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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마드 스리랑카 Apr 29. 2021

노가다는 나의 벗(4)

산불 출동 ​


" 여기는 나일강 18.. 나일강 15 나오세요..."  

"나일강 15 나왔습니다.. 말씀하십시오"

"주불이 잡혀갑니까?.. 아직 정상부에 접근을 못했습니다.."

" 나일강 15.. 상황 파악되는 대로 보고해 주십시오.. 네네 잘 알겠습니다.."  지휘부와 현장에 출동한 진화 대장의 교신 내용을 재구성한 산불 현장의 다급한 모습이다.

 2021.4.25. 오후 14:40분. 강원도 신림면 성남리 산 160  치악산 국립공원에 올 들어 가장 큰 산불이 났다. 차량이 접근할 수 있는 최대 근접 지점에 도착한 시각이 15:30분 내외. 이곳에서 장비 체크, 인원 점검을 마치고 연기가 피어오르는 저 멀리 산속 현장으로, 속속 투입한다. 족히 1km 남짓한 산길을 오르니 드디어 현장에  도착. 최초의 발화 지점으로 추정되는 계곡 남사면은 자욱한 연무로 지척 구분이 안되는 아수라장이다. 

진화대 신참들 교육내용 중 하나 '산림이 우선입니까 사람이 우선입니까.. 당연히 사람이 중요하지요. 그러니 현장에서 무모하게 객기 부리지 마세요, 주불은 헬기의 물 폭탄에 맡기고 불이 번지지 못하게 진화선을 구축하는 것이 우리의 임무입니다' 진화대원들은 교범대로, 쇠갈퀴로 방화선을 만들며 경사각 50 정도 고지의 정상을 향한다. 

다행히 바람이 잦아들고, 순조로운 헬기의 공중 진화 덕에 주불이 잡혔다. 좌측에서 오르는 1조와 우측의 2조가 정상부에서 만난 시각이 대략 18:00 무렵. 이때부터 본격적인 잔불 정리를 시작한다. 연기가 오르는 곳을 들춰보면 도처에 불씨들이 숨어있다. 산불 전문용어 '지중화' 현상으로, 켜켜이 쌓인 낙엽층에 불이 붙어 있는 양상을 말한다. 오줌 줄기보다 조금 더 센 등짐펌프로 뿌려봤자 잠시 그때뿐, 불씨는 다시 고개를 내민다. 

'자~ 어느 정도 마무리되었으니 각자 맡은 구역 잔불을 처리하면서 철수 준비하세요'  한시름 놓은 듯한 지휘부와의 교신을 들으며 최초 발화 지점에 도착한 시각이 19:00경. 헬멧에 부착된 랜턴 스위치를 올리고, 무심한 사월의 밤길을 재촉한다. 






진화 후기.. 

다음날 산불 현장에 다시 투입됐다. 간간이 연기가 피어오른다는 주민들의 신고를 받고, 발화 지점 바로 아래 계곡에 양수펌프를 설치,  13mm 소방 호스로 초토화된 현장에 재차 물세례를 퍼붓는다. 소방호스가 미치지 못하는 8부 능선 위는 헬기의 도움을 받아 물 폭탄을 쏘아대니 만에 하나 숨어있는 불씨가 있다 해도 살아남기는 힘들 듯. 이쯤 해서, 어림잡아 산불 피해 면적을 계산해본다. 폭 100m 높이 300m 면적 30,000m2 ( 3 헥타르).어느 미친놈이 무심코 던진 불씨가 족히 50년 수령의 잡목 숲을 홀라당 태워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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