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맞다고 생각해?"

by Ryan
"이게 맞다고 생각해?"


질문하는 사람의 표정과 어투에 따라 두 가지 생각이 스쳐간다.


1. 제대로 확인하고 얘기하는 거야? 이게 맞다고 생각해?

2. 너의 생각과 분석에 확신이 있는 거야?


나의 팀장님은 독수리나 사자와 같다고 생각했다. 독수리나 사자는 자기 새끼를 절벽에 밀어 넣는다. 살아남는 법을 몸소 깨우치라는 것이다. 험한 세상 언제까지 나의 품에 있을 순 없다. 난관이 너를 강하게 만들 것이다! 이런 성향을 가지셨던 분이다. 기존에 일하는 법과는 조금 다른 형태의 회사에 경력직으로 입사해서 매 순간이 멘붕이었다. 아는 것은 거의 없는데 직급은 대리이니... 남들은 다 자연스럽게 일하고 있는데 나 혼자 겉도는 것 같고 본실력이 들통나서 뒤쳐질까 겁났다.


"대리님 이건 아시지요?"


모른다고 하기엔 질문한 사람의 눈에는 '설마 이걸 모를까'라는 정말 말 그대로 "설마 눈빛"이었다.


"아 그거요. 알지요. 근데 여기서는 어떻게 처리하려나.... 제가 확인해 볼게요"


순간 대처능력 잘한 나에게 셀프 칭찬한 뒤 폭풍 검색과 관련 책을 탐독한다. 역시 위기는 기회이고 고난은 사람을 발전시킨다고 했던가... 매일 같은 일을 하면서 조금씩 적응하기 시작했고 이제 어느 정도 회사의 시스템과 용어에 익숙해지고 있었다. 좀 더 일을 잘하고 싶었다. 더 배우고 싶었다. 그래야 인정받고 나도 뿌듯해지니까.

팀장님은 차분히 가르쳐 주는 스타일이 아니었다. 일단 업무를 주셨다. 그 전에는 구경도 못해본 업무의 담당자가 되었다. 타 팀에 있는 동료, 그리고 전임자에게 물어보며 일을 배워나갔다. 팀장님하고의 술자리에서 진지하게 물어본 적이 있었다.


"팀장님 전 팀장님에게 일을 자세히 배우고 싶습니다!"


"알아서 하는 거지 뭘 배워. 그리고 너 대리 아냐? 대리라면 이 정도는 알아서 해야지"


서운했다. 난 배우고 싶었는데, 가르쳐 줬으면 했는데...


그 전에는 구경도 못해본 업무 중 프로모션 업무가 있었다. 주기적으로 변화를 주는 업무였고, 상품 선정 그리고 가격까지 회의를 통해 결정되었다. 공유 회의 전 팀장님께 먼저 보고를 하는데 자료를 보시더니


"이게 맞다고 생각해?"


나는 바로 대답을 하지 못했다. 제대로 배우지도 못했는데, 이게 맞는지 잘 모르겠는데, 그런 생각만 들었다.


"OO는? , OO는?"


팀장님의 짧은 질문에는 내가 놓치고 있던 그 부분이 있었다.


"네가 나한테 자료 올리기 전에 한번 더 확인해봤어? 모르니까 처음이니까 안 배웠으니까 그거 말고 네가 정리한 자료를 한번 더 고민은 해봤어?"


그랬다. 나름 큰 회사의 대리로 입사했다. 기존에 해왔던 업무와 시스템이 전혀 다른 회사였다. 적응에 노력한 나머지 정말 당연히 해야 할 일들을 놓치고 있었다. 세일즈를 위해 일하는 사람이라면 세일즈를 올리기 위해 상품을 분석하고 판매 가격을 고민해야 했다. 그러려면 현재의 판매량과 재고량 등등 필수적으로 알아야 할 사항들을 먼저 분석했어야 했다. 내가 만든 자료에는 재고가 없거나, 판매 가격이 안 맞는 상품들이 같이 혼재되어 있었다. 대리라면 이 정도는 알아서 해야지라는 말을 들었을 때 서운함이 들기 이전에 내가 받은 업무에 대해 먼저 분석을 했어야 했다. 배운 게 없는데 어떻게 분석하냐라는 생각 대신 내가 아는 것을 확실하게 적용해보고 분석한 다음 물어봤어야 했다. 팀장님은 그걸 보신 게다.


처음부터 다시 봤다. 시간이 얼마가 걸리는 건 중요치 않았다. 배우기 이전에 내가 알던 것들과 조합하고 필요한 것들은 주변에 조언을 구해가면서 업무를 익혔다. 이제 다른 업무도 마찬가지였다. 모르는 업무가 오더라도 당황하지 않았다. 시스템을 이용해 답을 찾고 유관부서에 협조를 요청해 자료를 받았다. 그리고 최종 보고를 하기 전까지 확인 또 확인했다. 이번에 만든 자료를 가지고 팀장님에게 갔다.


"이게 맞다고 생각해?"


"네 팀장님 전년 자료, 타 팀 자료 다 받아서 같이 비교해봤습니다. 이렇게 하는 게 맞는 것 같습니다. 수정사항 있는지 확인 부탁드립니다."


"그래? 음... 그럼 이렇게 하던지"


팀장님과는 아직도 연락하며 잘 지내고 있다. 가끔 농담 삼아 '절 너무 무심하게 대하셨어요'라고 말한다. 팀장님보다 먼저 퇴사할 때 정말 죄송한 마음이었다. 최근에 같이 점심을 먹고 팀장님에게 이렇게 말씀드렸다.


다시 회사일을 한다면 팀장님하고 일하고 싶습니다.라고

keyword
이전 11화"희망 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