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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형준 Mar 30. 2019

사장님 목에 누가 방울을 달 것인가?

[이형준의 모티브 65]


팀장들을 대상으로 리더십 워크숍을 진행하는 중이었다. 롤 플레이를 먼저 끝낸 참석자가 이런 이야기를 한다.


“그런데요. 우리만 변해가지고 소용이 있나요. 저희 윗 사람들은 이런 이야기를 해도 소용이 없어요. 특히 저희 사장님은 너무 기준이 강해서 변하지 않아요.”



3세 경영인이자 오너인 사장님은 성공에 대한 욕구도 강하고, 재무 출신이라 숫자로 내용을 파악하는데, 요즘 계획했던 매출도 안 나와서 워크숍에서 배운 것들, 직원들의 이야기를 경청해주고, 동기를 유발하고, 질문을 통해 스스로 하도록 하려고 해도 윗사람들이 독한 이야기를 하거나 직원들을 박살 내 버리면 아무 의미가 없다는 주장이다. 적어도 자신들에게 그렇게 안 하니 억울하다는 것이다. 사장님이나 임원들에게 먼저 가르쳐 달라는 주장이다.



© The New Daily



정말 그런 상사들이 있다. 자기만 옳다고 생각하는 사람들. 본인은 남들과 다른 존재라 생각하고 성과가 안 나오는 이유는 자신은 잘 하는데 부하직원들이 못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 이런 상사들은 직원들이 성장해 나가면 발목 잡는 사람들이다. 자기를 중심으로 생각하니 자신과 다른 생각을 가진 직원들을 힘들게 하고 아프게 해서 결국은 변화와 도전을 포기하게 만든다.



그런데 상사만 그런 것도 아니다. 직원 중에서도 자신만 옳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 자신의 생각이 맞는데 사장이 현장을 모르고 자기 맘대로 한다고 생각하는 직원들. 자기만 맞다고 생각한다면 이들도 똑같은 사람들이다. 이런 직원이 상황을 고려하지 않고 사장님께 자신의 주장을 세게 주장하다 보면 그중 한 명은 깨지게 되어 있다. 강대강으로 부딪쳤을 때 깨지고 나가는 사람은 당연히 직원이다.



이런 상황을 지켜본 직원들은 찍 소리도 못하고 속만 끓이고 억지로 끌려다니게 된다. 눈치만 보고 시키는 대로 마지못해 하는 척만 하고 뒤에서 서로 불만만 나눈다면 이 조직과 그 안의 구성원들은 어떻게 될까? 결국 망하는 쪽으로 흘러가게 된다. 서로 생각이 다를 때는 의견을 나눠야 하는데 공포스러운 분위기에서는 아무 말도 못 하게 된다. 그래도 전해야 할 말이 있을 때는 '누가 사장님의 목에 방울을 달 것인가?'라는 문제가 생긴다.



© Kaizen



자신이 방울을 다는 역할을 해야 하는 사람은 미칠 노릇일 것이다. 그동안 내가 봐 왔던 사람 중에 이 일을 가장 잘 처리하는 사람의 행동에서 힌트를 얻고자 한다. 모 그룹의 인사부장 출신인 그는 카리스마 넘치는 사장님들을 잘 보필한다고 소문이 났었다. 지금은 회장님의 인정을 받아 그분이 관심 있어 하는 프로젝트의 리더를 맡아 일하고 있다. 그와 함께 했던 시간과 경험을 되살려 그의 노하우를 설명하자면 이렇다.



1. 겸손한 자세

그는 상사의 이야기를 듣는 자세가 다르다. 함께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느껴지는 느낌은 겸손함이다. 상대방의 눈을 진심 어린 눈빛으로 쳐다보고, 말을 하면 진중하게 눈을 깜박이거나 고개를 끄덕인다. 중간중간에 보이는 표정은 정말 당신의 이야기를 잘 듣고 있다는 느낌을 들게 한다. 자세도 바르고, 중요한 내용은 꼭 노트에 받아 적는다. 온몸에서 겸손함이 흐른다.



2. 상대의 의중 파악

이야기를 다 들으면 상대가 한 말을 자신의 입으로 맞는지 확인한다. 그렇게 정리를 하는 이야기를 들어보면 말한 사람보다 더 정리를 잘할 때도 많고, 그가 왜 그런 이야기를 했는지 핵심을 잘 집어낸다. 상대의 의중을 파악해서 그것이 가지는 의미에 대해 힘을 주어 인정한다. 상대의 속마음을 잘 알아듣고, 가치에 대해서 알아봐 주니 그 말을 한 상사로부터 신임을 얻는다.



3. 섬세하고 정중한 표현

그는 말 수가 많지 않다. 말의 속도도 빠르지 않다. 그런 그가 상사의 이야기에 반하는 말을 할 때는 조금 더 조심스러워진다. 단어 하나하나의 표현 선택에 굉장히 세심하고 섬세하게 고르고 있다는 것이 느껴진다. 조심스럽게 이야기를 꺼내는 모습을 보면 상대방도 집중하게 된다. 그리고 그 말의 뜻을 곱씹으며 듣게 된다.


© Wall Street Journal



4. 적절한 타이밍

그는 말할 타이밍을 잘 안다. 절대로 섣불리 들어가지 않는다.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항상 그는 듣는 사람이라는 것이 느껴진다. 평소에 말을 많이 하는 사람이 아니기에 그가 말을 할 때는 시선이 간다. 전체적인 상황과 대화를 나누는 와중에 적절한 타이밍에 이야기를 푸니 자연스럽게 그의 주장에 힘이 실린다.



5. 상대가 받을 수 있는 제안

그가 요청하거나 제안하는 것은 절대 과하지 않다. 상대방이 받을 수 있는 만큼만 조금씩 제안한다. 그것도 상사가 한 이야기에 자신은 어떤 점이 좋았는지 말하면서 살짝 자신의 의견을 가미시킨다. 상사 입장에서는 자신의 의견 열 개를 받아준 부하직원이 전체를 위해서, 그리고 당신을 위해서 하나나 두 개 정도를 제안한다고 하니 상사는 마지못해서라도 받아준다.



6. 끈질기고 긴 호흡

그의 남다른 장점은 끈기와 엄청나게 긴 호흡에 있다. 앞서 말한 데로 절대 한 번에 모든 것을 설득하려 하지 않는다. 하나씩 하나씩 설득해 나간다. 그런데 여기에 포기함이 없다. 일이 진행되는 동안 조금씩 설득하고 조금씩 바꿔나간다. 처음에 일을 시작할 때는 사장님 마음대로 일이 시작되었는데, 프로젝트를 마무리하고 보니 결국 그의 뜻대로 정리가 되어있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란 적이 있다. 그는 천천히 은근하게 바꾼다.



© Gary Gerber



7. 힘든 자리는 함께 간다

그는 자신이 돋보이려고 하는 사람이 아니다. 좋은 일에서도 그렇고, 어려운 자리에서도 그렇다. 정말로 힘든 결정이나 주장을 할 때는 혼자 가기보다 여럿이 함께 가길 원한다. 센 한 사람을 이기기 위해서는 다수의 의견과 힘이 모여져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혹시나 생길 후폭풍에 여럿이 함께라면 그 아픔도 나눌 수 있기 때문이다.



자리에 연연하지 않고, 조직에 맞는 방향을 겸손하게 주장하니 그는 주변에 아군이 많다. 그에게 사장님을 어떻게 그렇게 잘 설득하는지 묻자 그는 이렇게 대답했다. “아니에요. 저도 제 주장 다 못하고 살아요. 저도 틀릴 때가 많다는 것을 알거든요. 사장님 자리에서 보면 저보다 더 많은 정보를 가지고 계시고, 또 그분도 어쩔 수 없이 주장해야 할 때가 있거든요. 저도 아니다 싶을 때는 쥐 죽은 듯이 있어요. 꼭 필요할 때만 조금씩 말씀드리는 거예요. 그래야 저도 숨이 트이고, 의미가 생기거든요.”



정말 독한 리더가 아니다 싶을 때는 기다리는 게 방법이다. 그런데 조직이 망할 때까지 가만히만 있으면 사장만 잘리는 것이 아니라 자신도 기회를 잃게 된다. 할 이야기 있을 때는 해야 한다. 아주 조심스럽게. 그렇게 할 자신이 없다면 그냥 쥐 죽은 듯이 사는 수밖에 없다. 그냥 그렇게.







[이형준의 모티브 65] 사장님 목에 누가 방울을 달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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