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19] AI도 귀엽고 예뻐야 한다

AI아바타 기능 도입하는 기업들: '락인효과'

by 고똘

9월은 실리콘밸리 테크기업에 행사가 참 많았습니다. 줌, 노션, 구글플레이, 로블록스 등 여러 행사에 다녀왔습니다. 공통적으로 보이는 기업들이 새롭게 도입한 기능들이 있었습니다. 바로 '아바타' 기능입니다.


테크 기업들이 자사 서비스나 플랫폼에 아바타 기능을 추가하는 경우가 늘고 있습니다. 조금씩 그 양태는 다릅니다. 가령 진짜 이용자의 생김새를 모방해 이용자를 닮은 '디지털 분신'같은 AI아바타를 도입한 회사도 있는가하면, 시각적으로 예쁘거나 귀여운 캐릭터를 이용자가 마음대로 꾸밀 수 있게하여 독창성과 아이덴티티를 디지털상에서 드러낼 수 있도록 하기도 합니다.


사례는 정말 많습니다. 삼성전자 갤럭시폰에는 모두 앱을 사는 '구글 플레이'가 있을 텐데요. 구글플레이가 최근 업데이트를 통해서 이용자 맞춤형으로 꾸릴 수 있는 '내 페이지'(you tab)을 만들었습니다. 이 페이지에서는 생성형 AI를 기반으로 자신 얼굴의 아바타를 꾸밀 수 있습니다. 사용자가 마치 게임 프로필에서 헤어스타일이나 의상을 바꾸듯이 나만의 캐릭터를 만들 수 있는 것입니다.

화상회의를 할 때 많이들 사용하는 플랫폼인 줌(ZOOM)도 마찬가지입니다. 9월 있었던 연례행사인 '줌토피아 2025'행사에서 AI아바타 기능을 도입한다고 처음 발표했습니다. 공식 명칭은 'AI 줌 컴패니언' 인데, 이용자가 자기 얼굴이나 목소리를 기반으로 아바타를 만들 수 있고, 이 아바타를 나 대신 회의에 참석 시킬 수 있습니다. 내가 찡그리면? 아바타도 찡그립니다. 내가 졸다가 고개를 숙이면, 아바타도 숙입니다. 아바타가 스크립트를 읽는 형식의 클립을 제작할 수도 있습니다. 나를 닮은 아바타가 싫다면? 미리 만들어진 캐릭터를 라이브러리에서 선택할 수도 있습니다. 메타버스 현실에서 다른 유저들과 소통하는 앱인 로블록스는 말할 것도 없이 그렇습니다.

꼭 나만의 캐릭터, 나를 닮은 캐릭터가 아니더라도 시각적으로 다채롭고 '예쁜것'을 도입하는 기업들이 많아졌습니다. 업무 생산성을 높여주는 '노션'도 마찬가지입니다. 노션은 AI기반으로 나 닮은 캐릭터를 만들 수는 없지만, 여러가지 예쁘고 귀여운 캐릭터를 설정해 나의 프로필로 할 수 있게 하면서 시각적 재미를 더했습니다.


왜 이러는 걸까요. 먼저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컴퓨터 비전 기술 등 영상이나 이미지 기술이 너무 빨리 많이 발전했기 때문입니다. AI를 기반으로 자연스러운 이미지를 생성하고 영상을 만드는 플랫폼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구글이 내놓은 '나노 바나나'를 기점으로, 이같은 영상 이미징 기술은 이제 가장 중요하다고 여겨졌던 일관성까지 갖추게 됐습니다.


또 '락인효과'입니다. 위에서 언급했듯 비슷한 류의 AI제품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줌 밖에 없었던 화상회의 플랫폼, 이제 제가 아는것만 네이버 웨일 구글밋, 그밖에 AI보조기능을 더한 수많은 스타트업의 제품이 있습니다. 이 안에서 튀고, 살아남으려면? 특별한 것이 있어야 합니다. 예쁘면 사람들이 남고, 또 심지어 내가 공들여 꾸민 캐릭터이거나 나를 닮은 캐릭터가 있다면? 애정이 생길 것입니다.

https://n.news.naver.com/article/023/0003931987?type=journalists

오픈AI가 챗GPT를 내놓은 직후 각 기업간 AI기술 격차는 컸지만, 이제 어느정도 상향 평준화돼 있습니다. 챗GPT나 제미나이냐, 줌이냐 스타트업 '클루엘리'의 클루엘리냐는 어느정도 취향과 선택의 문제가 된 것입니다. 튜닝의 끝은 순정이란 말처럼, 기술의 고도의 발전 끝엔 도리어 직관적으로 단순하게 '예쁜 것'이 살아남을 것입니다. 그것이 본능에 부합하기 때문입니다.

좀 다른 얘기지만 시각적으로 다채롭고 예뻐야 한다는 차원에서 다른 사례를 하나 더 소개합니다. 지난 '구글플레이'앱에서 전체 무료 앱 중 4위, 생산성 카테고리에서 2위까지 오른 앱이 있습니다. '포커스 프랜드'(FOCUS FRIEND)라는 앱입니다. 사용자가 스마트폰 사용을 줄이고 집중력을 유지하도록 돕는 타이머 앱인데, 이 단순하고도 뻔한 앱 속에 콩 모양의 귀여운 캐릭터가 등장하고, 이 캐릭터가 타이머가 돌아가는 동안 뜨개질을 하는 애니메이션 효과가 있습니다. "타이머를 중단하면 뜨개질이 풀린다"는 스토리인데, 콩 캐릭터가 너무 귀여워서 타이머를 멈추기 않게됩니다. 미 IT매체 와이어드는 "매우 귀여운 콩이 당신을 도와주고싶어한다"고 했습니다. 단순한 앱도 귀여움을 더하면 특별해 진다는 하나의 좋은 예시인 것 같습니다.


사람은 모두 귀엽고 예쁜것에 취약합니다.

keyword
이전 18화[18] 시스루 화면: 현실에 AI겹쳐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