 이유다. 결국은 근로자의 휴식권에 대한 기업 차원의 인식 개선이 선행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기업 내부에서 기술적으로 근무시간 외 연락을 차단해 해결한 사례도 있다. 독일의 자동차 회사 폭스 바겐은 노사협약을 통해 이 문제를 해결했다. 근로자가 업무를 마치면 업무용 메일 기능이 중지되며, 휴가 중 받는 메일은 자동 삭제된다. 또한 발신자에게 연락을 받는 직원의 부재 사실을  알리는 제도를 도입한 것이다. 최근 위드 코로나 시행으로 회식이 늘면서 많은 직장인들이 괴로움을 호소하고 있다. 퇴근 후에도 마음 편히 휴식을 취하기 어렵다는 이유다. 



신경심리학자 데이비드 루이스(David Lewis)의 연구에 따르면 근무시간 외 상사의 연락은 번지점프, 연인과의 말다툼, 교통체증보다 더 스트레스를 준다고 한다.  휴식을 통한 회복의 중요성을 노사 쌍방이 인지하고 급박하지 않은 업무 외 연락은 카톡이 아닌 예약 메일로 하는 등의 문화가 하루빨리 정착되기를 소망한다.





이글을 [출처: briefings] 유럽에서 핫한 ‘연결되지 않을 권리’ … 한국도 법제화 되나에 기고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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