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롱한 빨간 빛깔의탐스런 자태덕에, 과일 코너에서 단연 1번으로 눈이 간다. 비싸긴 하지만 지금 아니면 맛보기 힘든 당도라, 한두 번 망설이다가도 장바구니에 담기 마련이다. 시원하고 커다란 딸기를 한입 베어 물면, 머리끝까지 찡해질 정도로 기분이 좋아진다. 달콤한 디저트 사이에서 딸기는 압승이다.
안 그래도 비싼이 과일이, 명절 전에 30프로 가까이 뛰어 부담스러운 가격이 되어버렸다. 그래도 겨울철 유일하게 진진이가 즐기는 과일이라, 냉장고에서 떨어뜨리질 않았었다.
아침식탁에서 진진이에게만 딸기 몇 알을 씻어주며 남편에게는'남은 딸기도 진진이 저녁 몫'(=그러니 당신은 먹지 마세요)이라했더니,46세 어른 남자 눈빛이 10세 아이의 눈총으로 돌변했다. 힘들게 돈 벌어 오는데, 내 몫의 딸기도 없냐는 거다. 틀린 말도 아니라, "네 알만 먹으라" 했더니 거기에도 만족하지 못하는 것이다. 과일 몇 개 먹는지 까지 정해줘야 하겠냐며, 입이 댓 발 나와서 출근했다.
마음이 좀 불편하긴 했다. 지난번 식빵 꼬다리 사건에 이어이번 딸기 사건까지, 내가 정말 악처는 아닐까? 남편이 내 십자가인 것이 아니라, 내가 남편의 십자가는 아닌건지 반문이 들기 시작했다.
그때, 내 마음 구석의 쪼잔함이 기지개 켜고 등장했다. 아니, 자기는 맨날 외식할 때 맥주시키고 콜라 시키고, 언제나 양도 제일 많이 먹으면서, 집에서 딸기 몇 알 딸에게 양보 못하냐고! 엄마인 나도 딸기 씻을 때 못난이들만 한두 개 입에 넣고 마는데, 다 큰 어른이 무슨 먹타령이냐고!!!!
이게 무슨 유치뽕짝 전개란 말인가.
그냥 공평하게 나눠먹고 말자... 이렇게 정신을 가다듬고 있노라니, 자기 몫의 딸기를 먹고 있던 진진이가 머쓱한 표정으로 말한다. 엄마, 남은 딸기는 이따 밤에 아빠 드리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