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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뎁씨 Nov 21. 2022

어항, 새우 2마리, 달팽이


새우 두 마리와

달팽이 한 마리를 얻어 왔는데

수초와 돌이 있으면

산소가 생기며

작은 생물들은 살 수 있다며

술병 반만 한 어항을 받게는 되었는데 

아마 6개월은 살 거고

번식하면 감당도 못할지도 모른다고

나에게 하나의 아틀란티스를 부탁하는 듯

집에 오자마자

새우 하나가 붉게 변하고

달팽이가 그걸 욤뇸뇸 먹는 모습을 보면서

그래도 남은 한 마리는 6개월을 살겠거니

시킨 대로 먹이 두 알을 주고

다음날 허물을 벗더니

허물과 함께 나머지 새우 하나가 붉게 변하고

이틀 만에 멸망한 

나는 두 마리의 이름을 지어주지 않고

깡이라는 이름을 주었는데

둘 중 살아남는 아이가 그 이름을 가질 거라고

겨우 하루 이름을 얻고자

나에게 이름을 주게 한 거니

물병만으로 생명이 살기를 바란 건

너무 한 건 아니라고 생각해보지는 않니

어항이라는 이름으로

갖가지 설명이라지만

결국 핑계로

너무 가볍게 

나에게 건네는


반겨주지는 않아도

방안에

살아있기를 희망하는 생명이 오늘도 머물러있기를 바라는 마음

방문을 열 때마다 

짧은 경련이 온다

그마저 이틀이 가지 못했지

나에게 없던 것이 온다

있던 것이 일어난다

잠자고 있다가

단지 일어난다

활동을 시작한다

결국 무언가 내 잘못은 아닌 거지 그치

이틀이 방안에 머물러 있다

나는 언제쯤 갈 수 있니

물어보는데

이틀이도 삼일이도 하루이도

곳곳에 나가지 못하고

방안에 참 많은 일들이 있어

달팽이는 여전히 어항이라고 믿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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