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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Life is ... 07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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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짱 Feb 17. 2020

유난떨지 말라구요?


옛날에는 안 그랬던 것 같은데, 뭐든지 확실하고, 깔끔한 게 점점 좋아지는 것 같다. 그런데 그런 사람이 나만은 아닌 듯싶다. 주위에 은근히 많다. 그리고 요즘은 혼자 사는 남자들도 엄청 깔끔하게 사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다.

많은 사람에게 피해를 주고 있는 코로나 바이러스만 해도 그렇다. 지금 대한민국에서 제일 이슈이자 많은 사람들이 걱정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빨리 이 사태가 끝나기만을 간절하게 바랄뿐이다. 이번 사태 때문에 마스크와 손세정제는 필수가 되어버렸다. 어딜 가나 마스크 착용은 기본이고, 백화점이나 건물 앞에는 손세정제가 배치되어 있으니 말이다. 뜻하지 않은 이 재난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유난을 떨게 되었다.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지 않기 위해서는 물론 나의 건강을 위해서도 다들 그럴 것이다. 이제는 마스크조차 구하기 어려워졌다. 또 가격은 말도 안 되게 비싸졌다. 개인과 가족, 나아가 코로나가 더 이상 퍼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일이지만, 안타까운 마음은 어쩔 수가 없다. 더 이상의 피해가 없기를 간절히 바란다.     


한동안은 내가 좀 유별난가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었다     


다시 이야기로 돌아가자면 내가 조금 피곤하고, 귀찮기는 해도 유난떨며 살 필요가 어느 정도는 있다는 것이다. 나뿐만 아니라 주위의 사람들을 위해서라도 말이다. 안전불감증은 더 이상 미덕도 아니고, 지양해야한다는 생각이 든다. 아마 오래 살고 싶지는 않아도 아파서 죽기는 싫다는 바람 때문일지도 모른다.  

어렸을 때에는 인식하지 못했지만, 어느 순간부터 화장실을 좀 가리기 시작했던 것 같다. 주위에 물어보니 의외로 어렸을 때부터 그랬다는 사람들이 꽤 많았다. 한동안은 내가 좀 유별난가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었다. 하지만 사는데 별 지장이 없고, 남에게 피해를 주는 것도 아니니 내 모습을 그대로 받아들이기로 했던 것 같다. 물론 급하면 어쩔 수 없지만, 되도록 공중화장실은 이용하지 않으려 한다. 집에서 해결을 하거나 좀 깨끗한 곳(예를 들어, 백화점이나 쇼핑몰, 전시장 같은 건물)을 사용하는 편이다. 회사에서는 선택의 여지가 없긴 하다. 하지만 너무 낡은 건물에 있는 사무실의 화장실은 그다지 편하지 않다. 나처럼 화장실을 가리는 분들도 꽤 있을 거라 생각한다. 아무래도 모르는 수많은 사람들이 사용하는 곳이다 보니 더 신경 쓰게 되는 것 같다.     


조금만 부지런히 손을 움직이면 이렇게 환경을 바꿀 수 있다     


나는 단발, 길어도 중단발 정도의 머리카락 기장을 유지해왔다. 머리 감을 때 시간도 절약되고, 말릴 때도 덜 힘들다는 이유가 제일 크긴 하다. 뭐 얼굴 유형이나 체구 때문에 긴 머리가 안 어울리는 것 같다는 개인적인 생각도 있긴 하지만. 그리고 확실히 기장이 짧으면 머리가 가볍다. 여름에 긴 머리가 얼마나 더운지 겪어보지 않으면 모를 것이다. 뭐 머리가 길던, 짧던 감고 말리면 머리카락이 빠지기 마련이다. 워낙 모질이 가늘고 얇다보니 조금만 말려도 금방 바닥에 머리카락이 보인다. 그래서 미니 빗자루 쓰레받기 세트를 구매한지 오래됐다. 매번 청소기를 돌릴 수는 없고, 머리를 말리자마자 이걸로 30초정도만 쓸어줘도 방바닥은 금방 깨끗해진다. 그래서 내가 애용하는 방법이다. 조금만 부지런히 손을 움직이면 이렇게 환경을 바꿀 수 있다.

그리고 먹을 때 누군가의 쩝쩝거리는 소리를 별로 안 좋아한다. 이건 누구나 다 그렇지 않을까 싶긴 하지만, 어쨌든 개인적인 견해다. 얼마든지 조용히 먹을 수 있는데, 소리를 내는 것은 습관의 문제라는 생각이 든다. 너무 급하게 먹다보니 자기도 모르게 그럴 수 있는지도 모르겠다. 의식적으로 조금만 천천히 먹는다면 먹을 때 내는 소리만큼은 자제할 수 있지 않을까싶다. 또 음식을 먹을 때, 가끔 음식물을 묻히거나 흘릴 때가 있다. 과자 같은 것도 되도록 접시나 그릇에 담아 최대한 부스러기를 바닥에 흘리지 않으려고 하지만, 노력만큼 되지 않을 때도 있지 않은가. 그럴 때는 그 즉시 바로 떨어진 걸 청소하거나 묻은 걸 닦으려고 하는 편이다. 시간이 지나면 까먹거나 묻은 게 잘 지워지지 않기 때문에 바로바로 해줘야한다. 한 번은 친구와 카페에 간적이 있다. 음료를 받아가던 손님이 그만 중심을 잃고 왕창 쏟은 것이다. 다행히 우리 쪽 말고, 카운터 쪽으로 좀 많이 튀었다. 나랑 친구는 우리 앞에서 수습하고 있는 직원 모습을 자연스레 보고 있었다. 그런데 직원분이 위쪽과 바닥만 닦고, 중간에 많이 묻어있는 곳을 빠뜨리는 것이 아닌가. 아마 발견하지 못한 듯했다. 게다가 흰색 타일이어서 빨리 닦지 않으면 착색되어 아무래도 나중에 닦기 힘들어질 것 같아보였다. 말해줄까 말까 고민을 하던 우리는 결국 살짝 귀띔해주었다. 직원 분은 우리말에 바로 닦았고, 타일은 다시 깨끗해졌다. 그제서야 뭔가 개운해진 우리는 서로 웃으며 얘기했다.

“우리가 너무 오지랖이었나? 그냥 놔둘걸 그랬나?”

“아냐. 저거 커피라 금방 닦지 않으면 나중에 잘 안 닦여서 더 힘들걸.”

“그치? 얘기해주길 잘한 거지? 너무 많이 튀어가지고.”

“그럼. 닦으니까 마음이 다 놓인다.”

이래서 친구인가보다.     


조금 유난떨어도 괜찮은 것 같다     


많은 분들이 아마 보풀제거기나 일명 돌돌이를 사용하고 계실 것이다. 나도 애용하는 머스트 해브 아이템이다. 겨울 이다보니 특히 스웨터나 코트 등에 먼지가 많이 붙고, 보풀도 많이 생긴다. 그래서 ‘다이소’에서 산 보풀제거기와 돌돌이를 아주 잘 이용하고 있다. 가격도 착하고,  가격에 비해 성능도 괜찮다. 그래서 근 2년째 사용 중이다. 미세먼지까지 말썽인 요즘, 외출하고 돌아와 보풀과 먼지를 정리해서 말끔해진 옷을 보면 기분이 좋아진다. 그 맛에 계속 사용하게 되는 것 같다. 이것은 나 개인의 위생 뿐 아니라 타인을 위해서도 필요한 개념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조금 유난떨어도 괜찮은 것 같다.

길을 걷다보면 방치되어있는 쓰레기나 많은 사람들이 생각 없이 뱉은 침 자국이 많이 보인다. 이번 코로나 바이러스도 비말로 인해 감염된다고 한다. 즉, 감염자가 기침·재채기를 할 때 침 등의 작은 물방울(비말)에 바이러스나 세균이 섞여 나와 타인의 입이나 코로 들어가 감염된다는 말이다. 꼭 이번 바이러스 때문만이 아니라 누가 남이 뱉어놓은 침을 밟고 싶겠는가. 그래서 거리를 다니면서 되도록 밟지 않으려고 조심한다. 괜히 기분만 나빠지니까 말이다. 아무 생각 없이 길에다 침을 뱉는 사람들을 의외로 많이 본다. 그럴 때면 이런 생각이 든다.

‘왜 굳이 길에다 침을 뱉을까? 자기 집 바닥에나 뱉지. 본인은 남의 침을 밟아도 괜찮은가보지. 조금만 배려해서 생각한다면 저렇게 행동하지는 않을 텐데. 안타깝다.’

그리고 또 싫어하는 게 하나 더 있다. 지금까지도 길바닥에 떨어져있는 은행이다. 한참 떨어질 시기에는 많은 사람들이 길가다가 밟는지 엄청 이상한 냄새가 난다. 후각이 조금 예민한 터라 그런 것을 잘 못견뎌한다. 그래서 은행을 되도록 피해서 걸어 다닌다. 정말 독한 냄새다. 은행나무가 오염된 공기에 좋다는 이유로 많이 심었다고는 하지만, 뒤처리도 좀 생각해보고 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싶다. 조금이라도 방법을 찾아 개선해나가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위에서 얘기했듯이 역한 냄새나 인위적인 냄새를 싫어하는지라 길에 담배 피는 사람이 있거나 스쳐지나가야 하는 상황이면 옆으로 살짝 돌아간다. 본인들은 모를 수도 있지만, 바로 옆으로 지나가면 연기가 바람에 날려 꽤 멀리까지 가는지 담배냄새가 엄청 난다. 그래서 되도록 냄새를 맡을 상황 자체를 만들지 않으려고 한다. 아마 비흡연가들은 엄청 공감할 것이다. 길을 다니다가 타인에 의해 어쩔 수 없이 담배냄새를 맡게 되는 이 피하고 싶은 상황을. 뭐 유난떤다 해도 싫은 건 어쩔 수 없는 거다. 건강에도 해롭고 말이다.

소음공해 때문에 이웃 간에 의가 상하는 사건들을 뉴스에서 종종 본다. 그만큼 이 도시에는 소음이 많고, 많은 이들이 소음 때문에 고통을 겪는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나는 바리스타 생활을 오래해서인지, 태생적으로 그런지 소음을 좋아하지 않는다. 주변이 시끄러운 것보다는 고요함 속에 있는 것을 더 선호한다. 그래서 TV도 크게 틀지 않고, 들릴 정도로만 틀어놓는다. 그런데 이런 조용함을 깨는 사람들이 있다. 특히 공공장소인 버스나 지하철, 카페 등에서 거슬릴 정도의 소음을 내는 것이다. 그러면 정말 매너 없다는 생각이 들 수밖에 없다. 조용한 출근길, 이어폰 없이 영상을 보는지 버스 안에 있는 모든 사람들과 내용을 공유?!하는 사람들을 제일 많이 겪어본 것 같다. 그러면 안 그래도 피곤한 출근길이 더 힘들어진다. 카페에서도 그런 적이 있다. 어떤 영상을 보는지 전혀 알고 싶지 않았지만, 뜻하지 않게 많은 사람들과 축구경기를 공유했던 분이 떠오른다. 다행히 15분 정도 있다가 나가셨지만. 

서로가 조금만 배려한다면 이런 사소한 것에 유난떨 일도 없을 것 같다. 모두가 더불어 사는 세상이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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