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영화킬러 Jun 09. 2020

소설을 쓰는 마음자세

다카하시 겐이치로 <연필로 고래잡는 글쓰기>


<연필로 고래잡는 글쓰기>라는 제목을 보니 언젠가 팟캐스트 '이동진의 빨간책방'에서 김중혁 작가가 소개했던 책이라는 것이 생각나 고민하지 않고 집어들었다. 189페이지라는 짧은 분량이고, 작가가 2001년 NHK방송 프로그램에서 자신이 졸업한 초등학교 6학년 학생들에게 '문학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강의했던 수업을 글로 옮긴 것이라 쉽게 읽힌다.    


서문에서 작가는 자신이 지금 쓰고 있는 책이 '소설쓰기'에 대한 책이면서도 소설 쓰는 방법에 대한 책을 읽고 소설가가 된 사람은 한 사람도 없고, 그 이유는 바로 '소설가는 소설 쓰는 방법을 자기 혼자서 찾아내는 수밖에 없기 때문'이라고 한다. '삶'이 무엇인지 몰라도 살아가고 '인간'이 뭔지 몰라도 인간이 되는 것처럼, 소설을 몰라도 소설을 써보며 우리를 기다리고 있는 우리만의 길을 가보라고 하는데, 그럼 이제 시작인 이 책의 남은 분량은 대체 소설쓰기에 대한 무엇을 설명하려는건지 궁금할 따름. 


작가가 소설을 쓰고 싶은 사람들에게 하고 싶은 말을 적어본다. 전부 다 쓰면 그분의 영업비밀을 모두 공개해버렸다고 속상해 하실 것 같으니 간단히 옮겨보면



우선 아직 한 글자도 쓰고 있지 않은 상태를 
실컷 즐기고
첫 행은 최대한 늦게 시작하고
이야기와는 전혀 관계없는 것들을 생각하다
쓰기 전에 고래 다리가 몇 개인지 조사하고
그냥 알고 있는 것이 아니라 
정말로 알고 있는 것을 써라!



어떻게 소설을 쓰라는 방법론을 제시한다기보다는 소설을 쓰는 마음자세를 잘 설명한 책이라는 김중혁 작가의 짧은 소개가 정말 정확한 표현이었다. 


항상 이야기는 우리 주변을 배회한다. 그래서 우리는 그것을 써내는 것이 아니라, 집중하고 관찰하고 생각하고 또 생각하다 기회가 오면, 바로 그 적절한 때가 오면 그 목덜미를 '휙'하고 낚아채는 것이다. 마치 고래를 잡는 것처럼. 대신 겁내지말고 마음껏 상상하고 마음껏 실패할 것!           




매거진의 이전글 글을 읽고 쓴다는 것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