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늬가 우리를 따라다니기 시작했던 건 입양한 지 두달 쯤, 지난해 봄이 막 끝나가면서 세상 모든 것이 마냥 따뜻해지기만 하던 때였다.
우리는 보통 거실에 놓인 긴 테이블에 나란히 앉아 식사를 했다. 무늬는 거실에 깔린 카펫 위에서 간식을 달라고 빙글빙글 돌며 까불었다. 그때만 해도 그 조그마한 카펫 밖을 나가지 못했다. 마치 그 바깥에는 시뻘건 용암이 흐르기라도 하는 듯, 간식을 손에 쥐고 불러봐도 카펫 가장자리에 앉아서 쳐다보기만 할 뿐이었다. 미안한 마음에 킁킁볼에 간식을 넣어주거나 오래 먹을 수 있는 단단한 간식을 주곤 했다.
그러다 언젠가부터 카펫 밖 용암 위를 걸었다. 특별한 계기는 없었던 것 같다. 시간이 흐르면서 생긴 자연스러운 변화였다. 그렇다고 아주 멀리 나온 건 아니었다. 불과 1미터 남짓이었다. (그것만으로도 우린 무늬를 너무 대견해했다.) 우리가 식사를 할 때면 등 뒤에 앉거나 누워서 가만히 기다렸다. 우리의 등 뒤로는 한 사람이 간신히 지나다닐 만큼 좁은 공간 밖에 없었다. 무늬가 엎드리면 의자를 움직거리지도 못했다. 무늬는 그 작은 공간에 몸을 누이고 귀만 쫑긋거렸다. 가끔 푸우, 하고 한숨을 쉬기도 했다.
지난 해 주말엔 집에서 많은 시간을 보냈다. 밖으로 나다니는 것이 누구에게든 미안하던 시절였다. 바람이 통하게 앞뒤로 창문을 열어 두고 책을 보거나 낮잠을 잤다. 그 날 아내는 안방 침대에, 나는 작은방 소파에 기대 책을 봤다. 금세 졸음이 쏟아졌다. 막 잠이 들려는데 토독, 토독, 하는 발소리가 들렸다. 문 앞에 무늬가 서 있었다. 거실에 있어야 할 녀석이 왜 이 앞에 있는거지. 문 앞에 놓인 쇼핑백이 무서웠는지 한두번 빙글 빙글 돌며 고민하는 듯 했다. 그러다 용기를 냈다. 고양이가 침대 밑에 들어가듯 몸을 낮추고 좁은 틈을 지나 방으로 들어왔다. 나를 한 번 빤히 보더니 소파 옆에 놓인 담요에 자리를 잡고 누웠다. 그 모습을 보다가 잠이 들었다. 창 밖에선 새소리가 들렸다. 가벼운 바람에 나뭇잎이 손바닥을 뒤집는 소리도 들렸다.
한시간쯤 뒤에 눈을 떴다. 무늬는 그 자리에 그대로 누워 쌔근쌔근, 잠들어 있었다. 아이가 깰까봐 움직이지도 못했다. 화장실을 가고 싶었짐나 참았다. 핸드폰만 만지작거렸다. 속삭이듯 작은 소리로 유투브를 보며 30분 정도를 있었던 것 같다. 무늬가 눈을 뜬 것을 보고 몸을 일으켰다. 그게 그 주말, 토요일 오전이었다.
일요일 오전엔 새벽 산책을 다녀온 뒤 아침 식사를 하고 다시 침대에 누웠다. 아내와 내가 둘 다 안방에 들어오자 무늬도 쪼르르 따라 들어왔다. 침대 위에 올려 주었다가, 자리를 옮기면서 내려 주었다. 그땐 계단이 없었다. 아내는 잠들었는데 무늬는 따라 나오지 않았다. 침대 밑에 담요를 깔아주었다. 여기가 내 자리구나, 하고 눕더니 금세 잠이 들었다.
그 날 밤엔 열한시 쯤 잠이 들었던 것 같다. 평소처럼 무늬는 거실에 놓인 자기 침대에 있었다. 늘 거기서 잠을 잤다. 아내가 먼저 잠이 들고 나도 눈을 감았는데 토도도도, 하는 소리가 들렸다. 무늬의 발소리였다. 물을 마시나 보다, 하며 잠이 들었다. 새벽에 잠깐 깼는데, 푸우, 하는 한숨소리가 들렸다. 발밑 침대 아래였다.
다음 날 아침엔 아내가 먼저 잠에서 깼다. 일어나서 화장실로 향했다. 무늬가 발밑에 있어, 라고 말하려는데 잠이 덜 깨서인지 목소리가 잘 나오지 않았다. 말을 한건지 안 한건지 모르겠는데 아내가 듣지 못한 건 확실했다. 아내가 가고 나서 몸을 일으켜 발 밑을 보니 무늬가 담요 위에 공벌레처럼 동그랗게 말려 있었다. 조심스레 손을 뻗어 머리부터 등, 엉덩이까지 쓰다듬었다. 귀를 살짝 움직이면서 가만히 손길을 느끼는 듯했다. 아내가 나올 때까지 그렇게 쓰다듬었다. 포실포실한 털의 감촉이 좋았다. 배에서는 온기가 느껴졌다.
무늬는 그렇게 우리를 따라다니기 시작했다. 거실에 나오면 쪼르르, 작은 방에 들어가면 다시 쪼르르, 안 방 침대에 누우면 토도도도, 따라와서 침대 아래 담요에 자리를 잡았다. 거실 담요 위 섬나라에서 100일 간의 수행을 마치고 드디어 우리와 함께 살기로 마음을 먹었나 보다. 탐색이 길었다. 신중한 녀석.
강아지와 함께라면 우린 강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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