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카드 종류는 오랜 역사만큼이나 여러 형태와 디자인뿐만 아니라 다양한 종목에서 출시되고 있다. 최근에는 탑스(Topps BUNT)와 파니니(Panini Blockchain)에서 블록체인 기술이 가미된 디지털 카드도 선보였다. 향후에는 비트코인과 마찬가지로 현물이 아닌 디지털 카드도 그 투자의 가치를 인정받을 날이 언젠가 올 수 있겠지만, 현재의 수집가들 사이에서 그 가치를 인정받는데 있어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전통적인 현물화된 스포츠 카드를 중심으로 그 종류를 구분하고자 한다.
베이스 카드 (Base Cards)
스포츠 카드 세트를 구성하는데 가장 기본이 되는 일반 카드를 베이스 카드라고 말한다. 일반적으로 베이스 카드는 백여 장 이상이 하나의 세트를 구성하며 지난 시즌의 주전급 선수들 위주로 발행된다. 다만 출시되는 브랜드의 티어(Tier)에 따라 베이스 카드는 세트의 구성을 레전드, 올스타 및 상위 드래프트 순번의 선수로 한정하는 경우도 있다. 특히 베이스 카드 중 리그에 첫 발을 내 딛는 신인 선수들의 카드에는 ‘RC’마크가 새겨진다. 루키는 드래프트를 통해 리그에 데뷔하는 선수도 있지만, 타 리그에서 활동하다가 해당 리그에서 처음 뛰게 되는 선수도 여기에 포함된다. 그 예로 샌디에고 파드레스 소속의 김하성 선수가 7년간 KBO 에서 선수로 활약했던 베테랑 임에도 불구하고, 2021년에 MLB무대에 데뷔하므로 그의 카드에는 루키임을 나타내는 ‘RC’마크가 새겨져 있다. 상대적으로 동일한 선수의 카드라고 할지라도 일반 베이스카드에서는 신인 시절 발매된 카드가 더 가치를 인정 받는다.
병행 카드 (Parallel Cards)
스포츠 카드 제작 기술이 발달하면서 같은 사진과 디자인으로 제작된 카드에 배경색을 달리하거나 반사(Reflector) 효과를 가미한 카드를 병행 카드라고 말한다. 이는 ‘무지개(Rainbow) 카드’라고도 한다. 병행 카드는 수량 한정이 없는 카드에서부터 전 세계에 단 하나만 존재하는 매우 흔치 않은 것도 있다.
인서트 카드 (Insert Cards)
스포츠 카드를 박스 채 구입해 본 사람이라면 ‘박스를 개봉하기 전 까지만 행복하다’는 말에 공감 할 것이다. 내가 선택한 박스에서 엄청난 카드가 나오길 바라지만, 그 결과는 허탈감이 대부분이었을 것이다. 그런 행운이 내게 오는 것은 로또에 당첨될 확률과 비슷하지 않을까 싶다.
제조사들은 동일한 디자인의 카드만으로 박스를 구성하지 않고, 다수의 베이스 카드 사이에 중간 중간 독특한 테마를 가진 카드를 끼워 넣어(즉, 인서트의 개념) 수집가에게 즐거움을 주고 있다. 일반적으로 인서트 카드는 유사한 특징을 공유하며 또 다른 서브세트(subset)을 구성한다. 박스에서 나올 수 있는 인서트 카드의 종류 및 선수는 랜덤이다. 특히 인서트 카드 중 가장 높은 가치를 가지고 있는 카드는 제조사가 도소매업자와 거래 시 판매하는 기준인 케이스(case)에서 단 한 장 만이 보장되는 일명 ‘케이스 힛(cast hit)’ 인서트 이다. 케이스를 구성하는 박스들 중에서 단 하나의 박스에서만 나오는 극악의 확률로 인해 일반적 의미의 인서트보다 고가로 거래되는 편이다.
카와이 레너드 – 2018년 다운타운 카드는 크라운 로얄 시리즈의 케이스 힛 인서트로써 10개의 박스(1케이스)당 1장만이 나오는 카드이다.
렐릭 카드 (Relic Cards) 또는 패치 카드 (Patch Cards)
내가 미국으로 오기 전날 밤 부모님께서 자그마한 상자 하나를 내게 주셨다. 그 안에는 낡은 시계 하나가 들어있었다. 겉으로 보기에 세월을 많이 타서 색도 좀 바랜 감이 있었고 누구나 알만한 고가의 제품도 아니었다. 그렇지만 먼 길을 떠나는 내게 의미 있고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추억을 간직한 물건이었다. 1990년대 중반 아버지께서 미국으로 주재원 파견을 받으시면서 회사에서 받고 꽤 오랜 기간 착용하셨던 시계였다. 아버지가 착용하셨던 시계를 주신 것이다. 이처럼 우리는 각자의 삶과 기억 속에서 특별한 의미를 내포하는 물건들이 하나쯤은 다 있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든다.
스포츠 카드도 이런 감성을 자극시키는 부분이 충분히 있는 것 같다. 제조사는 시즌 중 어느 날 선수가 실제 착용했던 유니폼이나 용품을 수거해서 그 조각 일부를 선수의 이미지를 사용하여 카드로 제작한다. 이러한 카드는 일반 렐릭(Relic)과 패치(Patch)로 구분된다. 렐릭 카드는 유니폼 중 평범해 보이는 부분을 오려 만든 것이라면, 패치 카드는 유니폼에 부착되는 리그 및 구단 로고, 이름 및 등번호 등 보다 화려한 조각이 부착된 카드를 말한다.
비록 조그마한 조각이지만, 내가 좋아하는 선수가 실제 착용했던 유니폼의 일부로 만들어진 카드라면 뭔가 심리적으로 연결 고리가 생기는 듯 하다. 이러한 이유로 렐릭이나 패치 카드를 중심으로 컬렉션을 키워가는 수집가들도 많다.
오토 카드 (Autograph Cards)
선수의 싸인이 들어가는 오토 카드는 스포츠 카드 박스를 개봉할 때 어떤 선수가 나올지 가장 기대하게 되는 부분이다. 선수가 직접 싸인을 했다고 해도 해당 선수가 리그에서 차지하는 위치 및 그 카드의 한정 수량에 따라 가격에 상당한 차이가 있다. 한국인으로는 처음으로 NBA 무대에서 활약한 하승진 선수가 본인의 유튜브 채널을 통해서 스포츠 카드 유튜버 핫컬렉 님과 이야기 했던 에피소드에서도 이러한 내용을 나눈 바 있다.
그런데 오토 카드는 온카드(On-Card) 오토와 스티커 오토로 구분된다. 온오토카드는 선수가 직접 해당 카드에 싸인한 카드로 잠깐이라도 선수의 채취가 묻어 있어 패치카드와 마찬가지로 선수와의 심리적으로 연결되는 요소가 있다. 다만 제조사 입장에서 카드를 인쇄하고 유통을 위한 포장 단계를 보다 빠르고 수월하게 진행하기 위해 특수 홀로그램이 새겨진 스티커를 제작하여 그 위에 선수가 싸인한 것을 카드에 붙인다. 콜렉터 입장에서는 새 브랜드 카드가 발행될 때마다 온카드 형식으로 카드가 발행되면 좋겠지만, 선수가 시즌 중이거나 개인 사정으로 제품 런칭일자를 맞추기 어려워 이런 형식의 카드가 발행되는 것도 어느 정도 이해된다.
한편 티어가 높은 고가 브랜드의 경우, 대부분의 오토 카드는 온카드 오토로 발행된다. 그렇다보니 계획 된 제품 포장일 전까지 선수의 카드가 도착하지 않을 경우, 차질을 최소화 하기 위해 제조사가 향후 해당 카드 수령 시 등록된 주소지로 보내주겠다는 리뎀션(Redemption)카드를 발행하기도 한다.
스포츠 카드를 취미든 투자로 접근하든 관계없이 카린이가 오토 카드를 구입할 때는 제조사의 싸인 보증(certified)이 된 카드인지를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개인이 사적으로 받은 카드는 객관적인 가치를 받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간혹 위조로 싸인하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패치/렐릭 오토 카드 (Patch/Relic Auto Cards)
카드의 종류 중에서 가장 멋지고 경제적 가치가 높은 카드를 꼽으라고 한다면 멋진 패치가 부착된 카드에 선수가 직접 카드에 싸인한 패치 오토 카드일 것이다. 렐릭 오토는 패치 오토에 비해 상당히 평범해 보이고 심지어 스티커 오토의 형태로 제작되어 가격도 상대적으로 더 저렴한 편이다. RPA (Rookie Patch Autograph)라고 부르는 신인 시절의 패치오토카드는 해당 선수의 카드 중 왕중왕이라고 보면 될 것이다.
바이백 카드(Buyback Cards)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카드의 특징에 따른 종류의 구분 외에 생산 및 판매 형식에 따라 바이백이라고 불리는 카드가 있다. 바이백 카드는 과거에 발행됐던 카드를 제조사에서 매입하거나 수거하여 재판매 하곤 한다. 대체로 어카이브 시리즈(Archive Series)로 발행되며 기존 카드에 선수의 친필 싸인과 한정 수량 정도가 추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