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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형준 Nov 09. 2019

높은데서 떨어질수록, 더 높게 튀어오른다.

[이형준의 모티브 9]


토요일 아침 아끼는 동생의 전화를 받았다. 어떠한 문제가 있더라도 반짝이는 아이디어를 찾아내고, 일하면서 겪는 어려움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는 친구인데 큰 문제가 터진 것이다. 큰 규모의 프로젝트를 진행하느라 사전에 철저한 준비를 하고 진행해 왔는데, 협력업체 쪽에서 문제가 터졌고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한달 이상 인내하고 고군분투 했는데도 해결은 되지 않았다. 그런데 그 문제가 발단이 되서 또 다른 문제가 터지자 주말인데도 상대편 회사 담당임원을 만나러 쫓아 들어가기 전에 전화를 한 것이다. 자신 회사의 문제도 아니고 협력업체의 능력 부족과 거짓 보고까지 해결해야 하니 얼마나 답답할까.  
 
지금까지 얼마나 열심히 살아왔고, 성장을 위해 노력했고, 다른 이들을 위해 자신의 것들을 내주었던 친구인지 알기에 내 마음도 안타까왔다. 전화를 끊고 나니 내가 겪었던 힘들었던 순간의 감정까지 떠오른다. 분하고, 억울하고, 당황스럽고, 답답하고, 두렵고, 불안했던 기억들.
 


© Chicago Mind Solutions


미래에 대한 어려움을 제일 먼저 느끼는 감정은 '불안'이다. 불안이란 자신의 내, 외부에서 위험을 예견하면서 나타나는 염려와 걱정의 느낌으로 시간이 지나면서 두려움으로 증폭된다. '두려움'은 모호성과 위험의 상호작용으로 생긴다. (두려움=위험x모호성) 위험이 크거나 모호성이 크면 두려움은 커지는 것이다. 반대로 두려움을 줄이기 위해서는 모호성을 없애거나 위험의 정도를 살펴봐야 한다.
 
영화를 보면 장르 마다 숨겨진 제작원칙이 있다. 뛰어난 공포영화 감독은 무서운 악마나 적을 길게 보여주지 않는다. 공포의 대상이 나타나기 까지 점점 긴장을 고조시키되 막상 결정적인 순간은 순식간에 지나간다. 이는 관객들이 공포의 대상에 익숙하게 되지 않기 위해서다. 모호했던 두려움의 원인이 무엇인지 밝혀지면 두려움까지 감소하기 때문이다.
 
두려움이 주는 위험이 얼마나 큰지 실제 따져보는 것도 방법이다. 테슬라와 스페이스엑스의 대표인 엘론 머스크는 사업이 망하면 어떻게 될까 두려웠다고 한다. 그래서 그는 '하루에 1달러로 살아가기'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30달러를 가지고 냉동 핫도그 30개와 오렌지 30개를 사와 한달 내내 이것만 먹었고 질리면 싸구려 토마토 소스로 파스타를 해먹었다. 사업이 망해도 월 30달러는 벌 수 있겠다는 생각으로 일을 시작했다. 위험도 따져보면 별게 아닌 경우도 많다.
 
사실 어려움은 내 맘대로 오는 것이 아니다. 나와 상관없이 훅하고 들이닥친다. 이로 인해 충격을 받는 것은 내 맘대로 안되지만, 여기서 회복하는 데에는 나의 의지가 중요하다. 이런 어려움에 대응하는 힘이 개인마다 다른데 이를 '회복탄력성'이라 부른다.
 
미국 하트매스 연구소의 롤린 맥크레이티 Rollin McCraty 박사는 회복탄련성이란 ‘스트레스나 도전적 상황, 역경을 딛고 일어서는 힘’이라고 정의한다. 이는 크게 신체, 정신, 정서, 영성적 영역으로 이루어져 있다. 쉽게 보면 신체적으로 튼튼하거나 정신적, 정서적, 영성적으로 단단하면 회복될 힘이 큰 것이다.
 
어려움에 빠졌을 때 산책이나 운동은 도움이 된다. 몸에서 화가 차올라 아무 생각도 나지 않을 때 무작정 걷다보면 화가 가라앉고 정신도 돌아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미친듯이 달리거나 평소에 하던 운동으로 땀을 쭉 빼고 나면 다시 시작해야겠다는 의욕이 올라오기도 한다. 몸과 마음은 연결되어 있기에 몸이 힘을 내기 시작하면 마음에도 힘이 올라온다.
 
정신적으로 어떤 마음가짐을 가지느냐도 중요하다. 일년 내내 내리는 비는 없다. 우기가 되어 끝도 없이 비가 내리는 것 같지만 시간이 지나면 그친다. 너무 힘들면 몸에 힘을 빼보는 것도 방법이다. 물에 빠졌을 때 최선을 다해 허우적거리면 더 밑으로 가라 앉는다. 이때는 오히려 하던 것을 멈추고 힘을 빼고 누우면 몸은 저절로 떠오른다.  
 
사람 마음은 참 간사하다. 지금 이렇게 죽을 것 같은데 시간이 지나면 별 것 아닌 것이 된다. 너무 아픈 고통도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기회가 되고, 계기가 되기도 한다. 어느 순간 '이렇게 힘든 것도 예전에 더 힘들었던 때를 생각해보면 감사한 일이야'라는 말이 나올 때도 있고, '이 어려움을 잘 넘기면 한 단계 더 성장하는 기회가 되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나이가 들어보니 지금 이 순간이 올 때까지 얼마나 많은 사람의 도움과 지원이 있었는지 알것 같다. 나를 아끼는 이들의 마음과 도움이 모아져, 그 위에 현재의 내가 있다는 생각을 하면 감사한 마음이 든다. 가진 것을 잃어도 덜 억울할 것 같고. ‘한번 뿐인 인생 열심히 즐기고, 마음껏 살다가자’는 생각이 든다. 니체의 말 대로 ‘아모르 파티'.
 
난 안다. 힘들 때 주변의 친구가, 사람이, 얼마나 큰 도움이 되는지. 힘들 때 믿을 수 있는 친구, 형, 언니, 동생에게 전화 걸어서 말해보자. 힘들다고, 어렵다고, 억울하다고, 실컷 이야기해보자. 속에 있는 억울한 감정을 다 쏟아내고 나면 개운해지고, 시원하고, 다시 시작할 힘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회복탄력성에는 ‘진흙공과 고무공’의 비유가 있다. 공 안에 있는 탄성이 회복탄력성이라는 것이다. 같은 높이에서 떨어져도 탄력성이 낮은 진흙공은 땅에 닿는 순간 철퍼덕하고 뭉개져 버린다. 하지만 회복탄력성이 높은 고무공은 땅에 닿아도 탱하고 튀어오른다. 고무공은 높은 데서 떨어질수록, 더 높게 튀어오른다.
 
내가 아끼는 동생에게 해주고 싶은 말은 "너는 탄탄한 고무공 같은 존재이니 이번이 더 높게 튀어 오를 계기라고 말해주고 싶다. 나는 네가 충분히 잘해낼 것이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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