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형준 May 18. 2019

무언가 잘못된 순간 사용하는
'문제해결 프로세스'

[이형준의 모티브 72]


오후였던 약속시간이 오전으로 바뀌었다. 대구가 코칭 장소라 SRT 예약을 다시 했다. 그래도 요즘은 손쉽게 앱으로 예약을 하고 취소를 할 수 있으니 다행이다.




9시부터 시작하는 아침 일정이라 서둘러 움직였다. 그래도 이제는 고속철도 덕분에 두 시간이면 갈 수 있다. 상쾌하게 시작한 그룹 코칭은 기분 좋게 마쳤다. 미리 예약한 열차시간까지 두 시간 가까이 남았다. 간단히 햄버거로 점심 식사를 하면서 코칭일지를 정리한다. 잠시 후 서울로 올라가 미팅 하나만 마치면 기분 좋게 주말을 맞이할 수 있다.




노트북을 챙겨 자리에서 일어나 플랫폼으로 향한다. 걸어가며 미리 끊어놓은 티켓을 보면서 전광판에서 해당 기차 편을 찾는데 보이지 않는다. 다시 한번 찬찬히 찾아보는데 마찬가지다. 뭔가 잘못된 느낌이다. 예약한 표를 꼼꼼히 살펴보니 아뿔싸! 대구에서 수서로 가는 것을 끊은 것이 아니라 수서에서 대구 가는 기차를 예약해 놓은 것이다.












무언가 잘못된 것을 느끼는 순간부터 몸은 표 파는 곳으로 향하고 있었다. 앱으로 확인해본 표는 이미 매진이다. 앞에 세 명이 서있는데 좀처럼 줄이 줄어들지 않는다. 급한 마음에 발을 동동 구르며 서있다 차례가 되어 역무원 앞으로 가서 물어본다.


“제가 표를 잘못 끊었어요. 수서역 갈수 있는 표가 없나요?”


“없어요”




“서서 가는 입석도 없나요?”


“없어요. 금요일이라 표가 없어요. 저희도 어떻게 할 수가 없어요"




일단 약속시간인 3시 반까지 서울로 갈 수는 없다. 이럴 때 문제상황에만 빠져있어서는 안된다. 여기서 해결할 수 있는 있는 것은 무엇인지 생각하고, 우선순위를 잡아야 한다. 먼저 가장 중요한 것은 미팅이다. 일단 이 상황을 설명하기 위해 잘못 예약된 표를 캡처 받아 미리 카톡으로 보냈다. 그리고 전화를 걸었다.


“이거 어떻게 하죠. 표를 잘못 예약하는 실수를 했어요. 오후에 하기로 한 미팅 다음 주로 옮겨도 될까요?”


...


“네, 그렇게 하세요”




일정은 연기가 되었다. 천만다행이다. 만약에 실제 강의나 코칭이었으면 어쩔뻔했나? 생각만 해도 아우, 몸서리가 처진다.




가장 중요한 문제를 해결했으니 다음은 서울로 가는 방법이다. 가장 좋은 방법인 기차는 더 이상 가능성이 없다. 그다음 해결책은 고속버스다. 마침 대구는 고속버스터미널이 기차역 바로 옆에 붙어있다. 폰으로 표를 알아보며 이동하는 데 누가 뒤에서 나를 부른다.


“코치님~”


아 반가운 얼굴. 얼마 전 8개월간의 프로젝트를 함께 한 이다. 이런데서 만날 줄이야. 그런데 내가 정신이 없다. 간단히 인사만 하고 터미널로 향한다. 표 파는 곳에 가니 다행히 15분 후에 출발하는 버스가 있다. 이제 한숨이 놓인다.




버스에 올라 핸드폰 충전기와 이어폰, 전자책을 꺼내고 가방은 선반 위에 집어넣는다. 양복 상의는 벗고 편하게 앉는다. 그래도 다행이다. 이 표를 구하지 못했다면 한동안 터미널에서 기다렸어야 했다. 기차로는 2시간이면 가는 거리를 버스로는 그 두 배인 4시간이 걸린다. 버스터미널에서 집까지 가는 시간도 추가. 여유 있게 시간을 즐기자는 생각을 했다. 생각해 보니 아까 만난 팀장을 더 반갑게 챙겨주지 못한 게 걸린다. 카톡으로 미안하다는 메시지를 보낸다. 창밖으로 보이는 대구 전경은 그대로인 듯 새로워 보인다. 강물 위로 분수가 보이는 것도 인상적이다. 이어폰으로 평소에 즐겨듣는 팟캐스트를 들으며 편하게 책을 읽는다.









한참을 가고 있는데 다른 프로젝트를 함께 하는 코치님에게서 전화가 왔다. 일정을 잡는데 문제가 생긴 것이다. 원래 예정된 계획과 달리 고객사의 요청에 따라 팀장들이 코칭 하는 것을 참관하기로 했는데 그분 고객 중에 제주와 강원도의 팀장들이 포함되어 있는 것이다. 해당 코치님도 어떻게든 해보려고 일정을 조정하고 있는데 워낙 잘하시는 분이라 일정도 많고 원하는 날에 도저히 맞출 수 없다는 것이다.




무선이어폰이라 그런지 터널을 지날 때 잠깐씩 소리가 잘 안 들리기도 하고, 버스 안이라 큰 소리로 이야기를 나누기도 어렵다. 제대로 말을 알아들을 수도 내용을 확인할 수도 없으니 열이 올라온다. 더 이상 대화가 어려울 것 같아 잠깐 멈춤을 요청했다. 카톡으로 보내준 계획이 왜 어려운지 어떤 게 문제인지 잠시만 생각할 기회를 달라고 했다. 그분은 한 시간 후에 다시 전화를 준다고 했다.




워낙 일정이 복잡하고, 이름을 간단히만 적어 놓아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는다. 노트북을 꺼내 보내준 일정과 기존 조구성을 맞춰보니 무슨 말인지 이해가 간다. 해당 코치님이 변경된 계획으로 지방을 가시려면 기존 계획보다 3일을 더 빼야 하니 시간과 기회비용이 더 드는데 그것에 대한 불편함이 있고, 일정 조율을 위해 통화한 고객사 담당자가 딱딱하게 나와 마음도 좀 상하신듯 하다.




얼마나 바쁜 분인 줄 아는데 약속보다 3일을 더 빼라고 부탁하기도 어렵다. 그렇다고 고객사에게 그만큼의 비용을 더 달라고 하기도 무리다. 이렇게 조건이 안될 때는 상황에서 한발 빠져나와야 한다. 좀 더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필요하다. 찬찬히 창밖을 바라보며 생각해본다.




그분의 일정이 도저히 안된다면 내가 하면 된다. 프로젝트 리더인 내가 가면 된다. 3일 모두를 가기는 나도 일정이 안되니 제주는 해당 코치님이 해결하신다고 했으니 강원도 두 팀만 내가 맡으면 된다. 하루 날짜를 빼서 내가 가는 것으로 해결하면, 일정을 무리하게 빼는 부탁도, 추가적인 비용에 대한 요청도 해결할 수 있다.




약속한 시간에 전화가 왔다. 먼저 상황에 대해 양해를 구하고 내가 생각한 아이디어를 말씀드리자 몇 가지를 물어보신다. 답변을 해드리고 궁금증이 풀어지자 그렇게 하시겠다고 한다. 다행이다.




다시 한번 정신을 차리고 오늘 하루 내가 무엇이 문제였는지 제대로 해결하고 있는지 따져본다. 문제는 오후 약속에서 오전으로 옮기면서 새로 오전에 갔다 오는 표를 예약하면서 기존에 표를 취소했어야 했는데, 시간이 비슷하게 겹치면서 엉뚱하게 오는 표를 취소한 것이었다. 급하게 덤벙대다가 한 실수다. 코칭 일정 문제는 나의 문제는 아니었다. 책임질 과제였을 뿐.




보통 문제가 생기면 머리가 하얗게 된다. 패닉에 빠진다. 이럴 때는 문제보다 해결해야 하는 기회에 집중해야 한다. 나는 보통 이런 식으로 문제를 해결한다.




1. 지금 해결해야 할 문제는 무엇인가?


2. 그중에 할 수 없는 것은 포기하고, 해결할 수 있는 기회는 무엇인가?


3. 해결해야 하는 과제 중에 중요한 순으로 우선순위를 세우자면 어떤 순인가?


4. 그 과제가 해결이 어렵다면 상황을 풀 수 있는 창의적인 아이디어는 무엇인가?


5. 해결책이 나왔다면 무엇을 제일 먼저 행동으로 옮겨야 하는가?




이런 흐름으로 행동으로 옮기고 그 순간을 최대한 활용하려고 한다. 지금도 이 순간을 최대한 이용할 방법을 찾다가 이 글을 쓰고 있다. 내일 새벽에 다시 글을 수정하겠지만 초고를 미리 써놓으면 좀 더 여유 있게 작업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세상 일이 다 그렇다. 아무리 열심히 살아도 실수란 생기는 법이다. 그때 할 수 없는 일에 매달리다 보면 아무것도 진척이 안된다. 그때는 포기할 것과 할 수 있는 것을 구분하는 것이 문제를 해결하는 쪽으로 마음을 바꿔준다. 또한 문제를 해결하다 보면 뜻밖에 얻는 것들이 있다. 이런 글 쓰는 여유시간과 일정 확인의 기회, 그리고 두 번 더 코칭 할 기회.




그래도 앞으로 표 끊을 때는 좀 더 꼼꼼히 살펴봐야겠다.






[이형준의 모티브 72] 무언가 잘못된 순간 사용하는 '문제해결 프로세스'


직장인의 성공을 위한 팟케스트 <3040 직딩톡> https://audioclip.naver.com/channels/1649



이전 19화 높은데서 떨어질수록, 더 높게 튀어오른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