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니까 적당히 나를 달래고 일어날 수 있어야해.
저번 글에서도 이야기 했듯이, 나는 엉덩이를 오래 붙이고 있는다고 해서 좋은 글이나 좋은 작업물을 만들 수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만약에 내가 제대로 집중하고 있다면 모를까, 제대로 집중도 하지 못하는 상태에서 오래 엉덩이를 붙이고 있는 것은 사실상 신종 괴롭힘에 가깝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나다.
하지만 이런 내 성향은 스트레스 해소나, 나 자신을 오냐오냐해주는 과정에서도 똑같이 발휘된다. 내가 나 자신을 오랜 시간 달래고 있다보면, 어느 순간 나 자신을 달래던 일은 나 자신에게 면죄부를 주기 위한 행위 정도로 변질되기 때문이다. 다들 알다시피, 애초에 일을 남겨놓고 오래 쉬는 것부터가 그렇게 달가운 일이 아니기도 하고. 결론은 그거다. 오냐오냐를 애초에 똑똑하고 건강하게 하기 위해서는 내가 어떻게 쉬어야 짧은 순간에 후련하게 쉴 수 있는 사람인지를 아는 것이 선행되어야 하는 것이다.
지난 주의 숙제를 기억하는가? 지난 주의 숙제는 스스로의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법을 알고 있어? 라는 질문이었다. 이 질문을 받아놓고, 1+1을 물어본 것 마냥 개운하게 알아! 하고 대답할 수 있는 사람은, 글쎄, 얼마 되지 않을 것이다. 나조차도 최근까지 그랬다.
당당하게 이야기할 점은 아니지만, 난 술을 꽤 일찍 시작했다. 사회생활이 빨랐기 때문이었다. 담배도 20이 된 해에 배웠다. 술과 담배를 하면서, 나는 왜인지 모를 쾌감을 느꼈다. 술을 먹고 약간 몽롱해지면 잠도 잘 오고 기분도 좋았다. 나는 그렇게 내가 술과 담배를 꽤 좋아하는 사람으로 알고 지냈다. 아마 20대 초반까지는 그렇게 알고 지냈던 것 같다. 사실 20대 초반에는 실제로 좋아하는 사람이었을 수도 있다. 지금의 내가 잊어버린 걸지도 모르지. 하지만 술과 담배를 내가 즐기지 않는다는 것을 20대 중반 쯤에 알았다.
내가 술과 담배를 즐기지 않는다는 사실을 안 것은 일단 술을 먹고 나서 잠이 잘 안 오기 시작했을 때 부터였다. 20대 중반이 되자, 전처럼 부어라 마셔라 하고 술을 즐기지 않게 되었다. 원래도 토할 때까지 먹는 스타일이 아니기는 했다. 몇 번 토할 때 까지 먹고 나니 재미가 없어졌기 때문이었다. 이젠 어정쩡하게 술을 먹고 애매하게 취해 깨어있는 시간의 괴로움을 알았다. 가뜩이나 불면증을 앓는 나는 이렇게 애매하게 취하고 나면 술에서 완전히 깰 때 까지 몇시간이고 깨어있어야 했다. 그럴 바엔 술을 안 먹는게 나았고, 실제로 대학을 벗어나니 술을 즐거운 수준으로만 먹는 모임이나 술을 안 먹는 모임도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자연스럽게 음주량이 줄었다. 불편하진 않았다. 오히려 이게 지금의 내가 좋아하는 수준으로 술을 즐기는 방식이라는 것을 알았다.
담배도 비슷했다. 나는 꽤 묵직한 담배를 피우는 편이었는데, 그렇다고 다른 사람들처럼 2시간마다 담배를 피우지 않으면 죽을 것 같아! 이런 기분의 사람은 아니었다. 오히려 한 달에 2시간만 피우는 경우나 그마저도 안 피우는 경우도 많았다. 한참 뒤에야 나는 내가 담배의 니코틴이 좋아서 담배를 피우는 사람이 아니라, 연기를 내뱉는 행위가 재밌어서 담배를 피운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니코틴의 타격감이 거의 안 느껴지는 전자담배로 바꾸고 나서도 연초 생각은 거의 하지 않았다. 담배 연기를 뱉는 것이 재밌어 피우는 것이 사실이라는 게 증명되는 순간이었다.
게다가 나는 생각보다 나 자신에게 관심도 없고 가차도 없는 사람이라서, 종종 나 자신을 학대하는 수준으로 일 하고는 했는데, 사실 요새도 바빠서 약간 그렇게 지내고 있다, 그렇게 해서 한계에 다다르면 늘 울면서 어머니의 품으로 들어가 하소연을 했다. 좋아서 하는 주제에 매일 울어제끼니 어머니 입장에서도 퍽 답답했을 것이다.
이 모든 이야기를 들어보면 알겠지만, 난 빈말로도 스트레스 관리를 잘 하는 사람이라고는 할 수 없는 사람이었다. 그런 내가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건강한 방법, 오냐오냐를 해주는 건강한 방법을 찾은 것은 꽤나 최근의 일이었다. 그리고 나는 그 방식으로 한계에 내몰리지 않는 법을 배웠다.
그건? 또 다음 주에 알려줄게.
숙제!
지금 알고 있는 스트레스 해소 방법, 정말 해소 방법 맞다고 확신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