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형준 Feb 02. 2019

손흥민은 왜 자기 팀에서만 펄펄 날아다닐까?

[이형준의 모티브 57]


우승을 노리던 한국축구는 아시안컵에서 8강 탈락을 했다. 역대 최고의 라인업, 그동안 패배가 없었던 벤투호라 기대가 많았다. 하지만 카타르전에서 아쉽게 패배하고 말았다. 몸은 무거워 보였지만 열심히 싸웠기에 선수들을 탓할 생각은 없다.


패배를 자신의 잘못이라고 눈물을 흘리던 손흥민 선수는 토트넘으로 돌아가자마자 선발 출장을 했다. 팀이 우승을 바라보는 상황에서 주 공격수들이 부상으로 빠졌으니 감독의 어쩔 수 없는 선택으로 보였다. 며칠 되지 않은 사이에 장거리를 이동하고, 체력적으로도 무리를 한 상황이라 다치지나 않을까 걱정이 되었다.


© SBS

하지만, 그것은 쓸데없는 걱정. 자신의 자리를 찾은 손흥민 선수는 끌려가던 경기에서 감각적인 볼 트래핑과 호쾌한 슈팅으로 동점을 만들었고, 결국 역전승을 거두는데 발판이 되었다. 


손흥민 선수가 그렇게 이를 악물고 최선을 다했는데도 국가대표로서는 골을 넣지 못하고, 본인의 팀으로 돌아가서는 훨훨 날아 다니는 이유는 뭘까? 그냥 운이라고 봐야할까?


사실 이런 모습은 그동안 종종 보아왔던 모습이다. 세계 최고의 축구선수라 불리우는 메시도, 호날두도 국가 대표로만 가면 자신의 능력을 기대만큼 보여주지 못했다. 아마도 이는 팀의 구성과 시스템이 달라서 그런 것이라고 예상할 수 있다.


축구전문가들의 분석으로는 팀이란 혼자서 하는 것이 아니라 유기적으로 돌아가는 것이기 때문에 주변의 어떤 선수와 조합을 이루고, 어떤 전술이냐에 따라서 그 선수가 펼칠 수 있는 능력은 달라진다고 한다. 


국가대표팀에 대한 분석도 여기에 덧붙여진다. 단순히 한때 잠깐 관심과 응원만 가지고는 그 팀이 성장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지금 세계의 축구 강팀인 나라들은 유소년 시스템이 잘 갖추어져 있어서 유망주 발굴에서 체계적인 성장, 그들이 세계 최고의 팀들과 자주 경쟁하는 데까지 자연스럽게 이루어진다는 것이다. 결국 이런 시스템을 갖추어야 그에 상응하는 결과가 꾸준히 나오는 것이다.




연초에는 한 해를 계획하는 일들이 많다. 특히 세일즈를 책임지고 있는 영업 팀장들을 대상으로 하는 코칭 프로젝트는 장기로 진행되는 경우가 많아 교육기획 담당자나 회사 임원진과 미팅을 하면서 전체적인 목표와 진행방법들을 조율해 나간다. 이때 이야기를 나눠보면 그 회사가 추구하는 바가 무엇인지 어떤 방법을 통해 그것을 이루고자 하는지가 드러난다.


한 회사의 이야기다. 이 회사는 프로젝트의 목표는 매출이다. 다른 것은 없다. 매출이 잘 나오는 것이 지상과제다. 이를 달성하기 위해 온갖 가이드라인이 있고, 지켜야 할 규칙도 많다. 그 규칙 속에서 코치들이 성과를 만들어 내는 것이 그분들이 기대하는 바이다. 제한된 범위내에서 큰 목표까지 주어지니 부담이 크다.


다른 회사가 있다. 이 회사도 프로젝트의 궁극적인 목표는 매출상승이다. 하지만 그것을 대놓고 요구하지 않는다. 그들이 원하는 것은 팀장들의 역량 향상이다. 이를 위한 제한사항이나 가이드라인은 없다. 이미 몇 년동안 교육을 통해서 팀장들이 기본적으로 해야할 부분은 만들어 왔으니 올해의 목표인 코칭에만 집중해달라고 한다. 성과보다 역량 향상에 더 신경써 달라고 한다. 그래서 프로젝트 최고책임자에게 그렇게 주문한 이유를 물었더니 그래야 성과가 더 잘 나온다고 한다. 


본인 회사도 예전에는 성과에만 매몰되서 그것만 구성원들에게 주장을 했는데, 한동안의 성장기가 지난 후에 침체기가 왔다고 한다. 그 이후로 성과를 더 내기위해서는 말과 지시로만 성과를 내라고 하는 것이 아니라, 실제 현장에서 뛰는 플레이어의 능력을 높이는 것이 더 좋은 결과를 가져오는 방법임을 깨달았다고 한다.


두 회사를 만나면서 왠지 한국축구를 하는 회사와 유럽축구를 하는 회사를 만난 느낌이었다. 평소에는 선수들에게 아무 관심도 없다가 반짝 관심을 주면서 결과를 만들어내라는 회사. 체계적인 시스템으로 선수가 성장할 수 있도록 만들어서 성과를 내는 회사.


투혼으로 만들어낼 수 있는 성과에는 한계가 있다. 눈에 보이지 않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지속적인 결과를 만들어낼 수 있다. 결국 조직의 성과란 개인의 능력과 팀의 전술, 조직의 방향과 시스템이 딱 맞아서 가장 나중에 나오는 결과값이다. 좋은 결과를 얻고 싶다면 과정을 개선하고 관리해야 한다. 



© Skysports


이전 08화 정정용 감독이 어린 선수들을 승리로 이끈 노하우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