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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구글의 반독점 소송의 역설

초불확실성 시대: 크롬, 5년 전 독점. 지금은? 글쎄

by 고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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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구글에 호재가 있었습니다. 시장 외에서 8%이상 주식이 급등하며 구글러들과 주주들을 행복하게 했던 그 판결. 바로 지난 9월 2일 나왔던 구글 반독점 소송 판결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려합니다.

서치엔진 하면 구글, 구글하면 서치엔진이 떠오를만큼 구글은 이 시장에서 '독점자'입니다. 우리나라에서야 네이버쓰지, 한국만 벗어나면 모두가 구글로 검색하고 정보를 찾고 뉴스를 읽으니까요. 그런 구글에 대해 2020년 미 정부는 "독점이다"라며 법원에 구글 제재를 제안했었습니다.


법무부가 제안한 제재안은 크게 네 가지입니다.

1) 구글의 웹 브라우저인 크롬을 매각할 것. 회사 분리해라! 이런겁니다.

2) 안드로이드 운영체제 매각 또는 구글 서비스 강제 설치를 금지할 것. 안드로이드 휴대폰인 갤럭시를 새로 사면 기본적으로 구글 크롬 등이 깔려있는데, 이런 강제 설치를 관두라는 것입니다.

3) 기기나 브라우저 업체와의 독점 계약 금지.

4) 경쟁사에 데이터 공유 의무 부과.

2일 워싱턴 DC 연방 법원 최종심에서 아미트 메흐타 판사는 "구글 크롬, 독점 맞다"고 인정했습니다. 다만 법무부가 제안했던 4개 중 1)과 2)의 제재는 불필요하다고 했습니다. 구글 입장에선 최악의 제재는 1)안인 크롬 매각이었는데, 이 제재를 피하게 된 것입니다. 요 근래 구글을 발목잡았던 가장 큰 리스크가 해소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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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이 크롬 매각까지 할 필요는 없다며 밝힌 이유가 흥미롭습니다. 크롬 매각이 불필요한 이유로 “인공지능(AI) 기술 발전이 이미 검색 시장에 경쟁을 도입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이 소송이 처음 제기된 2020년에는 AI 기술이 발전하지 않았고, 구글이 검색 엔진 시장의 90%를 독점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최근 AI가 급속도로 발전해 구글 검색창 대신 오픈AI의 챗GPT나 퍼플렉시티 등 AI챗봇에 필요한 정보를 묻는 경우가 늘었습니다.

강력한 반독점 제재가 없어도 '알아서' 검색 엔진 시장에서 이미 구글의 독점적 위치가 흔들리고 있는 것입니다.

급등한 주가에서 알 수 있듯, 구글에겐 반가운 판결입니다. 하지만 한편으론 씁쓸한 마음도 들 것 같습니다. "너희 너무 강력하다"고 혼나러 갔다가 "너네 그정도는 아니구나?"하는 말을 듣고 돌아온 것이니. AI는 불과 5년 만에 구글의 아성을 위태롭게 만들었습니다.

2020년 법무부가 이 반독점 제재 카드를 꺼냈을 때만 해도, 2025년에 이런 일이 벌어질 지 알았을까요. 너무 빨리 변하니, 아마 연방 법원 판결이 올해가 아닌 내년에 나왔다면, 구글은 이미 1등의 자리를 챗GPT등에 빼앗겼을 수도. 구글에서 '제미나이' 개발에 참여하고 있는 한 엔지니어 친구가 올 초만해도 전체 개발의 30%를 AI가 했지만, 6개월만에 그 비중이 90%가 됐다고 했습니다. 그 발전 속도가 구글 안에서 보기에도 너무 빠르다는 말을 덧붙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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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것도 확실하지 않은 세상입니다. 그저 '실존'하는 나와 주변 사람들을 잘 보살피고, 너무 늦지않게 변화를 쫓으며, 하루하루 성실하게 살기로 다짐해봅니다. 그렇게 준비된 자는 얼떨결에(?) 어떤 기회를 맞게 될 수도.

타이밍 좋게(?) AI시대가 도래한 뒤에야 이뤄진 연방 최종심에서 유리한 판결을 받아낸 구글처럼.


https://n.news.naver.com/article/023/0003926927?type=journalis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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