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이카 해외 봉사단 면접 요강에 따라, 면접은 1월 13일 오전 9시 30분으로 일정이 확정되었다. 실은 1.10일, 구글 사이트에 접속해 코로나19 검사 안내 지침에 따라 검사를 시행한 후, 그 결과를 코이카 모집 담당 부서로 전송하는 절차를 거쳐, 대면 면접이 가능한 면접자들의 최종 면접시간이 확정되는 절차를 거친 뒤였다. 서대문역 2번 출구에서, 50m 상향 위치한 위드 스페이스 빌딩 4층이 그곳이다.
전체 모집 인원(약 50여 명)의 5 배수이면 250명 남짓인데, 생각보다 면접장 대기실의 수용 가능 인원은 약 100명 정도 수용할 수 있는 정도다. 시간대별 최대 인원이 50여 명 남짓 대기하는 것으로 보인다. 접수요원의 안내에 따라 신분 확인이 이뤄지면, 넘버만 적힌 명찰이 지급되고, 면접장에서는 이름과 나이, 직장명을 밝혀서는 안 된다는 면접요령을 당부받는다. 이름하여 블라인드 면접, 오로지 보이는 모습과 답변에 따라, 정직하게 면접 점수를 부과하겠다는 방침을 천명.
10시 05분, 면접장에 입실하다. 면접장은 약 4m 정도의 간격을 두고 면접위원 3인이 앉아 있다. 좌측 끝에는 기술 한국어 교육 면접을 위해 초빙된 40대 여성분이 자리 잡고, 우측 끝에는 코이카 인사 담당 정도로 보이는(이 몸의 추측이다) 50대 남성분이, 메인 중앙에는 이 면접을 총괄하는 40대 여성 면접관이 면접 진행을 맡고 있는 형태이다. 메인 면접관의 인사와 함께 면접 진행 방식을 설명하면서, 약 25분 정도 소요되는 면접이라고 설명, 드디어 첫 질문이 던져진다.
자, 먼저 3-3번(이 몸이 패용한 명찰) 님께 질문합니다. 왜 코이카에 지원하시게 되었습니까, 간략하게 자기소개와 지원 동기를 말씀해 주십시오. 예상되는 첫 질문답게 아주 짧고 명료하게, 45초 정도로 대답한다. 블라블라에서 블라블라 역할을 수행했고, 생업으로서의 한국어를 필요로 하는 eps 토픽 지원자들을 만나보고자 지원하게 되었다. 그리고 3-2번 지원자에게 바통을 넘긴다. 다음 질문, 코이카를 통해 여러 경험이 많으실 줄 압니다만, 가장 어려웠던 점이 무엇이었던가요, 또한 그것을 극복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셨습니까? 이 대목에서 약 10초간 생각에 잠긴 듯, 뜸을 들이고, 왠지 잘난 체를 해서는 본전도 못 찾겠다는 순간적 판단에 따라, 몇 번의 경험이 있다손 치더래도, 낯선 나라에서의 생활은 긴장이고, 조심스럽게 초짜의 마음으로, 접근해야 하는 것을 늘 가슴에 새겼다고, 착하고 순한 양처럼(?) 고백했다. 이것도 약 1분 정도 스피킹으로 마무리.
면접 진행을 머릿속에 상상하면서 질문이 아무리 장황하다 해도, 나름 원칙을 정해둔 룰이 있는데, 잘하든 그르치든 대답은 맥시멈 1분으로 끝내야 한다는, 강박이 내내 이어졌다. 이런 결론에 도달한 근저에는, 노련한 면접관은 첫 질문에 답하는 모습만 보면, 사실 나중의 질문은 절차의 요식 일뿐, 이미 면접관의 마음속에 판단이 정해져 있다는 것이, 이 몸의 지론이다. 따라서 긴 대답은 절대 불필요한 수식이며, 짧고 명료한 대답이, 차라리 면접관의 심기를 움직일 수 있음이다. 그 외 질문들은, 파견지에서 주어진 상황에 맞춰 어떤 행동과 판단을 할 것이지를 묻는, 다소 그저 그런 질문 몇 가지가 끝난 다음, 기술 면접관에게 바통을 넘긴다.
기술 면접이야말로, 때로는 멍청하게 질문자의 의도를 몰라, 어리벙벙하다 아이고 조졌네~하며 낙담하는 한숨이 나오는 경우가 왕왕 있다. 다행히 일목 요연하게 잘 정리해 대답한다면, 뭐 그런대로 본전은 챙길 수 있다는 나름의 전략에 따라, 첫 질문을 받는다. 토픽과 eps 토픽의 차이점은 잘 알고 계시겠지요, 어떤 점에서 차이가 있을까요?. 평이하고 수준 낮은 질문에 실망했다. 나름 몽골에서 2년여를 유학생 토픽반을 지도한 지원자에게 그 차이점을 묻는 질문은, 너무 심한 처사 아닌가.. 왠지 심기가 틀어져 토픽은 블라블라, 그에 반해 eps 토픽은 블라블라 블라블라~라는 점에서, 제한된 시간에, 빨리 판단해야 하는 순발력이 요구되는 점을 부각했다. 너무 빨리 대답하다 보니 구구절절 블라블라 하는 것이 더 나을 뻔했나 하는, 후회도 없지는 않지만, 정해둔 룰대로 모든 대답은 1분 안에 아작 낼 것. 다음으로 간단한 문법을 어떻게 수업에 진행할 것인지 묻는 질문이 이어지고, 마지막으로, 어떻게 토픽 수업을 진행할 것인지 구체적 수업 계획을 묻는 질문을 끝으로, 면접이 종료되었다.
기술 면접이 끝나고 장소를 바꿔 진행한 토의 면접은 완전 생소한 면접 방식인데 5명의 면접관들이 표정을 감춘 채, 일종의 롤 플레잉하는 수험자들의 토의 참가하는 역할을 어떻게 소화하는지 관찰하며, 문제를 제시한다. 즉,5분간에 걸쳐 예상 미션을 검토할 시간을 준 다음, 토의 진행 요령을 설명해 준다. 미션 내용은 다음과 같다. A 기업 내의 세대 간 갈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프로그램을 만들어 보시오. 제한 시간 35분. 이런 미션을 주고 3C 01(관광), 3C 02(관광), 3D 01, 3D 02, 3D 03( EPS 토픽 한국어) 5명이 면접 대상자이다. 각기 역할을 맡아 문제 해결을 위한 미션에 돌입했다. 우선 중간 위치(40대)의 3C 01님이 주관을 맡아, 의견을 취합하고 상이한 의견을 조율하는 역할을 맡고, 나머지는 의견을 개진하는 역할을 맡는다. 다수의 의견이 사내가 아닌 장소에서 워크숍을 개최해 신세대, 구세대별로 1차 모임을 갖고, 마지막으로 전체 모임을 갖는 방식으로 일정을 짜는 것으로 결론을 낸다. 그러나 문제 해결을 위한 방식으로 워크숍을 개최하는 것에 대한 토론이 충분치 않았으며, 반대 의견을 개진하는 모습도 찾기 어렵다. 또한 조직 특성상 관리부서와 영업부서의 특성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역할 분담, 좀 더 세밀한 세팅이 필요한 토의였다. 처음부터 끝까지 궁금한 점은 과연, 면접관들은 무엇을 기준으로 면접 대상자들을 평가할지 약간은 미지수이다.
벗들이 이 글을 심심풀이 땅콩처럼, 입안에 오글오글 곱씹으며 읽을 때쯤이면, 어쩌면 이 몸은 낯선 비행기에 몸을 싣고 있을지 모르겠다. 다 끝난 일이니 후기 삼아사족을 단다. 영민한 벗이라면, 타임 라인에 오류가 있음을 알아챌 것이다. 즉, 코이카의 선발 주기가 맞지 않는다는 점이다. 굳이 변명하자면 그 사연은 이렇다 실패한 혁명의 기치가 제아무리 좋은 이상과 기상(氣像)을 갖추었다 해도, 나쁜 반역의 잔혹한 성공에는 못 미치는 것이, 슬프지만 현실이다. 그리하여 이 탈출기도 면접에 미끄러지면서, 쓰레기통에 버려져 있던, 다 죽어가는 글의 복제품이다. 부디 벗들의 간절한 응원이 멈추지 않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