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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형준 Mar 02. 2019

일 못하는 직원은 자르는 게 낫지 않나요?

[이형준의 모티브 61]

임원 코칭이 잘 진행되고 있었다. 그러다 툭하고 나온 질문이다. “일 못하는 직원은 자르는 게 낫지 않나요?” 그의 주장은 이렇다. 상자에 사과가 있는데 썩은 사과를 그냥 놔두면 다른 사과도 썩게 한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빨리 자르는 게 낫지 않느냐는 것이다. 일견 의미가 있는 주장이다.


© Booing.com


그럴 수 있다고 했다. 하지만, 사과가 썩은 게 모두 사과 때문이라고 하기는 어렵다. 무엇이 문제인지 알아야 사과가 다시 썩거나 전체를 망치는 일을 피할 수 있다.




현실적인 이야기부터 했다. 직원을 잘라도 돌아가는 회사가 있고, 직원을 자르면 망가지는 회사가 있다. 예를 들어 업계 1등이고, 브랜드 평판이 좋은 회사는 많은 후보자가 들어오려고 줄을 서있다. 그런 회사는 일 못하는 직원을 자르면 또 다른 사람을 뽑는 것이 어렵지 않다. 또한 시스템이 완성되어 있기 때문에 일 못하는 사람이 빠진다고 회사가 안 돌아가지는 않는다.



업계에서 앞서가는 회사가 아니거나 사람들이 잘 모르는 회사는 사람 뽑는 것이 일이다. 요즘 취업난이라 뽑을 사람들은 많다고 하지만 막상 이력서를 받아보면 적절한 인물 찾기가 쉽지 않다. 기존 직원을 뽑고 가르친 비용까지 따져보면 한 사람을 바꾸는 것은 실제 그의 연봉보다 몇 배나 더 많은 비용을 치르게 된다. 그리고 새로 들어온 직원이 일을 잘할 거라는 보장도 없다.



직원 뽑기가 어려운 회사에서 직원을 쉽게 자르는 것은 독이 될 수 있다. 요즘은 인터넷 구인 사이트나 앱을 통해 그 회사에 대한 평판을 구직자끼리 공유한다. 해당 회사에 다니는 사람이나 다녔던 사람들이 적기 때문에 신뢰도는 굉장히 높은 편이다. 직원을 쉽게 자르는 회사에 대한 정보는 쉽게 공유되고, 이는 단순히 구직뿐만이 아니라 회사 이미지에도 영향을 미친다.



구성원이 수긍하는 프로세스와 납득할만한 사람이 아니라, 일방적인 상하관계에 따라 직원이 억울하게 잘렸다고 생각하면 이는 조직 분위기에 악영향을 끼친다. 고용 안정성은 직장을 다니는 사람들에게는 굉장히 중요한 부분이다. 이 회사에서 언제든지 잘릴 수 있다고 생각하면 직원들은 더 좋은 조직을 찾아 떠날 생각을 갖게 된다. 이때 가장 먼저 떠나는 직원은 일을 잘하는 직원들이다. 그런 직원들이 다른 회사에서도 뽑힐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결국 그 조직은 다른 데로 이직이 안되는 직원, 일 못하는 직원만 남게 된다.




사과가 문제가 생겼다면 과연 사과만의 책임일까? 그것을 키우거나 관리하는 것이 문제가 된 것은 아닐까? 모든 사람들은 자기중심적으로 생각하기 때문에 직원이 성과가 안 나오면 직원의 능력을 탓한다. 경우에 따라서는 정말 직원이 문제가 있는 경우도 있다. 경우에 따라서는 상사가 문제인 경우도 있다. 경우에 따라서는 다른게 이유일 수도 있다. 그런데 모든 책임을 직원 탓으로 돌릴 수는 없다.



그럼, 상사로서 어떻게 해야 할까? 이때 많이 하는 실수가 모든 에너지와 관심을 저성과자에게만 투자하는 것이다. 그를 어떻게 쉽게 바꿔보려고만 하다가 금방 포기하고 마는 것이다. 사실 리더의 시간과 돈은 굉장히 중요한 자원이다. 이를 어떻게 쓰느냐가 팀의 성과를 좌우한다. 일단은 자신의 노력이 누구에게 투입되었을 때 가장 좋은 결과를 가져오는가를 가지고 판단해야 한다. 그 순서대로 직원을 코칭 하는 게 맞다.



보통은 중간 정도의 직원에게 먼저 시간을 쓰고 투자를 하는 것이 효과적인 경우가 많다. 성장 가능성이 높고, 의지도 있기 때문에 조금만 봐줘도 성과가 나오기 때문이다. 팀장 입장에서는 팀의 성과가 어느 정도 이상으로 나와야 다른 것을 해볼 수 있는 여유도 생긴다. 중간 그룹이 상위그룹으로 올라가면 저성과자의 입장에게도 자신과의 차이가 커지고 이는 본인에게도 변화에 대한 필요성을 더 크게 느끼게 한다.



© Peak Oil


일 못한다고 찍힌 직원은 마음에 가시가 박혀 있거나, 에너지가 바닥나 있는 경우가 많다. 그 원인은 수없이 많다. 회사 내에서 무시당해서 그럴 수도 있고, 집에 문제가 생겼을 수도 있고, 정말 개인의 능력이나 성격이 문제일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이 직원을 움직이게 하려면 그 원인을 찾아 해결해야 한다는 것이다.



진심으로 도와주려는 마음과 의지가 필요하다. 상대와 이야기하면서 그 마음에 박혀있는 가시는 뽑아주고, 에너지를 충전해줘야 그도 움직일 수 있다. 이때 주의해야 할 것은 상사의 말과 행동, 표정과 느낌이 직원에게 상처의 원인일 수도 있다는 점이다. 생각해보라. 우리가 직원이었을 때 상사들에게 얼마나 많은 상처를 받았는지를. 그리고 얼마나 많이 일할 의욕을 잃었는지.



속 이야기를 들어주면서 필요한 부분은 지지해주고, 응원해주고, 같이 한번 해보자라는 의지가 생겼을 때 사람은 움직인다. 중요한 것은 이런 직원을 움직이게 만드는 것이 리더의 능력이다. 상사가 10점짜리라도 직원이 90점이면 움직인다. 상사가 50점이어도 직원이 50점 이상이면 움직인다. 상사가 100점이라면 0점짜리 직원이라도 움직이게 만들 수 있어야 한다. 상대방이 몇 점인지 생각해보면 자신의 수준이 나온다.



과제라고 생각하면 좋다. 내가 이 직원을 움직이고 성장시키는 것이 자신의 성장 과제라고. 일하면서 남 탓만 해서 풀리는 문제는 별로 없다. 그 문제에서 나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를 찾아내고 해결해야 문제는 풀린다. 자신이 사장이 아닌 이상 직원부터 자를 생각을 하지는 말자. 사장이라도 그러지 말자. 일단은 직원을 바꿔보려고 최선을 다해 노력해 봐야 한다. 그렇게 할 때까지 해보고 나서도 도저히 방법이 없을 때, 그가 조직에 너무나 큰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때, 그런 결정을 해야 구성원들도 이해하고, 조직에 충격도 덜하고, 자신의 리더십도 유지할 수 있다.


© Pasto Brain Kinse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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