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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빈공간의 미학 Sep 01. 2024

삶의 의미에 대해서

나만의 행복론

1. 도입

삶의 의미는 무엇일까? 자주 던지지는 않지만 어느 날 술자리에서 진지해지면 나오는 질문이자 혼자만의 시간을 가지면서 센티해지면 나오는 질문이다. 그럴 때 가장 쉽게 나오는 답변이 "행복하기 위해서!"가 아닐까 생각한다. 얼핏 들으면 너무 당연한 것 같다. 그런데 도대체 그 행복이란 무엇일까? 삶의 의미를 설명하는 행복이란 무엇이고, 과연 어떻게 도달할 수 있는 것일까? 그에 대한 나만의 행복론을 정리해보려 한다.


2. 인생의 디폴트 값

많은 경우 우리는 인생의 디폴트값이 행복이라고 착각한다. 그래서 계속해서 행복하지 않으면 불행한 것이라고 믿는 것 같다. 주변 사람들은 다 행복해 보이는데 나는 계속해서 행복하지 않으니 디폴트값이 무너진 불행한 상태라고 생각하게 된다. 어쩌다 행복한 순간이 찾아와도 금방 행복한 순간이 사라질 것을 불안해한다. 불행을 벗어나기 위한 첫 번째 시작은 잘못된 인생의 가정을 바로잡는데서 시작한다. 인생의 디폴트값은 고통에 가깝다. 매일 아침 눈뜨기 싫고, 일하기 귀찮고, 사람과의 관계에서 상처받고, 시간에 쫓기고, 생각지 못한 사건과 사고로 스트레스를 받고, 예기치 못한 건강의 문제가 발생한다. 이런 일상이 현실적인 삶에 근접하다. 매일매일 눈떠서부터 잠들 때까지 계속해서 행복하다는 사람은 뇌의 한 부분에 이상이 생겼을 가능성이 높다. 행복은 고통 속에서 아주 가끔씩 불현듯 찾아오곤 한다.

 

3. 행복에 대한 태도

행복이 아주 가끔 찾아오는 녀석이라면 이 고약한 녀석을 어떤 태도로 대해야 하는가? 가끔씩 오는 그 녀석을 마냥 기다려야 하고, 지나갈 땐 붙잡지도 못한 채 다음을 기약해야만 할까? 내가 생각한 행복은 추상적 관념이라기보다 구체적 감정상태에 가깝다. 추상적 관념이라면 붙잡을 수 없겠지만 구체적 감정이므로 내가 언제 행복한지 알아채고 나의 노력으로 얻어낼 수 있다. 마냥 기다려야만 하는 것도 아니고 지나가더라도 언제 다시 올지 짐작할 수 있다는 말이다.

행복은 '감정상태'인 동시에 '노력에 의한 결과'다. 감정상태이기에 순간적이며 갑작스럽게 찾아오고 또 지나가버린다. 하지만 짧지만 확실한 행복의 순간을 인지했다면 그 상황을 자주 만들 수 있다. 또 그 행동을 반복하려 노력한다면 빈도수를 늘리거나 지속 정도를 길게 경험할 수 있다. 즉, 행복이란 결과는 짧고 순간적이지만 단순히 수동적으로 기다려야만 하는 것이 아니라 도달하기 위한 노력이 가능하고, 다양한 노력과 지난한 시간 투자를 통해 좀 더 자주, 좀 더 오랜 시간 행복한 상태를 유지하며 충만한 삶을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한다.


4. 행복은 노력의 결과

그렇다면 어떤 노력을 해야 될까? 행복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내가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아가기 위한 다양한 행위가 수반되어야 한다. 내가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 아는 것은 엄청난 노력과 시간 및 의지의 투자가 필요하다. 내가 좋아하는 것의 범주를 이해할 때 행복할 가능성은 높아지고, 실제로 행복을 자주 체험하게 된다. 나는 어떤 일을 할 때 의미를 느끼고 가슴 뛰며 일하는지, 어떤 취미 생활을 할 때 몰입할 수 있는지, 함께 대화할 때 좋아하는 관계는 누구인지, 내가 좋아하는 음악과 음식, 책, 영화는 무엇인지 알아내야 한다. 그리고 순간의 디테일을 잡기 위해 그것이 왜 좋은지 질문하는 과정이 합쳐질 때 좋아함의 범주를 그려낼 수 있다. 언제, 어떻게 스스로 고양되고 즐거운지 지속적으로 스스로에게 질문해야 하며, 순간순간의 선택에 민감해야 하고, 의도적으로 다양한 사건들을 체험하는 시도를 해야 한다. 듣기만 해도 어떤가? 피곤하지 않은가? 그만큼 행복은 거저 얻어지는 게 아니라 노력을 통해서 얻어질 수 있는 것이다.


5. 용기의 필요성

내가 좋아하는 것을 알기 위해서는 용기가 필요하다. 좋아하는 것의 범주가 타인과의 비교가 아닌 스스로의 기준에 의해서 밝혀져야 한다. 탐색과 확인의 과정이 온전히 자신의 판단으로 이뤄지기 위해서는 권위에 종속되지 않고, 집단적 욕망에서 자유로워져야 한다. 이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용기가 필요한 일이다. 모두가 어떤 책을 재미있고 감동적이라고 말했더라도 내가 재미가 없다면 그저 재미없다고 말할 수 있어야 한다. 어떤 권위 있는 평론가가 영화에 대해 떠들더라도 내가 느끼지 못했고 재미없다면 그런 것이다. 설령 1,000만 관객이 재미있다고 말해도 내가 재미없다면 재미없는 것이다. 오로지 나만의 판단으로 그에 대한 결론에 도달해야 한다. 외부의 권위와 집단적 욕망에 눌리지 않고 내면의 입법자를 세우고 입법자의 동의가 없다면 결코 굴복하지 않는 용기가 필요하다. 그래야 진짜 행복한 나를 발견할 수 있다.


6. 아주 어려운 일

결국 내가 생각하기에 행복은 최선을 다해서 지랄발광을 해야 겨우 얻을 수 있는 상태이다. 어떤 상태일 때 행복한지 발견하는 것은 갑자기 하늘에서 점지해 주는 것이 아니다. 영화나 드라마에서 갑작스레 인생의 귀인과 만남이 생기고, 대단한 영감이 주인공의 삶을 한순간에 바꿔놓기도 한다. 하지만 현실은 영화나 드라마처럼 극적이지 않으며 지독한 리얼리즘의 구현이다. 온몸과 마음을 다해도 주어질까 말까 한 것이 행복이란 상태임을 인정해야 한다. 그렇지만 인생의 목적이 행복을 위한 것이라고 한다면 충분히 최선을 다할 가치가 있지 않은가?


7. 결론

어느 순간 갑자기 행복해질 거라거나 누군가 나타나 나를 행복하게 해 줄 것이란 생각은 하지 말자. 또한 어떤 목표를 달성하면 행복상태가 지속될 거란 착각을 하지 말자. 좋아하는 것을 찾아가기 위한 여러 가지 노력을 다해보아야 겨우 하나 행복감을 느끼는 경험을 얻는다. 그렇게 행복감의 경험들을 여러 번 하고, 자신만의 행복의 범주를 형성하다 보면 자주 행복한 사람이 되어 있을 것이다. 누군가는 그 잠깐의 행복이 뭐가 그리 중요하냐고 말할 수 있다. 행복의 순간이 짧다고 비관하지는 말자. 행복은 잠시지만 그 순간을 위한 노력들은 인생 그 자체다. 삶의 의미가 행복에 있고, 행복은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채워가는 과정이라고 한다면 그 퍼즐들을 맞춰가는 인생의 여정에 충분히 의미를 부여할 수 있을 것이다.


‘삶의 의미가 무엇이냐’는 어려운 질문은 아주 간명한 명제로 이해될 수도 있다.

“지랄발광해서 내 마음속 행복의 기준을 찾는 것! 타인에 의해서가 아닌 오직 나에 의해서 세워진 행복의 경험을 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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