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섯 살, 멋을 아는 나이
산책을 하러 집을 나서기 전,
현관에서 웅크린 채 신발을 신던 제제가 갑자기 벌떡 일어나 신발장 문을 열었다. 무얼 하려는 걸까 궁금했지만 잠자코 기다렸다. 평소와 다른 아이의 행동에는 대부분 그럴싸한 이유가 있는 법이다. 산책은 조금 늦추면 그만이다. 몇 분 늦게 집을 나섰다고 해가 떨어질 리 없다.
"아빠, 엘리베이터 버튼 눌렀어?"
"무얼 하고 싶은데? 서두르지 않아도 괜찮아."
아빠의 말에 그제야 안심한 제제는 신발장 속 본인의 신발을 하나하나 집어 들고 살폈다. 그렇게 몇 번을 계속하더니 무언가를 결심한 표정으로 다시 신발장 문을 닫았다. 그제야 집을 나서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는데 제제가 말을 꺼냈다.
"아빠, 나 신발이 필요해."
"신발? 혹시 발가락이 아픈 거야?"
보통 보름에 한 번 신발이 제제 발에 잘 맞는지 확인하기 때문에 그럴 리 없다고 생각하면서도 혹시나 하는 마음에 몸을 낮추고 다시 신발코를 눌러보았다. 아직 충분한 여유가 있다.
"발가락은 아프지 않은데 새 신발이 필요해."
"그래? 엄마 아빠랑 함께 주말에 신발 사러 가자."
망설임 없이 대답하고 돌아보니 제제는 덩실덩실 춤이라도 출 것 같은 표정을 지으며 기뻐하고 있다. 몇 켤레씩 신발을 구비해놓아도 늘 신던 것만 줄기차게 고집하더니 이제는 스스로 다양한 신발을 요구하기 시작했다. 어른이든 아이든 신던 신발에 문제가 없는데 새 것이 필요한 이유는 딱 한 가지다.
제제도 이제 '멋'을 아는 나이가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