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고성일 Feb 07. 2019

제2회 - "연극이 좋아, 아니면 뮤지컬이 좋아?"

우리나라 사람들은 일 년에 몇 작품의 공연 작품을 볼까? 우리나라에서 공연 입장권을 사서 극장에 가는 사람은 아직도 그리 많지 않다. 작품에 관련된 사람들을 통해 무료로 또는 할인된 가격으로 관람을 하는 사람은 많다. (우리는 이런 것을 가족잔치라고 부른다. 이런 모습은 연극보다 무용공연과 음악회에서 더 심하다.) 드물게 장기 공연되는 작품들에 홍보하는 것을 보면 그 작품을 몇 백만이 보았다고 하곤 한다. 그런데 그 몇 백만이라는 숫자는 한 사람이 두 번 이상 보았다는 뜻을 포함한다. 극장의 관객석이 채워진 그 숫자가 그 작품을 본 사람의 수와 일치하지는 않다는 뜻이다. 그 몇 백만에서 어느 정도 뺀 수가 그 작품을 본 사람의 수가 될 것이다. 연극을 보러 극장을 찾는 사람들이 많이 늘어났다고는 하지만 아직도 한국의 관객층은 얇다. 연극을 보러 가는 사람들보다는 연극과 아무런 관계없이 사는 사람들의 그 수가 상대적으로 훨씬 많다. 그런 사람들마저 자신이 연극을 안다고 생각한다. 연극에 대해 책이나 신문, 또는 인터넷과 방송을 통해 알려지는 사실(진실이 아닌)들만을 접하고는 연극을 이해한다고 생각한다. 연극을 체험하기 위해 극장을 찾아서가 아니다. 자, 연극에 대한 오해가 있을 만하지 않을까?    


 뮤지컬이라는 양식에 대해 깊이 이야기를 나누기 위해서는 뮤지컬 그 자체를 넘어서는 그 상위 개념인 연극 그리고 공연예술이라는 것에 대해 늘 신경을 곤두세워야 한다.

 내 친구 중 한 명은 대학 때 천문학과를 다녔다. 여자를 처음 만나게 되는 자리에 가서 자기가 천문학과에 다닌다고 하면 거의 다 이렇게 물어보곤 했다고 한다. “별자리점 볼 줄 아세요?” 거의 모든 직업과 분야에 이렇게 뜻밖의 단순한 선입견과 오해를 경험하고 있다.    


 연극이라는 것이 배우들이 대사를 외고 분장해서 무대 위에 올라가 연기하는 거 아니냐고 한다. 틀린 말은 아니다. 그러나 이런 설명은 어떨까? 연극은 인간을 탐구하고, 사회의 모습을 보여주고, 막힌 담을 헐고, 대화의 길을 찾고, 삶에 대한 암시를 하는 작업이라는. 이런 너무 진지한 이야기를 너무 액면으로 드러내면 마치 관객을 가르치려는듯한 건방진 연극이 되기 때문에 창작인들은 직접적 의도를 숨겨서 이야기로 풀어나간다. 숨기더라도 연극에 대한 그 진지한 개념은 존재한다. 연극에 대한 오해가 많을수록 뮤지컬에 대한 오해는 더 심해질 수밖에 없다. 뮤지컬은 연극의 한 양식이기 때문이다.    


 뮤지컬은 연극의 한 양식이다. 예술 양식 중 하나의 장르로 구분되는 경향이 있지만 엄밀히 말해서 연극의 한 양식이다. 뮤지컬을 연극의 한 양식으로 보는 것을 불편해하는 사람이 있을 수도 있지만 강조하건대, 뮤지컬은 연극의 한 양식이다. “연극이 좋아, 아니면 뮤지컬이 좋아?”라는 질문은 오류가 있는 질문이다. “스포츠가 좋아, 아니면 축구가 좋아?”라고 묻는 것과 비슷한 것이다.     


 뮤지컬을 다른 연극과 따로 구분해서 말하는 것은, 일반적으로 뮤지컬에서는 극적 진행에 있어서 음악의 기능이 적극적으로 강조된 모습을 가지기 때문이다. 극적 진행을 주로 대사로 수행하는 대사극, 또는 담화극과 구분하기 위해 굳이 그렇게 따로 부르는 것이다. 그러나 연극의 그 다양한 모습들은 대사극이냐 뮤지컬이냐라는 단순한 이분법으로 구분될 수는 없다. 뮤지컬 양식이 아닌 연극은 그 양식 자체와 그 양식을 표현하는 말 역시 방대하다. 굳이 뮤지컬만 따로 논의하기 위해 뮤지컬이 아닌 연극과 구분하여 부르자면 musical과 non-musical이 된다. 우리말로 옮기자면 ‘뮤지컬’과 ‘비(非)뮤지컬’(뮤지컬을 음악극이라고 한다면 ‘음악극’과 ‘비음악극’)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뮤지컬이 연극의 한 양식이라는 또 하나의 증거는 ‘영화 뮤지컬’이라는 용어이다. 영화 뮤지컬이라는 용어는 뮤지컬이라는 양식으로 표현된 영화를 일컫는 것이지 않은가? 그리고 연극에 관한 수많은 이론서에도 뮤지컬을 연극의 한 양식으로 다루고 있으며, 현재 공연 중인 영어권 공연예술에 대해 잘 안내되어 있는 www.playbill.com에서도 뮤지컬을 공연예술의 장르라기보다는 작품의 특징으로 분류하여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축구의 세계선수권대회(즉, 월드컵)가 그 어떤 단일 스포츠 종목의 국제대회보다 규모가 크고 독립적이고, 나아가 정치적이라 하더라도 본질적으로 스포츠에서 독립했다고는 할 수 없다. 마찬가지로 꽤나 독립적인 시장을 가진 뮤지컬이라 하더라도 연극의 한 양식이 아니라고는 할 수 없다.    


 어쨌거나 우리 사회에서는 뮤지컬과 뮤지컬이 아닌 연극을 ‘뮤지컬’과 ‘연극’으로 일컫는 것은 사실이다. 이 사실을 무시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라 이제부터 할 논의에서는 위에서 언급된 필자의 기본적 개념을 함께 가지고 가자는 것이다. 그리고 이제부터 말하는 뮤지컬은 영화 뮤지컬보다는 무대 뮤지컬에 대한 이야기라는 것도 정하고 가자.      

이전 01화 제1회 - 러닝 머신(Running Machine)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