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형준 Apr 09. 2024

우리 팀은 어떤 구조로 만들어져 있는가?

팀 코칭 5


출근 길 도심은 육중한 건물로 가득 차 있다. 고개를 들어야 끝이 보이는 몇 십 층의 높이, 들어가서 살펴보면 한 층의 공간은 광장이라 할 만큼 크고 넓다. 이렇게 커다랗고 안전한 건물을 짓기 위해서는 구조를 잘 세워야 한다. 가볍고도, 단단한 자재를 사용하여 적절한 구조로 잘 설계해야 건물에 쏟아지는 하중과 압력을 견디며 버텨낼 수 있다.


조직도 그렇다. 팀마다 구조를 잘 만들어야 쏟아지는 스트레스와 압력을 버티면서 구성원들이 편하게 상호작용할 수 있는 공간과 환경을 만들어줄 수 있다. 



자신이 팀의 리더라면 그냥 열심히만 일하면 다 잘될까? 팀에게는 주어지는 역할이 있으니, 보통은 주어진 상황 안에서 열심히 하는 것이 전부라고 생각한다. 이럴 경우 제한된 조건 안에서 최선을 다하지만, 팀의 어려움을 주거나 한계를 만드는 원천적인 부분,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기는 어렵다.


앞서 팀이 바라봐야 할 지향점, 팀의 목적을 정했다면 그 다음은 조직이 일하는 구조를 세워야 한다. 목적을 이루기 위해서 어떻게 조직을 구성하고 운용하는 것이 효과적일지 판단하는 것이다. 이때는 현상황에서 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것이 아니라, 목표 달성을 위한 가장 이상적인 그림을 그려본다. 누가 어떤 일을 하고, 팀원들은 누구와 함께 일하고, 어떤 역할을 맡을지 그려보는 것이다.


같은 팀이라고 하더라도, 한 해를 새로 시작할 때는 구조도 새로 그려보는 것이 좋다. 우리가 같은 일을 계속 하더라도, 시간이 흐르면 시장의 환경도 바뀌고, 경쟁도 바뀌고, 구성원의 능력과 관계도 바뀌기 때문이다. 이 변화한 상황을 고려하며 가장 좋은 구조를 그려보는 것이다.


마치 연말에 옷장 정리를 할 때 필요 없어 보이는 옷만 꺼내는 것으로 정리할 수도 있겠지만, 제대로 하려면 모든 옷을 꺼내고 청소를 한 후 새로 정한 기준을 가지고 필요한 옷만 집어넣으면 훨씬 깨끗하게 정리할 수 있다.


이처럼 변화를 이루어 갈 때 주어진 상황 안에서 무언가 변화하려고 하는 것이 아니라, 원점에서 구조를 그려보는 것이다. 그래야 임시방편적인 해결책이 아니라 근원적인 솔루션, 가장 좋은 조직의 구조를 만들 수 있다.



팀에 따라 같은 일을 하는 팀원으로만 구성된 팀도 있고, 서로 다른 역할을 하는 팀원들이 모인 팀도 있다. 나이 차이가 많이 나는 구성원들이 있는 팀도 있고, 비슷한 연배의 팀들도 있다. 팀이 하는 역할에 따라 일하는 구조를 바꿀 수 있다. 경우에 따라서는 모두가 각자 일할 수도 있고, 일의 효율을 위해 함께 일하는 구성원끼리 묶어줄 수도 있다. 이러한 구성도 고정으로 할 수도 있고, 시간이나 목적에 따라 바꿔줄 수도 있다.


팀의 구성원들은 이러한 구조에 큰 영향을 받는다. 팀원 간의 관계가 만들어지고, 일의 흐름이 생기고, 서로를 돕기도 하고, 배우기도 한다. 팀의 리더라면 이 구조를 어떻게 하는 것이 지금 팀원을 가지고 일을 가장 잘하게 할 수 있는지 치열하게 고민해야 한다. 또한 가장 이상적인 구조를 위해 어떤 구성원을 더 확보하거나 그렇지 않을지도 생각하고 움직여야 한다.



건강한 구조를 완성하기 위해서는 서로 존중하고 신뢰할 수 있는 팀의 행동 규범을 합의한다. 팀으로 일할 때 각 개인의 역량과 동기는 개인의 의지를 넘어 팀원 간의 복잡한 상호작용이나 팀의 환경에 따라 민감하게 변한다. 따라서 모든 팀원의 동기를 유지하면서 함께 일하기 위해서는 팀의 구조와 일하는 방식에 대한 합의가 중요하다.


구조를 기획하고 결정하는 것이 리더의 일이라 보이지만 자기가 속한 팀의 구조에 대한 논의는 개인의 역할과 책임에 대한 이해, 구조의 배경을 이해하는 것을 도우며 팀에 대한 소속감과 주인의식을 높이는 것에 기여한다. 팀에서 요구하는 행동을 인식하고 따르며 동료들의 개성과 장점, 역할을 존중하고 상호 의존성을 높이게 된다.



벤저민 하디(Benjamin Hardy)는 변화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의지나 태도가 아니라 ‘환경’이라고 강조했다. ‘맹모삼천지교(孟母三遷之敎)’라는 말처럼 환경이 바뀌면 인간은 이에 맞는 행동을 하게 된다. 환경을 무시하고 개인의 의지에만 의존하는 변화는 실패하기 쉽다.


고풍스런 도서관에 들어가면 책이 읽고 싶고, 세련된 쇼핑몰에 들어가면 물건이 사고 싶고, 맛있는 냄새가 풍기는 식당가에 들어서면 입맛을 다시는 것처럼 우리는 환경의 영향을 받는다. 구성원들이 서로 협력하며, 자신의 일에 최선을 다하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 그것이 팀을 만들어주는 큰 기둥이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