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빈공간의 미학 Aug 04. 2024

리더의 품격

'내려감'의 시점과 방법

최근 축구협회의 홍명보 감독 선임과 관련한 논란이 많다. 여러 논란이 있겠지만 2002년 월드컵을 보면서 많은 사람들의 레전드였던 '홍명보' 감독에 대한 처신에 대한 논란이 있다. 울산 현대의 감독인 상태에서 절대로 국가대표 감독으로 가지 않겠다고 불과 한 달 전에 말했었다. 그리고 국가대표 감독 선임 며칠 전까지만 해도 축구협회의 감독 선임 과정을 비판했었다. 심지어 자신이 축구협회 전무이사일 때 만들어 놓은 과정을 모두 무시했다며 날 선 비판을 했고, 사람들은 그 모습을 용기 있다고 박수쳤다. 그런데 갑작스럽게 울산 현대 감독을 사임했고, 국가대표팀 감독으로 선임되었다. 너무나 안타까웠다. 어떤 곳에 올라가는 것보다 내려오는 것이 쉽지 않다는 말이 이런 상황을 두고 말하는 건가 싶기도 했다. 


이와는 대비되는 상황이 있다. 독일 2부 리그 마인츠 감독에서 시작하여, 1부 리그 도르트문트 감독으로 팀을 우승시키고, 영국 프리미어리그의 리버풀에 리그 최초 우승과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가져다준 위르겐 클롭 감독이다. 클롭 감독은 24년 초 클럽에서 자진사임했다. 클럽도, 팬들도, 선수들도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던 자진사임이었다. 모두에게 충격적이었다. 당시를 생각하면 리그 1, 2위를 달리고 있었고 충분히 우승경쟁을 할 수 있는 상황에서 자진사임이라니… 모두에게 충격적이었다. 그런데 그는 확고했고, 누구도 자신에게 사임에 대해 말하지 않았지만 자신의 상태와 클럽의 상태를 모두 스스로 진단하여 자진사임을 판단했다. 


홍명보 감독과 위르켄 클롭 감독 둘 다 자진사임이라는 같은 형식을 취했지만 무엇이 달랐을까? 두 사람의 결정에 어떤 진심이 있는지는 알 수 없다. 다만, 같은 자진사임이 가져온 결과를 보았을 때, 홍명보 감독은 자신의 욕심을 위해 클럽을 희생한 것으로 보인다. 홍명보 감독은 시즌 도중에 우승 경쟁 중인 클럽 팀 감독에서 내려와 다른 팀으로 이동했다. 설령 그게 국가대표팀이라고 하더라도 한 클럽이 시즌 도중에 감독을 잃는 것은 엄청난 일이다. 팬들에게 이해해 달라고 했고, 이러한 선택에 '자신은 없었다', '나를 버렸다'라고 표현했지만 결과를 놓고 보았을 때, 팬들의 분노와 대중의 싸늘함은 필연적이었다. 그리고 국가대표팀에 대한 대중들의 시선도 싸늘하며, 기대감도 역대 어느 감독보다 낮아 보인다. 


반면, 위르겐 클롭 감독은 시즌 중간에 자진 사임을 이야기했고 그 시즌에 최선을 다할 것임을 약속했다. 비록 우승하진 못했지만 자신의 약속을 지켜 해당 시즌에 최선을 다했다. 24년 1월 말 자진사임을 말한 시점부터 리버풀은 클롭을 대신할 감독을 물색했고, 클롭의 리버풀이 시즌을 종료할 무렵 새로운 감독을 선임완료하였다. 그리고 클롭은 본인의 퇴임 기념행사에서 새롭게 선임된 '아르네 슬롯'의 노래를 부르며 자신을 처음 환영한 것처럼 '아르네 슬롯'을 환영해 주길 바란다고 했다. 새롭게 시작될 프리미어리그에서 '아르네 슬롯'이 어떤 성적을 낼 수 있는 것과 별개로 최소한 서포터스의 지지를 받으면서 시작하게 되리란 점은 분명하다. 


성공한 사람들은 때때로 자신의 성공에 끝이 없다고 생각하기도 하고, 자신은 언제나 멋지게 내려올 수 있으리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끝이 없는 성공은 존재하지 않으며, 멋진 성공보다 멋지게 내려오는 것은 어렵다. 누구나 멋진 마무리를 생각하지만 자신이 추락하는 과정에서도 추락하고 있다고 믿지 않는다. 홍명보 감독은 자신이 국가대표팀을 위한다고 생각했을지 몰라도 자신의 선택이 많은 이들에게 상처를 줬고, 클럽의 운영에도 엄청난 타격을 준 선택을 했다는 점을 자각해야 한다. 욕심에 따른 선택이었다면 핑계를 댈 것이 아니라 자신의 욕심에 의한 것이었음을 밝히고 사죄하며 믿어달라고 하는 편이 나았다. 


클롭 감독은 자신의 에너지가 부족함을 자각하고 본인이 리버풀이란 클럽에 도움이 되지 않음을 자각하여 자신 사임했다. 챔피언스리그 우승, 리버풀 최초의 프리미어리그 우승 등의 엄청난 타이틀이 있기에 아무도 자신에 대한 경질을 이야기하지 못할 것이므로 스스로 판단하여 자리에서 물러난다고 했다. 물러나는 시점도 구단도, 선수들도 준비할 수 있을 거라는 판단 하에 시즌 중으로 사임을 전했다. 이것이 진정한 책임감 아닐까? 과연 내가 클롭 감독과 같은 위치에 있었다면 그와 같은 선택을 할 수 있었을까? 참으로 쉽지 않을 것 같다. 참으로 "클롭 감독답다"는 말로 밖에 설명할 수 없으며, 그의 인간적 성숙함에 나 스스로를 돌아보게 된다. 


대한민국의 축구 국가대표님 레전드 선수이자 K리그에서 인정받는 감독인 홍명보를 두고 이런 글을 쓰게 되어 너무나 유감이다. 홍명보 감독의 선택을 보며 클롭 감독의 선택이 너무나 대조되는 모습을 보아 참으로 많이 아쉬운 축구 팬의 한 사람으로서 글을 썼으며, 올라가는 것만큼 내려오는 것을 나 스스로 잘 선택해야겠다는 삶의 교훈도 다시 새겨보게 된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