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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별헤는나무 Feb 04. 2021

 내 안의 전쟁을 치르는 당신에게

그놈의 돈

어제오늘 한 바탕 마음 전쟁을 치르고 있다.

이유는 연말정산. 돈 때문이다.


연말정산 서류를 제출하고 얼마간의 환급을 예상했다. 반찬값 정도는 돌려받으리라 짐작했는데 생각도 못한 통지가 날아왔다. 환급이 아니라 세금을 더 내야 한단다. 그것도 아주 많은 액수를. 완전 날벼락이었다.

처음엔 잘 못 들었다고 생각해 PDF 파일을 찬찬히 뜯어보았다. '-'가 없으면 그만큼 더 내야 한다는 기본적인 것도 잘 보이지 않았다.


일부 이중 근로 소득이 합산되어 세액기준이 종전과 달라졌다고 한다. 

한 곳은 낮은 급여로 세금이 거의 없었고, 다른 한 곳은 작년에 환급받은 기준을 적용해 원천징수를 거의 하지 않았다. 그런데 두 곳의 근로소득이 합해져 납부해야 할 세금이 폭탄처럼 늘었다.

13월의 월급이라는 연말정산은 남의 이야기였다.


한 치 앞도 모르고 '나도 세금 많이 내고 싶다.'라고 했었다. 당연히 이 말은 취소다. 

고연봉 근로자들에 비하면 내 월급은 비할 바가 아니다. 세금이 왜 이렇게 많은지 여전히 모르겠다. 생각도 못한 지출을 막아보고자 추가 서류를 확인하며 전쟁을 치르고 있다. 작년에는 공제가 되던 의료비나 교육비해는 도움이 되지 않으니 숨이 나온다. 지식이 짧아 그런지 들여다봐도 이해가 안 된다.

꽉 막힌 도로처럼 뚫리지 않는 하루를 보내고 있다. 마음은 오르락내리락 홀로 전쟁을 치렀다.


그러다 차츰 포기하고 있다. 세금이라는 걸 내 마음대로 할 수도 없다.

누굴 탓할 문제도 아니었다.

'너나 할 것 없이 어려운 지금, 낼 만하니까 내라는 거겠지'

'까짓것, 담달 허리띠 더 졸라매면 되겠지.'

'그보다 더한 일도 겪어봤는데.' 


신경이 곤두서 있는 모습이 느껴져 피식 웃었다.  마음 졸여봐야 나만 손해다

정부와 지자체에서 받은 재난지원금을 세금으로 지출한다 생각하기로 했다.


 



우연히 읽게 된 그림책의 한 페이지이다.

책 '소년과 두더지와 여우와 말' 중에서



완전 나에게 하는 말 아닌가?

어떻게 대처하는지를 결정할 수 있는 '자유'가 있다는 걸 생각하며 담대해지기로 했다.

'자유'라는 단어를 여러 번 읽었다. 지금을 위로하기에 이 보다 좋은 말이 있을까?


'돈이라는 건 흐르는 것이니 돌고 돌아 다시 오겠지'


나간 돈은 언젠가 돌아오겠다는 생각을 하며 하루 동안의 전쟁을 접었다.


지금 힘들다면 그것을 대처하는 마음가짐부터 바꿔보자.

모든 시작은 나로부터 시작된다.

마음 전쟁을 끝내고 평화를 찾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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