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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미경 Mar 05. 2024

스쳐 지나가는 것들에 대하여

의연하게 보내야 할 것들

요즘 세상은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것이 너무나도 쉬워졌다.


해외에 나가도 수많은 네이버 카페, 오픈채팅, 커뮤니티를 통해 동행자를 구할 수 있고, 소개팅 어플은 좀 많은가. 소모임, 어플, 카페 등 나의 일상에서 찾기 힘든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방법은 참 많다. 외로움 속에서 허우적거리다 보니 최근 오고 가는, 스쳐 지나가는 사람들이 여럿 생기더라.


처음에는 정도 많이 줬고, 떠나보냄에 아쉬움도 많았지만, 이제는 그러려니 하는 초연한 마음을 가지려고 한다. 그렇지 않으면 내가 너무 상처받을 거라는 것을 잘 알기에.


대학을 졸업하고 나서, 회사-집-회사를 반복하다 보니, 그리고 대학교 친구들과의 관계가 소원해졌기에 더더욱 홀로 남겨진 기분이다.


중고등학교를 해외에서 나온 나는 딱히 친하다고 할만한 소꿉친구나 동네 친구가 없었다. 그런 나였기에 재수 학원을 다니며 만난 친구들과, 대학교를 다니며 친해진 친구들에게 끊임없는 애정을 쏟았다.


그러다 뭐, 시간이 지나 자연스레 만나는 횟수가 줄어들고, 대화할 수 있는 공통사나 관심사도 줄어 내가 먼저 연락하지 않으면 따로 상대방에게 연락이 오지 않는 미적지근하다 못해 차게 식은 사이가 되어버렸다.


처음에는 물론 섭섭하고, 서운하고, 배신감이 들었다.

난 이토록 당신을 소중하게 생각했는데, 항상 내가 먼저 안부를 묻고, 근황을 궁금해하고, 챙겨주고 싶고, 우리의 인연을 오래도록 간직하고 싶었던 건데. 당신은 그렇지 않았다는 것이 나를 너무나도 슬프게 만들었다.


그러다 보니 나도 자연스레 당신을 놓아버렸다.

사실 끝까지 찢어진 관계를 어떻게든 꿰매어보려 노력은 했지만 할수록 너덜너덜해질 뿐이었다.


한때 불같이 타오르던 관계가 미적지근해졌을 무렵 나는 더 이상 이 관계를 붙잡고 있을 용기가 없었다. 몹시나 지쳐있어서, 상대는 이미 놓아버려 나 혼자 뻗고 있던 손을 거뒀다. 마치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이처럼 친구관계에서도 때때로 권태가 찾아오나 보다.


몹시 속상하기도, 슬프기도 했지만, 홀가분하기도 했다. 나를 좀먹던 관계를 정리한 것이 나를 자유롭게 했다.


무려 2년 전의 일이고, 지금은 시절인연이라는 것에 대해서 꽤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중이다. 한때 몹시 친밀했던 관계도, 하루 사이에 바뀔 수 있다는 것을, 세상에 당연한 것도, 영원한 것도 없다는 것을. 그저 지금 내 곁에 있는 시절을 함께 보내는 인연들에게 감사함을 느끼고, 떠나감 또한 의연하게 받아들일 것.


이제 서른인데, 지독하게 사람앓이를 하고 있다.

성장통이겠지라며 스스로를 다독이고 오늘도 최선의 시절을 보내려는 중.


그러니까 우리의 시절을 아름답게 보내자.

언제 만나서 언제 인연의 끝자락을 맞이할지 모르지만 서로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 사랑을 주고, 웃음을 주고, 슬픔 나눌 수 있는 감정 풍만한 시절을 보내자.


따뜻하면 따뜻한 대로

추우면 추운 대로


어느 시절에 당신을 만나던, 난 나의 최선을 다할게.

그럼에도 초연한 모습으로 당신의 떠남을 무던히 받아들일게. 웃으면서 그래도 즐거웠던 시절이야. 잠시나마 내 일상에 살포시 찾아온 당신에게 진심으로 감사함을 느낄 수 있는 성숙함이 자리 잡겠지.


그러니 사랑을 한껏 담아 시절을 보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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