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형준의 모티브 29]
"학창시절에는 1등만 하면 행복할 것 같았습니다. 고 3 때는 대학에만 가면 행복할 것 같았습니다. 대학에서는 취직만 하면 행복할 것 같았습니다. 총각 때는 결혼만 하면 행복할 것 같았습니다. 직장에서는 승진만 하면 행복할 것 같았습니다. 하나의 조건이 이뤄지면서 행복할 듯했는데 또 다른 조건이 나타나 행복을 가립니다."
이 글을 보는 순간 '성공하면 행복해진다’는 생각이 잘못되었음을 알게 되었다. 무언가 이루었을 때 느끼게 되는 만족감은 오래가지 않는다. 속담에 하루를 행복하려면 구두를 닦고, 일주일이 행복하려면 결혼을 하고, 한 달을 행복하려면 차를 사고, 일 년이 행복하려면 집을 지으라고 했는데, 이를 보면 행복에는 유효기간이 있고 물질로 얻은 행복은 오래가지 않는다는 것을 말해준다. 인생을 살면서 결혼을 몇 번을 하고, 차를 몇 대나 사고, 집을 몇 채나 지을 수 있을까?
구글X의 신규사업 개발총책임자 Chief Business Officer 이자 ‘행복을 풀다'의 저자 모 가댓 Mo Gawdat은 '성공은 행복의 필수적인 전제 조건이 아니다'라고 말한다. 본인 스스로의 경험을 말하며 한때 성공하면 행복해질 줄 알고 롤스로이스 두 대를 한꺼번에 산 적도 있는데 그렇게 해도 행복해지지 않았다고 한다. 그는 자신의 경험을 통해 성공과 부가 반드시 행복으로 이어지는 것이 아니라, 거꾸로 행복이 성공에 도움을 준다고 주장한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하버드대학교 숀 아처 Shawn Achor박사도 같은 주장을 한다. 그가 든 연구결과를 보면 긍정적인 상태의 뇌는 부정적이거나 스트레스를 받은 상태의 뇌보다 훨씬 더 잘 움직인다고 한다. 정확하게는 31퍼센트 더 생산적이고, 영업사원을 비교해보면 판매 실적이 행복한 사람의 경우 37퍼센트가 더 높고, 긍정적인 감정 상태의 의사는 진단을 내리는 데 있어서 19퍼센트 더 빠르고 정확하다.
이 주장의 근거를 도파민에서 찾는다. 도파민은 행복을 느낄 때 몸속에 흐르는 호르몬으로 이는 단순히 행복하게만 만들어주는 것이 아니라 두뇌의 모든 학습 장치를 작동하게 만들어서 세상을 좀 더 분명하고 명료하게 받아들일 수 있도록 도와준다. 경험으로 봐도 뭔가 행복하고 기분이 좋았을 때 일을 신나게 하게 되고, 기분이 안 좋거나 우울하면 일도 하기 싫고 의욕도 없었던 것을 보면 맞는 이야기다로 보인다.
그럼 행복한 것은 내 마음대로 될까? 쉽지는 않지만 방법은 있다. 행복을 공식으로 보자면 나에게 벌어지는 사건에서 기댓값을 뺀 것 (행복=사건-기대)이다. 같은 영화를 보더라도 기대가 크면 실망할 가능성이 높고, 기대가 낮으면 만족할 가능성이 높은 것처럼 행복이란 기대가 낮을수록 얻을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이다.
'행복은 마음 가짐이다'라는 이야기가 여기서 나온 것이다. 행복을 연구하는 분들은 자신을 불행하게 만드는 것은 생각이지 사건 자체가 아니라고 한다. 그러므로 어떤 생각을 하느냐는 행복하게 사는 데에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현대사회를 살아가면서 무조건 기대를 낮추라는 것은 수도자가 아닌 이상 무리한 주문일 수도 있다.
이때 의미 있는 조언으로는 감사하는 마음을 갖는 것이다. 어려운 시간을 겪어봤던 분들은 조금 힘든 일이 있더라도 힘들었던 때를 생각하면 지금은 오히려 감사한 일이라고 말하는 것처럼, 내 현실을 받아들일 때 부정적으로 생각하기보다 긍정적이고 감사한 일로 받아들일 때 행복한 감정을 느낄 수 있다.
그렇다고 생각만으로 행복이 완성되는 것은 아니다. 우리 삶이 바뀌기 위해서는 행동이 필요하니까. 행복한 감정은 주로 현재에 뿌리를 두고 있다. 그렇기에 행복하기를 원한다면 '지금 여기, 지금 이곳’에 살아야 한다. 이 순간 최선을 다해서 살아가는 것이다. 어떤 일에 몰입해서 땀 흘리고 일 하면 만족감과 쾌감이 오고 이것이 곧 행복이다. 어떤 삶을 살 건 이렇게 몰입해서 산다면 결과는 좋을 수밖에 없고, 이런 결과들이 쌓이면 그것이 성공으로 이어지는 것이다.
그동안 성공하면 행복해진다고 알고 있었는데 그것은 잘못된 공식이었다. 성공하면 행복한 것이 아니라, 행복해야 성공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