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것을 깔아뭉갤듯한 굉음이었다. 그 뒤를 이어 비명과 환호가 따라왔다. 겁에 질린 해원은 두 다리가 얼어붙어 꼼짝 할 수 없었다.
쿠우우우우웅
금속 덩어리가 머리 위로 지나가자 무시무시했던 소리도 순식간에 사라졌다. 온몸을 옥죄던 전율도 단숨에 흩어졌다. 무서웠던 순간은 까맣게 잊어버리고 해원은 자신도 타고 싶어졌다.
“엄마, 나도 저거, 저거 타고 싶어.”
팔을 잡아당기며 보채는 딸의 손을 선주가 살며시 잡았다. 롤러코스터를 타기에는 아직 어렸다.
“해원아, 저건 키가 120 센티미터 이상 돼야 탈 수 있는데?”
“지혜가 나랑 키가 비슷한데, 자기 키가 121이라고 했어.”
마지막으로 기억하는 딸의 키는 116 센티미터였다. 그게 언제였는지는 기억나지 않았다.
선주는 롤러코스터 탑승구를 찾기 위해 주변을 둘러보았다. 저 멀리 키재기 자를 들고 서 있는 너구리가 눈에 들어왔다. 입구를 통과할 자격이 있는지 판별하는 문지기였다. 어느새 문지기 앞에 선 해원이 소리 질렀다.
“봐봐, 엄마, 나도 탈 수 있다니까.”
딸의 말대로였다. 포니테일 머리가 탑승을 제한하는 붉은 선을 살짝 가렸다. 너구리의 시험을 통과한 해원은 신이 났다. 엄마 손을 잡아당기며 앞장섰다. 위쪽에서 쿠르릉 소리가 날 때마다 긴 대기줄은 훌쩍 줄어들었다. 마침내 계단 꼭대기까지 올라간 해원은 플랫폼에 서서 발을 동동 구르며 차례를 기다렸다. 그러나 막상 롤러코스터가 굉음과 함께 들어오자 다시 겁에 질렸다. 열차는 기이한 마찰 소리와 함께 멈춰 서더니 반대편 플랫폼으로 사람들을 쏟아냈다. 곧이어 탑승문이 활짝 열렸지만 해원은 한 발자국도 움직이지 못했다.
“해원아. 저기 빨간 길 보이지? 이 기차는 저걸 꽉 붙들고 달리는 거야. 길에서 벗어나지도 않고 떨어지지도 않아. 거꾸로 뒤집혀도 절대 안 떨어져.”
“안 떨어져? 절대?”
“어, 절대로.”
해원은 안 떨어져, 안 떨어져, 주문을 외며 발을 내디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