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킷 16 댓글 공유 작가의 글을 SNS에 공유해보세요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무지갯빛 수국 정원

힐링 원예 수업, 가드닝 - 성인발달장애

by 숲배달원 Mar 22. 2025
브런치 글 이미지 1



수업 전날 밤 소망했었다.

'은초님이 가드닝을 즐기셨으면 좋겠어요.'


은초님이 다른 분들 사이에 앉아주셨다.

1년 넘게 이곳에 있었지만

함께 앉아주신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다시 일어나실까 조마조마했는데

30분이나 넘게 수업에 참여해 주시는 게 아닌가.

기적 같은 일이었다.


원예수업 준비 막바지에

색연필로 색칠하는 내용을 추가했었고

센터에 처음 도착해 은초님을 뵈었는데

색연필로 연습장에 색칠을 하고 계시기도 했다.


설명하기 어려운 순간들을 잊고 싶지 않다.





춘분 수국 심기 가드닝

3월 20일 춘분을 소개해 드리고

함께 한국 정원에서 발견되는

조화의 요소를 살펴봤다.


soof 원예 수업 pptsoof 원예 수업 ppt



춘분은 낮과 밤의 길이가 같아져

자연의 균형을 보여준다.

음양의 조화, 삶의 리듬을 존중하는

지혜를 되새겼다.


이러한 유교적 중용사상은

정원에서도 관찰됐다.

5가지 요소로 자연과 경계를 두지 않는

한국 정원의 철학을 정리했다.



soof 원예 수업 pptsoof 원예 수업 ppt



5가지 한국 정원 균형의 모습들

1. 정원을 떠오르면 들려오는 물소리와

이를 감싸는 돌이다.

움직이는 물과 정적인 돌이 조화를 이룬다.


2. 작은 연못을 가로지르는 다리도 있다. 

사람들은 다리 위를 걷는다. 

사색을 즐기는 정자도 있다.

대비되는 구조물이다.


3. 온종일 해가 들고 환하게 트인 남향과

이끼가 좋아하는 안락한 북향이 있다.


4. 산이 보이는 높은 언덕과

깊은 골짜기가 있다.


5. 따듯하고 생동감 있는 붉은색,

노란색 계열의 식물과

차분하고 고요한 분위기의 푸른색,

흰색 식물이 있다.



soof 원예 수업 pptsoof 원예 수업 ppt



수국의 다양한 얼굴

수국은 따듯함과 차분함을 보여주는 식물이다.

산성 토양일 때 수국은 파란색이 된다.

중성~약산성 토양에선 보라색으로 변한다.

알칼리성 토양에서는 분홍색 수국이 된다.



soof 원예 수업 pptsoof 원예 수업 ppt



<수국 색을 바꾸는 방법>

분홍색 수국을 파란색으로 바꾸고 싶다면

알칼리성 토양을 산성 토양으로 만들기 위해

흙에 커피 찌꺼기나 낙엽 퇴비를 섞는다.

반대로

파란색 수국을 분홍색으로 만들려면

산성 토양을 알칼리성 토양으로 만드는 데

달걀 껍데기 가루나 석회 가루를 뿌린다.


soof 원예 수업 pptsoof 원예 수업 ppt
soof 원예 수업 pptsoof 원예 수업 ppt


수국 수업을 준비한 이유 중 하나는

해온님을 위해서이기도 하다.

해온님이 집에서 키우기 좋은

예쁜 꽃을 심고 싶어 하셔서

화려한 수국 수업을 준비했었다.

아쉽게도 몸이 좋지 않아 오시지 못했지만

다음날 잘 가시도록 간사님께서 심어주셨다.




브런치 글 이미지 8



브런치 글 이미지 9



해온님의 수국과 포스터 포장해온님의 수국과 포스터 포장




수국 식물 포스터 만들기

화분에 식물을 심는 가드닝은

사실 매우 간단하다.

몇몇 센터 참가자 분들은

가르쳐 드리기 전에 벌써 완성하시곤 한다.


'쉽고 완성했을 때 만족스러운 활동이

또 뭐 있지?'


수국의 특징을 보여주는

식물 카드를 만드려고 했다.

생각해 보니 대상자분들께는

번거로울 과정일 것 같았다.


'식물 카드를 한 장에 담는 거야!'


색칠하면 완성도 있게 가져가실 수 있는

레이아웃을 만들면 가능할 것 같았다.

추가된 활동이라 시간이 여유롭지 않았다.

GPT가 열일을 해주었다.

한국 정원의 조화로운 요소들을

그려주었다.

GPT의 그림을 자르고 붙이고

배치해서 수국 식물 포스터를 완성했다.

두꺼운 A3 용지에 출력했다.



GPT와 함께 만든 수국 정원 포스터, 식물의 특징을 익힐 수 있다.GPT와 함께 만든 수국 정원 포스터, 식물의 특징을 익힐 수 있다.



파랑님은 색 이름을 많이 알고 계셨다.


"군청색.. 군청색.. 자주색.. 자주색..

하늘색.. 하늘색.."


열린 맘으로 색연필에 있는 색을

수국 정원에 골고루 칠해주셨다.


"파랑님 이런 정원은 처음 봐요"



브런치 글 이미지 12
브런치 글 이미지 13


귀여운 투덜이 기쁨님은

이날도 역시나 깔끔하게

수국을 칠해주셨다.

분홍색이 스케치에 비집고 나와서

작은 소동이 있었긴 했지만

"삐져 나와도 괜찮아요~"

타일러 주셔서 곧 안정을 찾으셨다. 


은초님은 스프링 노트 표지에

하늘색 색연필로 색칠을 하고 계셨다.

"은초님~여기에 칠해주실 수 있어요?"

조심스레 식물 포스터를 건내드렸다.

간사님의 도움으로 은초님의 하늘색 색연필이

식물 포스터에 닿았다.

게다가 하늘색 색연필뿐만 아니라

연두색, 분홍색, 노란색도 칠해주셨다.

지금 다시 생각해 봐도 놀라운 일이었다.



브런치 글 이미지 14
브런치 글 이미지 15



은초님 뿐 아니라 하람님도 잊지 못할

모습을 보여주셨다.

하람님은 늘 모자를 쓰고 유튜브를 보고 계신다.

"하람님 여기 있는 돌을 흙 위에 뿌려주실 수 있어요?"

돌이 담긴 그릇을 건네어드렸다.

하람님이 손을 들어 올리시더니

그릇에 담긴 돌을 집어서 흙 위에 뿌려주셨다!

그것도 돌이 다 비워질 때까지!



브런치 글 이미지 16



브런치 글 이미지 17
브런치 글 이미지 18




원예 수업을 진행한 지

3개월 밖에 안되었는데

그동안 선생님들께서

이 많은 수업 준비를 어떻게 준비하셨었나

감탄스러운 생각이 종종 든다.


'내가 이 일을 계속할 수 있을까?'

이런 생각을 했던 것이 민망할 정도로

대상자 분들께서 보여주시는 모습은

모든 수고를 잊게 한다.


뭐라고 표현할 수 없는데

잊고 싶지 않고

매일 새로운 마음으로

느낀 감정 그대로를 기억하고 싶다.






복지원예사 숲배달원

Instagram @s_o_o_f_

작가의 이전글 산을 떠 온 꽃 주머니

브런치 로그인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