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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assion fruit Nov 22. 2024

금지곡

조직 변경 발표를 앞두고 무기력하게 지내던 어느 날이었다. 금요일 밤늦은 시간, 집에 돌아왔다. 모든 가족이 잠든 시간. 무심하게 핸드폰으로 유튜브를 열었다. 노래를 즐겨 듣는 편은 아닌데 그날따라 노래가 듣고 싶었다. 일본 아이돌의 샹들리에 커버 버전과 박정현의 커버 버전을 비교하는 영상이 있었다. 박정현의 노래를 듣다가 괜히 센티해졌다. 그렇게 비긴 어게인에 나오는 박정현의 노래를 몇 곡 더 듣다가, 신용재의 첫 줄을 듣고, 그렇게 옮겨 옮겨가며 노래를 들었다. 늦은 밤 어두 컴컴한 거실 작은 소파에 앉아 노래를 듣는 모습이 제법 청승맞다. 


며칠 전인가 아내에게 동영상을 공유했었다. “김창옥쇼 2 – 나이 드니 눈물 흘리는 주책맞은 남편” 편이다. 그 에피소드에서 나온 남편은 김창옥 쇼만 봐도 눈물이 나고, 심수봉의 백만 송이 장미를 들어도 눈물이 난다고 한다. 회사에서 위기를 겪고 있는 것 같았다. 그 처지가 얼마나 공감이 되던지, 아내에게 영상 링크를 보내며 적었다. 


“자기야, 나도 요즘 이래.” 


노래를 이어서 듣다가, 조선팝을 듣게 됐다. 전에 들었었던 조선블루스의 작야는 정말 좋았다. 친숙한 멜로디 속에서도 구슬픈 가락이 어울린다. 울 듯 말 듯 흐느끼며 참고 누르고 멈추고 삼키고 쥐어 잡고 버티고 버티다가 끝끝내 터뜨리는 사무친 고음에, 눈물 한 방울이 주르륵 흐른다. 청승도 가지가지다……

그렇게 노래를 듣다가 새벽 3시가 넘어서야 잠들었다.


퇴사통보를 받은 그날 이후로 되도록 슬픈 노래는 듣지 않는다. 힘을 내야 되기에, 감상에 빠져 있을 수는 없기에 되도록 즐겁고 웃긴 영상들을 찾아본다. 오히려 코미디 물을 더 찾아보곤 한다. 새 직장을 구할 때까지 아래 노래들을 금지곡으로 지정한다. 


백만 송이 장미 – 심소봉

샹들리에 – 박정현 버전

작야 – 조선블루스

살아야지 – 강성희 버전 (싱어게인 3 25호 가수)

오르막길 – 박현규 버전 (싱어게인 2 37호 가수)

검은 행복 - 윤미래

첫 줄 – 신용재

봄날은 간다 – 자우림


혹시 이 글을 읽으신 분들 중, 힘이 나는 노래가 있으면 알려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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