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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IBM이 기자단을 US오픈에 데려간 이유

AI가 돈이 되나요? 네.

by 고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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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다녀왔던 뉴욕 출장 이야기의 마지막 이야기를 써보려고 합니다. IBM과 함께 했던 1박 2일 출장 일정 중엔 'US오픈' 방문이 있었습니다.

출장을 갔던 시기 때마침 뉴욕에서 US오픈이 시작돼 팬위크를 하고 있었습니다. 처음 일정표를 받아들었을 땐 죙일 일정소화하느라 고생했으니 US오픈 보고 좀 놀아라! 하는 취지의 일정인줄 알고, 아주 신났었습니다. 미국에서 야구 미식축구 아이스하키 농구 테니스 등 주요 스포츠 경기를 다 보는게 버킷리스트 중 하나였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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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IBM이 US오픈에 저희를 데려간 이유는 따로 있었습니다. 2025년 US오픈에 AI기술이 대거 새로 적용됐고, 기술들을 적용하는 데에 IBM이 참여했습니다. IBM은 이번 US오픈의 공식 협력사였습니다. 결국 IBM이 경기장 안팎에 구현해놓은 AI기술을 체험하러 가는 것이었습니다.

굳이 IBM이 또다시 짚어주지않아도 우리 모두 스포츠 경기장에 AI같은 신기술이 많이 적용되고 있다는 사실은 잘 알고 있습니다. 심판을 대체하고, 감독을 도와 데이터를 바탕으로 경기 전략을 짜는 역할도 많이 합니다. AI가 심판도, 감독도, 코치도 하는 것입니다. 실제로 테니스 경기장을 비롯한 여러 경기장에서 주심 외에 선심이 사라지는 등 경기에 관여하는 심판 수가 많이 줄었습니다.

하지만 이날 US오픈에서는 본 AI는 보다 진화된 형태였습니다. 이제 AI는 경기장 밖으로도 나왔습니다. 전문 스포츠 아나운서가 하는 중계, 스포츠 해설, 그리고 스포츠 기사 작성까지도 모두 AI가 할 수 있게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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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체적으로 소개할게요.

US오픈을 보면서 US오픈앱을 깔면요. IBM SLAM TRACKER라는 탭이 있습니다. 여기에 들어가면 실시간으로 경기하고 있는 장면이 3D로 보여질 뿐 아니라 각 포인트마다 이들의 승리 확률이 변화합니다. 이 확률은 단순히 해당 게임의 스코어 차이만을 가지고 나오는게 아니라 실시간 전문가 의견, 전적, 포인트를 어떻게 가져왔는지 등을 AI가 종합적으로 보고 판단해 바뀌게됩니다.

경기를 보면서 이 앱을 확인하면, 따로 스포츠 중계를 듣거나 스포츠 해설 기사를 보지 않아도 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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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실시간 US오픈 챗봇도 있어요. 지금 경기하고 있는 선수들의 전적이나, 해당 선수의 이름 발음을 어떻게하면 되는지 등 선수에 대한 정보를 즉각적으로 줍니다.

사실 써봤을 때 솔직하게 이 기능은 그렇게 대단하진않았지만(?) 그래도 특정 경기만을 위해 특화된 AI가 있고, 챗GPT처럼 원하는 정보에 대해서 바로바로 채팅하듯 AI와 이야기할 수 있다는 것은 장점인 것 같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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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BM이 여기에 APEC기자단을 데려간 데려간 이유는 뻔합니다. 올림픽 월드컵 등 스포츠 분야에 AI제품을 팔아먹기 위해서입니다.


AI가 이렇게나 돈이 됩니다! 우리가 가진 AI가 이렇게 많은 분야에서 쓰입니다!라는 사실을 보여주고 홍보하려는 목적이었을 것입니다.



스포츠 분야뿐만이 아닙니다. 이날 오전에는 IBM의 뉴욕 맨하탄 한복판에 있는 사무실에서 여러 분야에서 어떻게 IBM의 AI제품이 쓰이고 있는지에 대한 설명을 들었습니다. 파이낸스 분야에선 AI제품이 사기를 막고, 더 잘 돈을 벌어다준다고 했고, HR분야에서는 빠르게 AI가 구직자들의 이력과 자기소개서 등을 분류하고 면접 일정을 체계적으로 잡아주고, 이들에 대한 역량 평가까지도 도와준다고 했습니다.



효율성과 생산성을 높여줘 인력들은 다른 일을 할 수 있고, 비효율이 초래하던 비용이 줄어든다는 것입니다. 그러면서 "AI가 쓰이지 않는 분야는 없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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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가 돈이 되나요? 네.

돈이 되니까 US오픈도 은행도, 온갖 데에서 AI를 도입하는 것입니다. 결과주의적일 수 있지만, 이렇게 많은 기업들이 이렇게 많은 투자를 하는 걸 보면 의심할 여지가 없습니다.

그럼 AI는 어떻게 돈이 되나요?

사람을 자르면 됩니다.


가까운 미래에 US오픈 현장에선 전문 스포츠 해설인이나 중계인지 사라질지도 모르겠습니다. AI가 해석하고 승률을 예측한 뒤 텍스트를 음성화하면 그만입니다. 실시간으로 경기 내용을 속보쏴주는 스포츠 전문 기자도, 승률을 예측해주는 스포츠 전문가도 필요없을 것입니다. 각 기업의 HR부서에선 면접자들과 시간을 조율하는 역할을 하는 주니어는 필요하지 않습니다. 이런 변화는 "AI가 쓰이지 않는 분야는 없다"는 없다는 말처럼 분야를 막론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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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BM 출장 중 AI제품과 관련해 관계자들의 PT를 듣거나 IBM곳곳을 견학하며 엄청나게 발전한 AI기술을 접했습니다. 이런 다시없을 변화의 시기를 내가 살고 있구나, 그 기술 변화에 한복판에 있구나하는 설렘도 잠깐 일정이 이어지면 이어질수록 불편한 마음도 커졌습니다.

AI를 써야하는 이유는 결국 "인건비 절감"이기 때문입니다. 업무 효율화, 생산성 증대, 비용 감소와 같은 말로 포장하고 뭉뚱그리지만 핵심은 '사람 자르기' '사람 안뽑기' 입니다.

저 역시도 언젠간 잘릴 것이라는 마음으로 살아가는데, 이런 의문이 생깁니다. 나를 자를 AI는 좋은 기술인가? 사람을 불행하게 만드는 기술의 쓸모는 무엇인가?

그렇게 말해도 AI는 분명 분명 좋은 기술이라 저는 생각합니다. 질병 연구, 우주 연구, 과거 연구까지 그간 인간의 접근하지 못한 분야에서 인간의 한계를 극복시켜주니까요. 그런데 그와 동시에 AI와 사람이 함께 잘 공생하는 법에 대한 숙고도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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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 구석기시대 주먹도끼가 등장했을때부터 기술과 도구는 ’양날의 검‘이었지만, AI는 조금은 더 특수한게 혼자 너무 빠르게 발전해서 뭐가 좋은거고 뭐가 나쁜건지 이런저런 생각도 해보기 전에 얼레벌레 미래를 맞게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요.

https://n.news.naver.com/article/023/0003927065?type=journalis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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