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옥다혜 Mar 26. 2023

아빠는 나를 사랑했어?

기차안에서 마지막 인사

아침 7시, 엄마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다혜야, 놀라지 말고 들어. 아빠가 상태가 많이 안좋다. 기도 삽입을 할지 결정해야 한대. 어떻게 생각해?" 


아빠는 코로나를 앓았다. 

코로나는 7일 격리만 버티면 잘 끝나는 줄 알았다.

하지만 아니었다. 코로나로 폐렴이 심해졌고, 가래가 끓었다. 

목에 삽관을 할지 말지 결정해야 하는 상황이니 의식이 희미해지고 있다는 소식이었다. 


나는 말을 잇지 못했다. 

과연 아빠는 무엇을 원할까?

기도에 관을 넣고 살아가는 삶을 받아들일 수 있을까? 


"대답이 왜 없어? 무슨 생각해? 이대로 포기하자는 거야?"

엄마의 날카로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나는 아빠가 연명치료를 원하지는 않을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엄마에게 말하지는 못했다. 


전화를 끊고, 가만히. 가만히 누워있었다.

그떄 조금이라도 빨리 기차를 타러 서울역으로 이동했어야했지만, 나는 꼼짝할 수가 없었다. 


한 시간쯤 지났을까? 엄마에게 다시 전화가 왔다. 


"다혜야 빨리 내려와야할 것 같아"


그 전화를 받고서야 나는 서울역으로 향했다. 

기도를 삽관하기 전에 가족들을 면회하게 해준다는 소식이었다. 


서울역에서 기차를 기다리는 동안 오빠가 한 번 더 전화가 왔다. 

"얼마나 걸릴 것 같아?" 

"아직 기차를 못탔어. 이제 타면 2시간?"


오빠는 전화를 끊었다. 그리고 나는 기차를 탔다. 




그 날은 아무 생각이 들지 않았다.

처음 아빠가 뇌졸중으로 쓰러졌다고 했을 떄, 기차를 타고 내려가면서는 너무 무서웠다.

1분 1초가 전부 무서웠고, 마음이 불안해서 견디기가 어려웠다. 


멍하게 기차를 탔고, 잠이 들었다. 

그리고 문득 잠을 깼다. 


뜬금없이 아빠는 나를 사랑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어릴 때 내가 늘 하던 질문이었다. 

나는 늘 외로웠다. 어릴 때 나는 아빠랑 많이 놀고 싶었고, 아빠는 늘 바빴다.

아빠 주변에는 사람이 많았고, 늘 집에 늦게 들어왔다. 

주말에는 주중에 밀린 피로를 풀기 위해 대체로 자고 있었다. 


아빠는 왜 나를 그렇게 사랑하지 않지?

왜 내가 우선 순위가 아닐까? 


유치하고도 어린 질문이 기차안에서 다시 생각났던 것이다. 

 신기하게 질문에 누군가 대답해주는 기분이 들었다. 

"아빠는 너를 사랑했단다" 라고. 

마음이 이상하게 편하고, 든든해지는 기분이었다.  


아마도 그 대답은 아빠가 떠나기 전에 

나에게 한 작별 인사였던 것 같다. 


기차에 내렸을 때, 오빠는 아빠가 떠났다는 사실을 전해주었다. 

그렇게 나는 곧바로 장례식장으로 이동했다. 

매거진의 이전글 왜 그렇게 벤치가 좋았어?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