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달 전쯤 엄마와 영영 헤어졌다. 그간 지인들의 우려와 달리 마냥 슬픔에 허우적대며 죽지 못해 살진 않았다.
두 달간 회사를 다니고 집안일을 했으며 종종 작은 함에 모신 엄마를 보러 갔다. 한 번은 친구들과 자연에서 힐링하며 여름휴가를 즐겼고 남자 친구와 싸움도 심지어 이별까지도 했다. 문득 일상을 살고 있는 내가, 무언가를 하고 싶고 하고 있는 내가 소름 끼칠 때가 있다. 그리고 현실을 자각하게 되는 이때 한없이 나의 삶이 미워진다.
나는 가끔 죽고 싶으면서 가끔 살고 싶다.
사실 끊임없이 무언가를 하는 와중에도 끊임없이 엄마 생각을 멈추지 못했다. 주변에 있는 사람들이 요즘 넋을 놓고 있는 것 같다는 말을 하는 이유도 이때문일 듯하다. 엄마가 돌아가신 직후에는 가장 최근, 엄마가 아팠던 반년 간의 크고 작은 사건과 순간들이, 그 후에는 엄마가 아프지 않았던 30년간의 추억이 되감기 하듯 머릿속에서 재생됐다.
그리고 요즘에는 엄마의 삶에 대해 생각한다. 특히 21살의 나이에 나를 낳고 연달아 동생들을 낳아 키우며 기댈 곳 하나 없이 정신없이 흘려보냈을 20대를. 나 역시 지나온 20대를 엄마의 것과 빗대어 생각하고 또 생각한다. 어느 하나 겹치는 것 없는 두 20대를 생각하자면 도무지 눈물을 막을 수 없다. 수년간 혼자 꾹꾹 눌러 담아온 설움과 고통이 담긴 일기를 본 적이 있다. 나이에 어울리지 않는 상황과 선택들이 터질 듯 담겨있는 다이어리. 한 자 한 자 적으며 슬픔을 알약처럼 삼켜냈을 그때에도 엄마는 20대였다. 나는 20대, 아니 30대가 되어서도 엄마가 21살이었을 때처럼 엄마의 보살핌을 받고 있었으니 다이어리를 본다 한들 백퍼센트 이해하지 못했다.
사실 엄마와 단 한 번도 떨어져 지내본 적이 없던 나로서는 이 상황이 너무 갑작스럽다. 어떤 이들은 내가 미워졌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한다. 그런데 꼬리에 꼬리를 무는 생각은 늘 같은 이기적인 결말에 닿는다.
어쩔 수 없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