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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시스루 화면: 현실에 AI겹쳐보기

메타 커넥트 2025 체험기

by 고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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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17~18일(현지 시각) META CONNECT 2025가 있었습니다.


9월은 ‘실리콘밸리 장날’같은 달이라서 여러 테크기업들의 행사가 있었습니다. 로블록스, 애플, 노션, 줌, 구글플레이 등 참여했던 여러 행사 중에서 메타 커넥트가 가장 기억에 남고 재밌었던 행사입니다.


메타 커넥트는 마크 저커버그 CEO의 새 제품 시연 영상으로 시작됐습니다. 행사장 뒤 캠핑카에 앉아있던 저커버그가 테이블 위에 놓여있는 검정색 뿔테 안경을 쓰자, 오른쪽 눈에 반투명한 디스플레이가 생성됐습니다. 손목밴드를 찬 손으로 마치 ‘타노스’처럼 엄지와 검지 손가락을 비비고 옆으로 옮기자 디스플레이에 보여지는 아이콘이나 탭이 달라졌습니다. 저커버그는 아무것도 들지 않은 채로 손가락을 움직여서 문자 메시지를 확인했고, 노래를 들었고, AI챗봇과 대화했습니다. 동시에 걸어와 행사장으로 들어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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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안경은 이달 말 새로 출시한다는 ‘메타 레이밴 디스플레이’입니다. 겉보기에 시력 교정용 안경과 크게 다르지 않고, ‘패션 아이템’처럼 보이는 이 안경은 메타가 이날 처음 공개한 스마트 안경입니다. 실제 디스플레이를 탑재한 첫 소비자용 안경이자, 첫 AI안경이라고 소개했습니다.


놀랐습니다. 왜냐면 사고싶었거든요. 그간 엄청 무겁고 보기 흉한 VR기기 안경, 패션적으로 예쁘지않은 구글글라스같은 스마트안경을 봐오면서 과연 ‘안경’이 매일함께하는 디지털디바이스로서의 기능을 할 수 있을까 의구심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이번 안경은 사고싶고, 사면 쓰고다닐것만 같았습니다. 곧 더 좋은게 출시될 것 같아서 아직은 참아 볼 예정이지만, 이런 안경이라면 스마트폰을 잇는 차세대 디바이스로서의 기능을 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물론 시력교정용 안경을 쓰는 사람들에겐 장벽이 있겠지만, 요새 바이오 업계에선 안경 없이 단 두방울 만으로 시력교정을 해주는 안약도 개발되고 있다고 하니. 하드웨어 기술과 바이오 기술이 같이 발전하면 이 장벽도 사라질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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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타는 세 가지 원칙을 강조했습니다. 1) 안경 본연의 기능이 우선한다, 2) 기술이 사용자 경험을 방해하지 않는다 3) 본연의 기능 위해 기술이 올라가야한다. 이번에 내놓은 메타 레이밴 디스플레이는 제 생각에 이 3가지 원칙을 잘 지켰습니다.

보기에 자연스럽고 나아가 패션아이템 역할까지하는 안경 본연의 기능을 해치지 않았고, 현실세계와 디스플레이를 겹쳐 보여줌으로써 현실의 경험을 방해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면서도 카메라 마이크 스피커 AI를 탑재해 현실의 경험을 더 쉽게 다채롭게 만들어줬습니다.

https://n.news.naver.com/article/023/0003928555?type=journalists

본격 메타커넥트 후기.

크게 두 가지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드웨어 경쟁입니다. 스마트폰을 사면 카메라는 자연히 따라오는 것처럼 AI는 거들뿐, 이제 디바이스 경쟁입니다.

메타는 이번 행사에서 ‘하드웨어 회사’로서의 메타를 보여줬습니다. 인스타그램이나 페이스북을 운영하는 소셜미디어 회사에서, 메타버스 회사로 진화하더니, AI회사로, 이제 디바이스를 만드는 제조사가 됐습니다. (그러고보니 메타의 과거 모든 점들이 하나도 빠짐없이 레이밴 디스플레이로 연결되는 것 같다는 느낌이)

그리고 메타의 ‘레이밴 디스플레이’는 스마트폰 다음 넥스트 디바이스 경쟁의 포문을 연 것 같습니다. 그간 여러 스마트안경이니, 몸에 차는 녹음이 형태의 디바이스니 차세대 디바이스라고 일컬어지던 많은 제품이 출시됐었지만, 일반 소비자한테 별반응이 없었고, 비싸고 무겁고 배터리 수명도 짧아 구매 이유가 많이 없었습니다. 그러나 앞에서 말했듯이, 이번 메타 제품은 사고 싶단 생각이 들었거든요.

앞으로 본격화 될 디바이스 경쟁이 진짜 ‘안경 전쟁’이 될 지 아니면 또다른 새로운 디바이스가 등장할 지 아주 궁금합니다.

그리고 뭐가됐든 제조를 잘하는 한국엔 기회가 올 것입니다. 중국과 미국은 함께 할 수 없고, 새로운 디바이스를 개발해 만들려면 미국보단 가성비가 좋은 제조역량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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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로는 ‘미래의 화면’에 대한 생각입니다. 메타의 레이밴 디스플레이에서 구현되는 화면은 반투명합니다. 현실도 보고, 기기의 화면도 볼 수 있습니다. 이처럼 미래의 디스플레이와 사용자 경험(UX)은 현실 세계와 디지털 정보를 한데 섞는 '겹쳐 보기(layered)' 방식이 주류가 될 것입니다. 안에 민소매 티셔츠를 입고, 이 티셔츠가 비치는 시스루 셔츠를 레이어드 하는 것과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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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애플도 아이폰 아이패드의 IOS26 업데이트가 있었는데, 핵심은 ‘리퀴드 글래스’ 디자인입니다. 유리의 광학적 특성을 반영했다고 하는데 약간 물방울 같기도 하고, 앱 아이콘·제어 센터·잠금 화면 등이 반투명해서 뒤가 다 비춰보여요. 시스루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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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스루 화면은 AI툴을 잘 구현하기 위한 방법인것 같은데, AI가 일이든 노는거든 현실세계를 잘 보조하려면 ‘멀티테스킹’이 필요합니다. 현실과의 동시성, 실시간성이 핵심이란 뜻입니다. 멀티테스킹을 잘하려면 여러 기능을 한번에 겹쳐 보여주면 효율이 극대화됩니다.

https://www.chosun.com/economy/tech_it/2025/07/17/2G7EMF2ZGBCY5PKFMGPSLDUKRU/?utm_source=naver&utm_medium=referral&utm_campaign=naver-news

비슷한 맥락에서 7월 인터뷰했던 한인 창업자 ‘로이 리’가 개발한 제품도 생각났습니다. 이 자의 회사 클루엘리의 제품은 인터뷰나 화상채팅을 도와주는 AI툴인데, 줌같은 화상회의 화면을 키고 클루엘리의 제품을 같이 작동시키면 인터뷰 화면 위에 반투명한 AI보조 화면이 함께 구현됩니다.


끝으로 기대가 됩니다.

저는 극강의 효율'충'이라 몇 가지 일을 같이 하는걸 좋아하는데 역량부족으로 멀티테스킹 하다가 자주 길을 잃습니다. 이런 시스루 화면들이 본격화되면 멀티테스킹이 더 쉬워질까요?

https://n.news.naver.com/article/023/0003929965?type=journalis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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