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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마드 랑카 Jul 16. 2024

2차 결과, KMI 신체검사장 방문기


      


 축하합니다! 귀하께서는 2024년 3차 KOICA봉사단 2차 전형에 합격하셨습니다. 추후 일정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봉사단 홈페이지에 방문하셔서 확인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한국국제협력단


4.29일(월) 오후 4시경, 축하 메일을 받고 드디어 가장 어려운 구간을 빠져나온 안도감과 진정될 기미를 보이지 않는 가련한 심장의 꿍광거리는 소리로, 머릿속은 더할 나위 없이 하얗게 세어, 작은 판단마저도 잠시 미뤄야 했다. 이제 어떻게 되는 것인가, 정말 잘하면 노가다 졸업도 가능한가 하며 다가올 앞날의 우열을 셈한다. 어찌 되었든 갈 데까지 가본다. 그 뒤, 꼬리를 물고 한국 의학연구소(KMI)로부터 5.4(토) 코이카 선발을 위한 3차 관문 신체검사가 시작된다는 문자가 쇄도하고, 그렇게 깊숙이 선발의 소용돌이로 빠져든다.  







채용을 위한 신체검사가 그렇듯, 속된 말로 불량품을 솎아내는 작업이다. 따라서 그저 그런 일반 신체검사에 견주어 몇 가지 추가된 검사가 있다. 위내시경 검사, 복부 초음파, 심전도 검사가 추가되어 고가의 장비를 동원해 구석구석 온몸의 안 안팎을 쑤시고 찌르고 정밀하게 체크해, 불량 항목을 찾아낸다. 행여 파견되는 국가의 열악한 의료 현실에 비춰, 사전에 점검이 필요하다는 점에는 지극히 동의하지만 왠지 모르게, 한국 최고의 의료검사기관인 오직 KMI에서의 검사는, 주눅 들게 만들기에 손색이 없다. 사실 2달 전 이 모든 대부분의 항목의 건강검진을 받았음에도(국민 건강 보험공단의 연례적 검진) 바싹 긴장되어 입술이 마른다.



사전에 예약한 번호를 입력하면 접수가 진행된다. 진행 안내에 따라 락커룸의 전자식 번호표를 받아 사물을 입고하고, 대신 검진용 가운을 입으면서 검사가 시작된다. 청력, 시력, 혈압, 소변채취,  채열, 기초검사 순으로 전자식 번호표를 인식시키면, 대기화면에 순번이 표시되며, 검사가 끝나면, 다음 진행 장소를 안내하는, 최신 버전의 진행 시스템이다. 이 몸은 평소 혈압에 대해 별다른 이상을 가져본 적 없는 몸인데 불구하고, 처음으로 혈압의 최고치가 158 정도를 기록하여 깜짝 놀랐다. 한술 더 떠 혈압약 드세요, 하며 묻기에 단호하게 '아니요' 하며 평소 혈압보다 많이 오버되어 나왔다고 하니, 몇 분간 쉰다음 다시 체크하기를 반복했다.그러나 결코, 평상시 혈압 130을 유지하는데 실패, 그것도 수동 혈압체크 148 정도를 끝으로, 혈압코너를 떠났다.



심전도, 초음파를 거쳐 검사의 하이라이트는 뭐니 해도 위내시경이다. 마취된 식도를 따라 스멀스멀 내려가는, 차갑고 역겨운 카메라는 사정없이 밑으로 내려간다. 얼마쯤 왔을까 몇 번의 헛 구역질 끝에 위장 안에 카메라 도착, 속속들이 밝혀지는 위장의 속살을 속보로 보낸다. 별 이상은' 없네요' 하며 카메라를 철수하는 순간, 마지막으로 잡힌 위장 한구석에, 살짝 불록하게 솟아난 부위를 비추더니, 예리한 칼날을 이용해 조직 검사용 살점을 도려낸다. 사실 사전에 위 내시경 검사에 의심스러운 부분에 대한 정밀 검사를 할 수 있으며, 그 비용은 개인이 부담한다는 조항에 사인을 한 상태라 어쩔 수 없는 상황이긴 하지만, 판명이 어떻게 나올지는 결과를 지켜보는 수밖에 없다.




위내시경을 끝으로 하염없이 흘린 입가의 침과 눈물을 닦고 숨을 돌리는데, 한쪽 귀퉁이에 작은 점방을 차려놓은 듯한 곳에서, 치과 구강검사를 해야 한다고 안내한다. 간단한 문진표를 작성하고, 입을 벌려 치아 상태를 체크한다. 스케일링 한 지 얼마나 됐수, 어금니 한쪽이 깨졌네, 또 치석도 많이 꼈고요, 시간 있으면 요, 아래층 치과에 들려 치석제거를 권하는 노땅 의사의 바램을 무시한 채, 모든 검사를 마무리했다. 오전 11시, 어디 가서 시원한 맥주 한잔 했으면 좋으련만 내시경 후엔 마시면 안 된다나 어쩌나.. 터미널을 향해 부지런히 달려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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