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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Life is ... 06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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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짱 Jan 06. 2020

내 멘탈 좀 챙길게요

잠깐 가드 좀 올려요   

   

요즈음 자기는 유리멘탈을 가졌다고 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유리처럼 와장창 깨지기 쉬운 정신세계를 가졌다는 말로 마음의 중심이 다소 약한 사람들을 일컫는다. 하지만 다르게 생각해보면 남들보다 섬세하고 예민하다는 뜻일 수도 있다. 그만큼 타인과의 관계에 있어 공감능력이 뛰어나다고도 볼 수 있지 않을까. 

어찌됐던 나도 어떤 부분에서는 유리멘탈적인 면이 있다. 타인에 의해 의기소침해지기도 하고, 큰 영향을 받기도 한다. 누구나 그렇듯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대하다보니 어느새 나 자신을 지키는 방법을 자연스레 터득한 것 같다. 타인의 시선도 중요하지만, 나를 먼저 사랑하고 챙기는 것이 우선시 되어야 할 것이다. 자존감이 올라가야 남을 챙길 수 있는 마음의 여유도 생기게 되는 법이니까. 

영화 ‘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라’를 보면 “자신에게 상처주거나 실망하지 마요.”라는 대사가 나온다. 끝없는 경쟁과 치열한 삶 속에서 이보다 더 위로가 되는 말이 있을까. 나 자신을 잘 알고, 내가 원하는 것이 과연 무엇인지 내 멘탈부터 챙겨야하는 시점이다. 

     

거절습관들이기 나름     


처음 보는 사람들은 나를 굉장히 순하다고 생각한다. 한번은 면접관에게 “되게 순둥이 같네요.”라는 말을 들은 적도 있다. 아마 덩치(키를 포함)도 작고, 나름 동안?!이라서 그럴지도 모른다. 옛날에는 진짜 순했던 것 같기도 하다. 나이도 어렸지만, 남들이 부탁하면 거절하는 법을 잘 몰랐다. 열정도, 패기도 한창인 터라 뭐든지 열심히 했던 것 같다. 그러다보니 점점 나를 잃어가는 것 같았다. 그저 다른 사람들에게 끌려가는 것 같았다. 하 이건 정말 하기 싫은데, 이건 아닌 거 같은데 하는 것들이 생겨나면서 점점 마음의 짐이 되었다. 속으로는 별로 해주고 싶지 않은데, 겉으로는 나쁜 사람이 되고 싶지 않아 차마 거절을 하지 못했다. 결국 내 자신을 제대로 챙기지 못한 것이다. 

그래서 어느 순간부터 조금씩 나를 위해 거절하는 법을 배우기 시작했다. 직접적으로 안 된다고 하면 상대도 상처를 받을 수 있으니 살짝 돌려 말하거나(“나도 해주고 싶은데, 이러이러해서 좀 힘들 듯 싶어.”) 완곡하게 거절하곤 했다. 하지만 그런 것들이 통하지 않는 사람들도 있다. 막무가내인 사람들에게는 확실하게 거절하는 것이 좋은 것 같다. 설령 관계가 깨지는 한이 있더라도 확실한 의사표현을 하는 것이 나중을 위해서도 도움이 되는 듯하다.

그러다보면 정말 아니구나 하는 사람이 보일 것이다. 그런 기회로 인맥 정리를 가끔 한 번씩 하는 것도 더 나은 관계유지를 위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알고 있는 지인들이 모두 나와 함께 같은 길을 갈 수는 없는 법이다. 그 관계가 나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면 진지하게 고려해볼 타이밍이다. 그 사람이 나의 모든 부분을 책임져주지는 않으니까.      


 잠시만 여기 있을게요     


흔히들 자기만의 동굴과 혼자만의 시간이 꼭 필요하다는 말을 한다. 나는 이 말에 적극 공감한다. 나이가 많거나 적거나, 여자이거나 남자이거나 상관없이 사람은 오롯이 자신만을 위한 시간이 꼭 필요하다. 이 시간만큼은 그 누군가의 방해도 받지 않고, 진정한 나와 마주하는 것이다. 삶은 어떻게 사느냐가 더 중요하니까. 요즘 젊은 사람들이 나만의 힐링 스팟을 한두 개 쯤은 만들어놓는 것도 바로 이러한 이유 때문일 것이다. 

나도 지치고, 무언가 마음의 힐링이 필요할 때 찾는 장소가 있다. 조용히 혼자 생각을 정리할 수 있는 장소. 내 멘탈을 가다듬을 수 있는 장소. 개인적으로 한가하고 조용한 공원을 선호하지만, 집 근처에 그런 장소가 없는 관계로 다른 곳을 자주 찾는다. 유럽이나 일본처럼 구역마다 잘 꾸며진 공원이 있다면 아마 시간 날 때마다 갔을 것이다. 조금은 안타깝다. 하지만 별 수 없지 않은가. 그러다가 친구와 ‘서울현대미술관’에 전시를 보러 갔었다. 전시를 다 본 후, 실내에 마련되어 있는 의자에 앉아 밖을 내다보는데 그렇게 편안할 수가 없었다. 그야말로 마음에 쏙 들어버린 것이다. 그 후로 혼자, 때로는 누군가와 함께 자주 가는 최애장소가 되었다. 가끔 전시를 보러 가기도 하지만, 힐링을 위해 가는 것이 대부분이다. 맛있는 홈메이드 커피를 텀블러에 담아가서 실내 의자에 앉아 여유롭게 마시며 밖을 내다보고 있자면 신설놀음이 따로 없다. 마음의 여유도 생기고, 조용한 가운데 많은 생각을 할 수 있다. 그러다보면 생각지 못한 새로운 아이디어가 떠오르기도 한다. 아무 생각도 하고 싶지 않은 날이면 잠시 생각 없이 멍 때리고 있어도 참 어울리는 곳이라 생각한다. 사람의 인생이 생각대로 되는 것도 아니고, 잠시 생각을 쉬어가는 시간도 필요한 법이니까. 

누구나 그렇듯 집이 제일 편안한 장소임은 틀림없다. 하지만 때로는 익숙한 환경에 질려버릴 때도 있지 않은가. 집이 아닌 다른 곳에서 사람들의 힘을 얻고 싶을 때도 있다. 그럴 때는 조용하고, 아늑한 카페를 가는 편이다. 내가 무기력해있어도 끊임없이 커피를 내리고 있는 바리스타, 열심히 수다를 떨고 있는 손님, 무언가에 열중해 공부하고 있는 손님을 보고 있으면 새로운 힘(열정)을 얻게 된다. 그래서 나도 바리스타의 길을 걸었었는지도 모른다. 지금도 나는 카페에서 이 글을 쓰고 있다. 향긋한 커피 향을 맡으며, 내 생각을 정리하며.      

이렇듯 나만의 장소(아지트)를 만드는 것도 내 멘탈을 지키는 방법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물론 어떤 문제가 생겼을 때 내 공간으로 회피하라는 말이 아니다. 적극적으로 문제를 해결하고, 돌파구를 마련해야하는 것이 우선되어야 할 것이다. 내가 할 수 있는 최대한의 노력을 한 후, 혹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결이 되지 않았을 때에는 잠깐이라도 휴식이 필요하지 않을까.      


같이 걷는 거 어때요     


나는 걷는 것을 좋아한다. 체력이 약해 아주 오래 걷지는 못하지만. 다른 운동(요가도 끊었었는데, 결국 안가서 환불했다;;)은 거의 하지 않기에 걷기라도 해야 되겠다 하는 부분도 있다. 유일하게 좋아하는 것이 수영인데, 겨울처럼 추울 때는 그마저도 잘 안하게 된다. 요즈음에는 저녁을 먹은 후에 꼭 운동 겸 산책으로 걸으려고 노력하고 있다. 아파트 단지 내 산책길이 잘 조성되어 있어 한껏 활용중이다. 또 ‘하루에 만보 이상 걷기’를 시작했다. 매일 성공하지는 못하지만 나름 열심히 노력중이다. 그래서인지 몸무게도 좀 빠졌다. 유후.

아무튼 인류는 직립보행으로 오래전부터 걸어왔다. 아마 평생을 끊임없이 걸어야하는 운명인지도 모른다. 배우 하정우는 지인들과 함께 <하정우 걷기 학교>라는 소모임을 만들어 걷기의 중요성을 끊임없이 얘기하고 있다. 그가 낸 책의 제목도 「걸어서 출퇴근하는 배우, 하정우」다. 

아마 많은 사람들이 걷기가 좋다는 것쯤은 이미 알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피곤해서, 다리가 아파서, 다른 운동을 하고 있어서 등의 다양한 핑계를 대고 있는지도 모른다. 일단 시작해보자. 마음이 갑갑하고 답답할 때, 무작정 나가서 걸어보자. 신선한 공기(미세먼지가 심한 날은 피해주세요;;)를 마시며 잠시 숨을 고르면 새로운 힘이 솟을 것이다.  

무언가 생각이 복잡하고, 찝찝한 기분이 드는 어느 날이었다. 저녁을 먹는 둥 마는 둥하고 마음도 다스릴 겸 걸으러 나갔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조성진 피아니스트의 연주곡을 들으며 걸으니 서서히 마음이 풀리기 시작했다. 내가 이랬으면 안 되었구나, 앞으로 이렇게 일을 진행해야겠구나 하는 등 복잡했던 생각이 점점 정리되기 시작했다. 집에 돌아와 따뜻하게 샤워하고 있으니 갑자기 행복해졌다. 행복이 별건가. 이런 것이 행복이지. 

그래서 나는 오늘도 산책을 하고, 또 걷는다. 게다가 돈도 들지 않으니 완전 일석이조인 셈이다. 직장에서 상사에게 스트레스 받았던 오늘. 별로 듣고 싶지 않은 잔소리를 들었던 오늘. 내 맘과 다르게 흘러갔던 오늘. 혼자여도 좋고, 누군가와 함께여도 좋다. 잠시만 시간을 가지고 걸어보자. 지나가던 귀여운 길냥이를 볼 수 있는 행운이 올지 또 누가 알겠는가(내가 거의 매일 걷다시피 하는 산책길에는 길냥이가 특히 많다. 그래서 가끔은 운 좋게 애교부리는 모습을 보여준다).     


우리 얘기 좀 할까요     


오늘은 친구랑 만나기로 약속을 했다. 주 목적은 흥행중인 ‘겨울왕국Ⅱ’를 보는 것이지만, 그 후의 수다타임이 은근히 기다려진다. 재미있게 영화를 보고, 맛있는 밥도 먹고 나서 언제나 그렇듯 우리는 카페로 향했다. 영화에 대한 얘기는 밥을 먹으며 이미 했기에 다른 주제로 대화는 계속된다. 전 회사에 대한 에피소드(험담을 비롯해), 요즘 하는 생각, 앞으로의 걱정 등등 할 얘기는 산더미다. 결국 피로해진 우리는 카페에서 나와 슬렁슬렁 매장들을 구경하고, 헤어졌다. “조만간 또 봐~”라는 말을 남기며. 

그 다음주, 아는 동생과의 약속이 생겼다. 독일에서 잠깐 한국에 들어온 이 친구는 겨울마다 한국에 들어온다. 그래서 11월, 12월 중에 최소 한 번씩은 만나게 되는 귀한 인연이다. 밥을 먹고, 역시나 수다 떨러 카페에 갔다. 서로의 상황은 전혀 달라졌지만, 오래전부터 알고 지내던 사이여서인지 어색함은 전혀 없다. 자연스럽게 그동안 어떻게 지냈나, 독일에서 어려움은 없는지 등의 대화가 오고갔다. 서로의 상황을 이해하고, 상대방의 이야기에 맞장구치며 시간가는 줄 몰랐다. 4시간이 지나서야 “어머 시간이 벌써 이렇게 됐네.”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마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는 평범한 스토리일 것이다. 

우리는 많은 대화를 하면서 생활한다. 부모와, 친구와, 자매 혹은 형제와, 어떤 모임에서 만난 아는 지인과, 또는 회사 동료와. 무조건 투머치토커가 되라는 말은 아니다. 말이 너무 많은 사람은 그 피로함에 많은 이들이 곁을 떠나기도 한다. 상대방의 말을 잘 들어주기도 하고, 내 얘기도 편안히 할 수 있는 티카타카가 잘 맞는 상대가 있다면 가끔 수다 떠는 것도 필요하다는 것이다. 상사의 뒷담화도 좀 하고, 평소에 속에 담아두었던 대화도 하는 것이다. 오해를 불러일으킬만한 이야기를 하는 것은 안하느니만 못하지만, 그 누구에게 털어놓겠는가. 때로는 누군가 내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만으로도 큰 위로가 된다. 당장 해결책을 제시해주길 바라는 것이 아니다. 그저 공감해주기만 해도 큰 힘이 되는 것이다. 

그래서 대화의 힘은 큰 것 같다. 문득 누군가가 그리워질 때, 용기를 내어 연락해보자. 상대방도 나의 연락을, 나와의 대화를 기다리고 있었을지 모른다. 대화라는 매개체를 통해 서로에게 힘을 줄 수 있다면, 도전해볼만하지 않은가.     


나는 지금 이래요     


나는 감정기복이 좀 있는 편이다. 좋고 싫은 것이 얼굴에도 확 드러나는 스타일이라 포커페이스를 잘 못한다. 예전에는 화가 나면 혼자 속으로 끙끙 앓는 타입이라 나도 내가 답답했다. 덩치도 작은데다 내색을 잘 안하니 지금 힘든 부분이 무엇인지, 걱정이 무엇인지 다른 사람이 알 리가 없었다. 사람은 말을 해야 안다. 아무리 눈치가 빠른 사람이어도 항상 레이더를 세우고 있지는 않으니까. 사람들은 참다 참다 말하면 그제서야 알아주는 다소 고약한 버룻이 있다. 그래서 어느 정도 내 감정을 표현해 주는 것이 필요하다.             

싫으면 싫다, 좋으면 좋다고 확실히 표현하니 일단 내 마음의 답답함이 사라지는 것 같았다. 선을 넘는 사람들에게 확실한 의사를 보이니 나 혼자 속앓이 하지 않아도 되어 좋았다. 아직도 속상하거나 힘든 일이 있으면 내 감정에 솔직 하려고 노력중이다. 눈물이 나면 울고(내 방에서든, 샤워하면서든, TV를 보면서든), 좋으면 웃고, 화가 나면 화를 내고. 그러면서 마음이 힐링 되기도 한다. 

내 감정에 솔직해져보자. 그만큼 내면의 나는 더 단단해지고, 강해질 것이다. 누구든지 자기 속을 들여다보고, 그 안의 감정을 제대로 아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상황에 따라서는 본인의 감정을 숨기고 속여야 할 때도 있다. 하지만 나 자신조차 모르는 내 감정을 남들은 과연 얼마나 이해해줄 수 있을까?      


이 시간이 너무 좋은 걸요     


한 때 레고에 빠진 적이 있다. 지금은 거의 하지 않지만, 여전히 좋아하기는 한다. 이탈리아에 갔을 때, 레고 가게가 있어 들렀다. 종류도 다양하고, 가격도 우리나라보다 훨씬 저렴해 둘러보다 결국 하나를 사고 말았다. 한국에 돌아와 완성된 배트맨을 보니 ‘사길 잘했네.’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처럼 사람들은 각자가 좋아하는 것(분야)을 가지고 있다. 메이크업을 너무 좋아해 뷰티크리에이터가 되고, 먹는 것을 좋아해 먹방 크리에이터가 되듯이 취미가 직업이 되기도 하는 세상이다. 자기가 좋아하는 것을 하면서 스트레스를 풀기도 하고, 힐링의 시간을 갖기도 한다. 위에서 언급했던 오롯한 나만의 시간이 된다고도 할 수 있는 것이다. 

요즘 나는 관심분야가 몇 개 생겼다. 일단 내가 좋아하는 스타일로 옷을 코디하는 것. 외출하기 전날이나 내일 어딘가를 가야할 것 같다 하면 무엇을 입을지 코디를 미리 해본다. 옷장을 활짝 열고 TPO에 맞춰 옷을 입어본다. 그리고 그에 맞는 귀걸이, 목도리(겨울에는), 신발까지 미리 정해놓는다. 피아노 독주회를 가야 한다면 심플한 블랙 원피스에 고급스러워 보이는 블랙코트, 굽이 높지 않은 로퍼, 엄마가 주신 미야키 진주귀걸이를 해보는 것이다. 만족스러우면 그것으로 결정. 친구와 가볍게 전시를 보러 가는 것이면 스웨터에 좋아하는 베이지 진, 그레이 울 양말과 화이트 스니커즈면 괜찮지 않을까. 소소한 재미를 느낄 수 있는 놀이에 푹 빠져버렸다. 이 시간만큼은 다른 생각을 할 필요도 없고, 나만이 그 시간을 즐기면 되는 것이다.   또 미술을 좋아해서 다양한 전시회를 찾아다닌다. 다양한 경로로 무료 관람할 수 있는 기회가 많아 일주일에 많게는 두 번까지 간 적도 있다. 얼마 전에는 코엑스에서 2019 서울아트쇼를 해 친구와 다녀왔다. 유명한 작가의 작품부터 아직 알려지지 않은 작가의 작품까지 다양한 구경을 할 수 있었다. 내 눈에 그 작품들을 담는 것만으로도 힐링되는 시간이었다.

지금 마음의 갈피를 잡기가 어렵고, 이런저런 생각에 마음이 복잡한 사람이 있다면 일단 내가 좋아하는 것을 당장 해보자. 책을 읽는 것이든, 영화를 보는 것이든, 커피를 마시는 것이든 그  어떤 것도 상관없다. 내게 긍정적 에너지를 주는 시간을 보내고 나면 어느새 새 힘이 생길 것이다. 내 멘탈을 먼저 챙기고, 무엇이든 새로 시작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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