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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OJI May 12. 2020

세계에서 가장 어려운 운전면허 취득하기

독일에서 프로생활러 되기



세계에서 가장 어려운 독일 운전면허제도



재작년 가을 독일 운전면허에 대해 알아보던 시기에 발견한 무시무시한 기사의 제목. '세계에서 가장 어렵다고?' 망..했군^^. 기사를 읽으며 왜 진작 한국에서 면허를 따지 않았는지 참 억울다. 한국에서 면허를 취득했으면, 독일 현지 면허증으로 변경 바로 운전이 가능했을텐데. 나는 독일에 오기 전 면허가 없었고 독일 장기 거주자에 해당해, 독일에서 운전을 1부터 시작해야 했다. 독일은 장기 거주자의 경우(학생비자나 워크비자 혹은 영주권 소지자), 거주 6개월 이후에 다른 나라에서 취득해온 면허는 원정면허(!?)로 취급해 인정해 주지 않고 있.


독일에서 면허를 따고 운전을 시작한 지 만 1년차. 지금 다시 생각해보면, 세계에서 가장 어렵다는 부분에는 조금 과장이 섞여있는 듯 하다. 하지만 그만큼 시험 합격률이 낮은 편이고 절차가 꼼꼼하기 때문에 그런 악명을 얻은 것 아닐까. 독일 운전면허 제도의 A부터 Z까지는 아니더라도, 개인적으로 독일 운전면허를 준비하면서 느낀 특별한 점 몇 가지를 적어보려 한다.



어서 와, 수동 운전은 처음이지?



독일에서는 1종 혹은 2종 보통(Klasse B) 선택 후에도, 자동변속기와 수동변속기 중 어떤 차를 운전할 것인지를 선택해야 한다. 개인적으로 국내에서 수동변속기 차량을 본 적이 없으므로 나는 당연히 자동변속기 면허를 신청하려 했으나, 예상치 못한 주변의 만류와 복잡한 수업 절차 때문에 결국 수동변속기 면허 준비를 시작하게 되었다 (사건의 발단). 처음 운전 학원에 등록하고 자동변속기 면허를 준비하고 싶다고 말했을 때, 주변 독일인들의 반응은 하나같이 똑같았다.


에이 운전은 수동이 제맛이지~
자동 면허로는 수동 차량 운전이 불가해! 알고 있지?
나중에 렌터카 빌릴 때 제약도 있고 불편할 텐데..


이때까지만 해도, 그래 너네들이 뭐라 하건 나는 수동 운전이 필요 없단다^^ 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문제는 다른 곳에 있었다. 바로 내가 등록한 운전면허 학원에 자동변속기 차량이 1대, 자동 운전을 가르치는 선생님도 딱 한 명 밖에 없다는 것. 뒤늦게 안 사실이지만, 우리 학원보다 작은 규모의 학원의 경우 연습용 자동변속기 차량이 아예 없는 곳도 존재한다고 한다 (이런 말도 안 되는). 결국 운전 연습 스케줄을 짜는데 불편함을 줄이기 위해 나는 수동 면허 준비를 시작하게 되었다. 이렇게 독일 운전면허 지원자들은 대부분 수동 면허를 준비한다고 보면 된다.  



필기시험 합격률 30%, 실기시험 합격률 27%


독일 운전면허의 악명은 시험 합격률에서 온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그 합격률이 낮은 편이다. 실제 내 경우나 주변 지인의 경우를 보면 필기에서나 실기에서 보통 한 번은 고배를 마시고 심한 경우는 2번, 3번 이상씩 떨어지기도 한다. 하지만 역시 그와 반대로 한 번에 필기와 실기를 모두 합격하는 Natural born driver(태어나보니 운전이 체질)의 경우도 있으니 너무 겁먹을 필요는 없다.


우선 필기시험은 30문항 사지선다형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이중 2문제 이하로 (10점 미만의 감점) 틀릴 경우에 합격이다. 답이 하나 이상인 경우가 많으므로 우리가 흔히 생각할 수 있는 찍기란 불가능, 공식을 외워놓지 않으면 계산이 불가능한 사악한 문항들도 있어 딱 공부한 만큼 결과가 나오는 시험. 학원에 등록하면 보통 1300개의 문항을 연습해 볼 수 있는 어플을 다운로드하는데 이 1300개 문항을 세 번 반복하면 보통 큰 문제없이 시험에 합격할 수 있다는 불문율이 있다. 처음엔 오버 아닐까 생각했지만 나도 아마 3번까지 반복하지 않았으면 시험에 통과하지 못했을 것 같다. 수능 이후  끝났다고 생각했던 객관식 문제풀이의 무한반복을 경험할 수 있다.


실기 시험의 경우, 필기시험 합격 외에도 갖춰야 할 조건들이 몇 가지 더 있는데, 그중엔 시력 검사증, 8시간 짜리 응급처치 교육(Erste Hilfe Kurs) 수료증 외에도 고속도로 주행 4시간, 밤길 운전 3시간, 시골길 운전 5시간 이렇게 총 12시간의 최소 주행 연습기록이 요구된다. 이렇게 준비를 마치고 나면 실기시험을 볼 수 있는데, 합격률이 27% 로 저조한 이유는 아마도 45분 주행시험 중 작은 실수도 용납이 되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우리가 생각하기에 작은 실수도 시험 감독관에 따라 중요하게 생각하는 경우가 많아 차 안 밖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예를 들어, 나의 첫 주행시험 불합격 이유는 바로 고개를 크게 돌리지 않았기 때문 - 응? 독일의 골목길 또는 신호가 없는 도로에선 오른쪽에서 오는 차가 우선순위에 있어(Right before Left) 왼쪽에서 오는 차는 오른쪽에서 오는 차를 기다려야 한다. 그래서 골목길을 지날 때에는 항상 오른쪽 길을 주시하며 차가 오는지 확인하며 낮은 속도로 지나가야 한다. 그런데 내 경우 (변명을 해보자면) 오른쪽 골목길에 차가 한 대도 없다는 것이 이미 5미터 전방에서부터 명확해 보여 그냥 잠깐 눈길 한번 주고 속도를 줄여 지나갔다. 감독관은 이 때문에 불합격을 주었고 다음부터는 아무리 차가 없어 보여도 고개를 어깨너머로 돌려 차가 정말 없는지 확실하게 확인을 해야 한다고 따끔한 조언을 해주었다.


이보다 더 황당한 경험담으로는, 성공적인 도로주행 후 주차를 하고 나가려고 문을 여는데, 밖에 차가 오는지 확인하지 않고 문을 열었다는 이유로 불합격을 받은 사례 등이 있다. 적어도 내 경우엔 그것보단 덜 억울하지 않았나 라고 생각하며 나 자신을 위로해본다.  


이처럼 까다로운 기시험 합격을 위해서는 매사에 조심성 있는 성격과 시험을 위해 준비된 할리우드 액션, 그리고 덜 깐깐한 시험관을 만나는 운도 필요하다. 또 아무래도 대도시보다 근교나 시골에 사는 사람이라면 도로주행 구간이 상대적으로 덜 복잡 이 점도 도움이 될 수 있다. 나와 같이 대도시에 사는 경우, 안타깝게도 같이 달리는 자동차뿐만 아니라, 여기저기 난데없이 튀어나와 같이 달리는 자전, 트램, 버스 그리고 공사현장 등에도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



독일 운전면허 비용은 평균 1500~2200유로 (약 190~290만 원)


독일 운전면허의 또 하나의 특징은 아마 면허 준비에 들어가는 비용이 아닐까 싶다. 처음에 이 비용을 들었을 때 믿을 수 없었지만, 면허 취득 후 보니 슬프게도 나는 평균보다 더 많은 비용을 지불했다 (총 2700유로). 이는 시험 신청비, 면허 발급비를 다 포함한 비용이긴 하지만 그래도 정말 비싼 편이다. 아무래도 내가 사는 주가 바이에른 주라서 수업 비용이 가장 비싼 것도 있고 실기시험에 한 번 떨어져 도로주행 연습을 늘렸더니 비용이 더 많이 들었던 것 같다. 보통 한 타임(45분) 운전연습 비용이 42~52유로이고 이론 수업, 수험료 그리고 이론시험 준비용 어플 등 여기저기 들어가는 비용이 꽤 많은 편이다.  


보통 운전면허 준비부터 취득까지 걸리는 기간은 4~6개월 정도로 개인의 시험 합격여부에 따라 달라진다. 나는 5개월 정도가 걸렸고 다행히도 지금은 면허증을 갖고 수동변속기 차량을 구입해 당당히 독일의 도로를 달리고 있다.




이렇게 쉽지 않은 독일의 운전면허 제도 때문이라도, 독일에 장기 거주하며 운전을 할 일이 있다면 독일에 오기 전에 미리 혹은 독일에 온 지 6개월 이내에 한국에서 면허를 취득해 올 것을 추천하고 싶다. 지금까지 독일 운전면허 취득에 대해 어려운 점만 나열한 것 같아 그 장점도 몇 개 적어보자면, 안전운전 강박증과 수동 운전 스킬이 있을 수 있다.


꼼꼼하고 철저한 절차만큼이나 면허를 취득할 즈음에는 자연스럽게 안전 운전에 대한 강박(!?)이 생기며, 우리나라에는 드문 수동 차량을 운전할 수 있다는 뜬금없는 장기 또한 추가된다. 참고로 수동 운전이 익숙해지면 자동 운전보다 재미는 있다. 물론 언덕에서 출발하다 시동이 꺼져버리는 몇 번의 시행착오를 거친 후에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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