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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요즘 스타트업

한국 떠나 글로벌로 '플립'한다

by 고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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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31일 스타트업 지원기관인 '디캠프'(은행권청년창업재단)과 미 실리콘밸리 글로벌 VC인 500글로벌이 MOU를 맺는 행사를 다녀왔습니다. 앞으로 디캠프는 미국 진출을 희망하는 한국 스타트업을 발굴해 실리콘밸리에서 진행되는 '500글로벌 플래그십 액셀러레이터'에 참여시킨다고 합니다.


디캠프와 500글로벌뿐만이 아닙니다. 실리콘밸리에 있다보면 정말 많은 기관들이 특히 최근들어서 실리콘밸리에 나오고 있습니다. 올해 하반기 아산나눔재단은 스타트업 대표들이 생활하며 일할 수 있는 '코리빙 스페이스'를 개관할 예정입니다. 카이스트 역시 실리콘밸리에 카이스트 출신이 창업한 스타트업 등을 위한 캠퍼스를 설립합니다. 창업과 경력 개발 지원 공간이 포함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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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기관도 실리콘밸리에 ‘창업 허브’를 만들고 있습니다. 올해 하반기 ‘K벤처·스타트업 종합지원 사무소’를 개소할 예정으로, 이 사무소는 한국벤처투자 실리콘밸리 사무소를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 창업진흥원, 민간 스타트업과 VC 등과 직접 연계된 허브로 고도화해 미국 진출, 투자 유치, 자금 지원 등을 통합 지원하는 거점 역할을 하게 됩니다. 이 외에도 코트라가 스타트업 지원 사업을 하고 있고, 과학기술정보통신부도 실리콘밸리에 IT 중소기업 및 스타트업의 시장 진출, 기술 협력, 네트워킹 허브 역할을 하는 ‘코리아이노베이션 센터’를 운영 중입니다.


최근 네이버가 미국 실리콘밸리에 투자 법인 ‘네이버벤처스’를 만드는 등 기업들도 현지 스타트업 투자, 한국 스타트업 지원 등을 위해 실리콘밸리에 거점을 만들고 있습니다.



실리콘밸리가 '창업 허브'였던건 어제오늘일도 아닌데, 새삼스레 뭐가 다르나구요?



https://www.chosun.com/economy/tech_it/2025/08/31/QJTRDRMEGJGSBC72XBNUTE7C34/?utm_source=naver&utm_medium=referral&utm_campaign=naver-news

아예 처음부터 글로벌로 진출하는 스타트업이 많아졌습니다. 또 한국에 있던 법인을 해외로 옮기고 한국 법인을 지사로 바꾸는 '플립'도 많아지고 있습니다. 과거 한국의 스타트업은 주로 내수시장을 겨냥했습니다. 유니콘 기업인 토스, 당근, 에이블리 등만 봐도 대부분 국내 소비자를 대상으로 한 플랫폼이거나 소비재가 많아요. 글로벌 진출은 한국에서의 성공 이후에 꿈꾸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한국을 테스트배드삼아 성공한 뒤, 그 이후에 보다 리스크테이킹을 해 해외로 나가는 구조였지요.




요즘들어 '해외 바로 진출'은 사실 한국 스타트업계에선 최근 몇 년 간 두드러지게 보여지는 흐름인 것 같습니다. 스타트업 강국인 이스라엘은 진작부터 이렇게 해왔기때문에 '이스라엘 모델'이기도 합니다.



https://www.chosun.com/opinion/correspondent_column/2025/09/16/PQ6SWYGNWFBCVKANGKKMNZZXFI/

여기엔 복합적인 이유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먼저 해외에 나가기 쉬워졌기 때문입니다. AI붐덕입니다. 세상이 크게 바뀔 때 기회도 많아지는 법이라, AI분야에서 기회가 많아졌습니다. 소프트웨어 기술 창업의 특성상 국경의 구애를 받지 않고, 제품만 좋으면 장땡입니다. 또 AI를 활용하면서 제품 개발과 초기 창업과정에서 생산성이 높아지고, 언어나 문화적 제약이 낮아져 해외 진출이 쉬워졌습니다. AI분야에 돈도 몰리니 당연히 창업도 늘어났습니다.


두번째로는 나가야 회사를 더 잘 키울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한국의 내수 시장이 너무 작아요. 인구가 너무 적고, 더 적어지고 있고, 너무 작은 곳에서 작은 파이를 두고 많은 사람들이 지지고 볶는 형국입니다.


그러니 스타트업이나 창업자의 역량, 포탠셜에 비해 기업이 가치도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미국에 있을 때 글로벌 고객이나 파트너를 찾기 훨씬 쉬운 것이고, 투자도 더 많이 받을 수 있습니다. 요즘 AI쪽에서 투자받는거보면 시드 투자로도 유니콘가치를 넘어서는 일이 흔합니다. 지난달 디캠프 행사에서 "한국에서 100~300억원 투자가치를 받는 한국기업이 있다고 하면, 미국가면 5배 정도 가치를 더 인정받을 수 있다"고 했습니다.


원래도 한국은 땅덩이도 좁고 내수시장도 잡았습니다. 그렇다고 이스라엘처럼 작은건 아니고, 또 나름 한국 시장이 제조, 문화, IT 등 없는 산업이 없고 다이나믹한 측면이 있다보니, 작긴 작아도 매력적인 사징이기도 했던것 같아요. 그래서 지금까지도 내수를 먼저노려온 스타트업이 많았지만, 이젠 정말 정말 그럴 이유가 없어진 느낌

상황이 이러다보니 요즘 한국 스타트업계와 정치권에선 해외에 법인을 세우는 플립을 어떻게 봐야할 것인지에 대한 토론이 있는 것 같습니다. 기업 입장에선 나은 기회를 찾아가는 것이지만 국가 입장에선 그만큼 성장 가능성 큰 회사가 다른 나라로 옮겨가는 것이니 아쉬울 수 있습니다. 하지만 나쁘게 볼 일은 당연히 아니며, 도리어 응원하고 지원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해외 스타플레이어들이 많아져야 창업에 더 많이 도전하고, 더 좋은 기업들이 국내외에서 나오지않을까.

생각의 비약이 있을 수 있습니다만, 이 이야기 끝에 영어공부의 필요성에 대해 생각합니다. 아이팟의 동시통역 기능이, 제미나이의 실시간 번역기능이 언어의 장벽을 허물었을까요. 그렇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AI가 이용자의 패션스타일을 보고 양말을 커스터마이징해서 추천해주는 글로벌 사업을 시작했다고 해봅시다. 제품을 개발하고 홈페이지를 꾸미고 마케팅을 할때 카피라이트를 쓰는데 AI가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입니다. 어쩌면 투자자와의 줌 미팅에서 화상인터뷰를 도와주는 AI툴을 활용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결국 글로벌로 나가려면 직접! IN PERSON으로 ! 투자자를 만나야 합니다. 글로벌 고객에 대한 이해도 있어야 합니다. 내 정체성이 한국인이라면? 열심히 영어라도 접해서 영미권 문화를 습득하는 수밖에요.

원격과 화상모임과 AI와의 소통이 더 익숙해진 이런 시대에 더 중요해지는 것은 '오프라인 만남'입니다. 제가 실리콘밸리에 와서 가장 많이 들었던 조언이기도합니다. AI시대의 '직관'처럼, 사람간 소통이 중요하지 않다면, 샌프란시스코에 사람이 몰일일도 실리콘밸리의 카페카페마다 활발하게 커피챗이 이뤄질 이유도 없을 것입니다.

이런 생각은 디캠프 행사에서도 확인할 수 있었는데, 글로벌 진출을 지원할 스타트업을 지원하는 중요한 기준으로 영어 능력과, 미국 비즈니스 컬처에 대한 이해도를 평가한다고 합니다.

그렇게 뽑힌 스타트업인 '카드몬스터'는 심지어 심지어 오프라인 보드게임 제작 스타트업이었습니다. 요즘 온라인, 원격 등에 대한 반감으로 도리어 오프라인 모임, 피지컬 인터렉션에 대한 니즈가 증가하고 있다는 점을 발견하고 이런 사업을 시작했다고 합니다.

저는 창업자는 아니지만 그냥 영어공부해야겠다는 생각을 좀 했습니다. 낼부터 좀 할까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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