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약에 그때"
어렸을 때부터 역사를 좋아했다. 한국 역사, 세계 역사 가리지 않고 역사책 보는 게 참 재미있었고 좋았다. 고등학교 1학년 때까지만 해도 역사학과에 진학해 학자가 되는 게 꿈이었다.(역시 꿈은 꿈으로 남아있을 때 아름답다) 고증을 하는 서적, 야사, 그리고 소설까지 다양하게 읽다 보면 이런 생각이 들곤 했다.
"만약에 그때"라는 가정문 말이다.
"일어나지 않은 일이 실제로 일어났다면?"
"그랬으면 어땠을까?"
물론 그랬으면 현재도 바뀌었을 것이다. 그렇기에 어디까지나 '만약에 그때'라는 가정을 하게 된다. 역사에만 해당되는 말은 아니다. 지금을 살고 있는 나에게도 자주 던지는 질문이다.
'만약에 그때 내가 이 선택이 아닌 다른 선택을 했다면 인생이 어떻게 되었을까?'라는 질문 말이다.
처음 글을 시작하고 작가 소개란에 무슨 말을 쓸까 고민하다가 적은 글이 프로 이직러이다. 좋게 포장해서 프로 이직러지 나쁘게 말하면 한 곳에 오래 다니지 못하고 이리저리 옮겨 다닌 사람이다. 물론 나쁜 점만 있는 건 아니다. 깊이는 없지만 다른 환경을 좀 더 많이 경험해 봤다. 새로운 곳에서의 적응은 나태함 보다는 부지런함을 키울 수 있었고 업무의 변경은 이 업종의 다양함을 체득할 수 있는 경험이었다. 음식을 할 때 좀 더 풍부한 재료로 새로운 시도를 해볼 수 있는 것과 비슷하다고 생각하고 싶다.
장점으로 생각했을 때, 단점으로 생각했을 때, 그때마다 '만약에 그때'라는 생각을 많이 했다.
"그때 안 옮겼더라면 지금 이런 경력은 없었을 거야"라는 긍정적인 결론이나
"그때 좀 더 참고 다닐걸", " 그때 만류를 듣을걸, 그랬으면 어땠을까"라는 일종의 후회 말이다.
선택은 내가 했다. 그래서 긍정적인 결론이나 후회 모두 겸허히 받아들이려 한다. 그리고 배운다. 경험을 통한 삶의 지혜를 말이다. '만약에 그때'라는 가정을 통해 장점과 후회를 배웠듯이 말이다. 지금의 결과를 반추해보고 현명한 선택을 하기 위한 좋은 질문이다. 선택은 결과의 전 단계이다. 그래서 선택을 어떻게 하는지에 따라 결과가 달라진다. 경험은 선택을 도와주는 가장 믿을만한 가치이다. 경험은 내가 살아온 모든 행위를 뜻한다.
'만약에 그때'라는 가정은 그 당시 경험에 대한 가치를 확인할 수 있는 좋은 지표이기에 최상의 결과를 얻기 위한 중요한 질문이라고 할 수 있다.
'역사는 현재를 비추는 거울이다'라는 말을 좋아했다. 과거의 사실을 통해 현재를 미루어 본다. 시대가 변하고 기술이 발전해도 그것을 만드는 건 예전이나 지금이나 똑같은 사람이다. 역사를 통해 좋은 것은 물려주고 과오는 교훈으로 남겨둔다. 좋은 것과 과오를 구분 짓는 것 중에 '만약에 그때'도 있을 것 같다. '만약에 그때'라는 가정을 통해 선택의 결과를 확인할 수 있는 좋은 지표이기 때문이다.
내 삶의 '만약의 그때'도 마찬가지다. 과거의 내 모습을 통해 현재를 미루어 보고 미래를 예측하고 싶다. 그 순간만큼은 즐겁고 또 괴로워한 적이 있다. 성공도 있었고 실패와 시련이 있었던 만큼 그것을 통해 지금의 내 모습이 어떠한 가를 되짚어 본다.
'만약에 그때'라는 질문을 통해 오늘, 그리고 내일 생길 수 있는 수많은 선택에 대해 신중히 고민하고 현명한 선택을 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