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냐오냐 자기관리에 대해서
일주일만에 다시 돌아온 비폭력 자기관리론자 김재유. 지난 주 원고를 다들 즐겁게 읽었을까? 개인적으로는 지난 주 원고를 통해, 많은 사람들이 자기 자신을 굉장히 엄하게 대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기를 바란다.
어린이를 먹이지 않고, 재우지 않고, 놀게하지 않으면 학대가 된다. 반면 어른에게는 같은 일을 해도 학대가 되지 않는다.
<호오즈키의 냉철>이라는 책에 나오는 문장이다. 나는 이 이야기를 하면서 이런 이야기도 했다. 다 먹고 살자고 하는 일인데, 자기 자신에게 너무 엄하게 구는 것은 오히려 폭력적인 행위일지도 모른다는 말. 그러면서 자기 자신을 건강하게 오냐오냐 해주는 자기 관리가 필요하다는 말도 했었는데, 지난 한 주 동안 과연 건강하게 오냐오냐 해주었을까? 건강하게 하는 오냐오냐라는 것이 무엇인지 생각해보았을까? 아마 각자의 건강한 오냐오냐의 기준이 생겼을텐데, 오늘은 나의 건강하게 오냐오냐하기의 기준을 이야기해볼까 한다.
내가 생각하는 건강하게 오냐오냐 하는 자기관리란 바로 인정이다. 다른 무엇도 아니고, 인정. 내가 그런 사람이라는 것을 인정하는 것. 인정이 왜 오냐오냐인지 바로 생각할 수 없는 사람들을 위해서 작은 예시를 하나 들어보겠다.
그런 날이 있다. 날씨도 꿀꿀하고 괜히 머리도 아프고 일도 잘 안 되는 것 같은 날. 그런 날이면 괜히 자기 자신이 잘못해서 그런 일들이 벌어지는 것 같아 자기 자신을 쥐잡듯이 잡기도 한다. 하지만 모두가 알고 있듯이, 그런 날 자기 자신을 쥐잡듯이 잡는다고 일이 잘 되지는 않는다. 오히려 자기 자신을 괴롭히다 기력이 떨어져 나가 떨어져버리면 몰라도.
나는 그런 날이면, 일단 내가 지금 컨디션이 좋지 않다는 것을 '인정'한다. 오늘 날이 별로인데, 집중 잘 안 될 수도 있겠는데? 그런 마음으로 작업실 책상에 앉는다. 책상에 앉아서는 생각한다. 오늘 무슨 일을 해야하더라? 내가 해야하는 일을 작은 순서대로 나열한다. 작은 일부터 차근차근 한다.
작은 일부터 차근차근 하는 것은 별 이유는 없다. 굳이 따지자면 내가 작은 성취감을 뽈뽈뽈뽈 쫓아가다가 큰 일까지 낼름해버리는 결과를 원하기 때문이다. 물론, 그렇게 되는 날 보다는 그렇게 안되는 날이 좀 더 많기는 하다. 그런 일이 일어나면 컨디션 관리를 못한 나를 탓하거나, 내가 이렇다 저렇다 말을 얹는 대신 그냥 쿨하게 '인정'한다. 그렇군, 내가 지금 컨디션이 안 좋아서 일에 집중을 못하는구나. 그런 기분이 들면 바로 의자에서 내려온다.
많은 사람들이 알겠지만, 일이 안되는 상황에서 의자를 엉덩이에 붙이고 있는다고 일이 되지는 않는다. (내가 입에 달고 사는 말이 있는데, 울어서 일이 해결되면 나는 24시간 365일 울고 다녔을 것이라는 말이다.) 그런 날은 끙끙거리며 마저 의자에 앉아있는 것보다는 차라리 쿨하게 의자에서 내려오는 쪽이 낫다.
의자에서 내려오고 나면, 일단 일을 하고 싶지 않고 능률이 나오지 않는 나를 또 '인정'한다. 그렇군. 넌 지금 그런 걸 하고 싶지 않은 거야, 그렇지? 그럼 다른 걸 하자. 잠깐 쉬고 오면 능률이 오를까? 그렇게 고민하며 자기 자신을 또 움직인다. 밥을 먹거나, 영화를 하나 보거나. 주로 코인노래방에 가서 화끈하게 한 시간 정도 놀고 오는 편이다.(이 원고 쓰는 동안에도 일이 손에 안 잡혀서 아트박스에 다녀왔음을 밝힌다.)
사실, 이런 이야기를 들으면 주변 사람들은 이게 왜 자신을 오냐오냐 해주는 것인지 이해하지 못할 때도 있다. 그냥 놀 때 놀고 일할 때 일할 줄 아는 사람 아냐? 하지만 키워드는 자신을 몰아붙이지 않는 것에 있다. 내가 몰아붙여지지 않도록, 내가 적당한 긴장감 내에서 자기를 단속할 수 있도록 은근~한 밀당을 진행하는 것이다. 이 은근한 밀당에 오냐오냐의 법칙이 들어가는 것이다.
그래, 알았어요. 오냐오냐가 뭔지는 알았어요. 근데 전 그렇게 저를 오냐오냐 못할 것 같은데요?
그거에 대한 이야기는 또 다음 이 시간에!
숙제!
스스로의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법, 알고 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