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회사로
하......
주말을 보내고, 다시 회사로 간다. 막상 가려니 거 참, 마음이 마냥 가볍지는 않다. 다들 물어볼 텐데, 어떻게 답해야 할까. 그나마도 혼자 겪은 일은 아니니, 같은 처지에 많은 동료들이 있다는 건 위안이 된다.
스스로 약속한 시간에 일어나 새벽예배를 드렸다. 아침 식사를 차리고, 아이들이 등교하기 전, 운동복을 입고 밖으로 나간다.
"아빠 어디 가? 운동가?"
"응, 아빠 건강해지려고, 다시 운동 시작해."
이전의 나는, 아침이면 무거운 몸을 이끌고 겨우겨우 회사 가기에도 힘들었다. 그런데 아침 운동이라니?
집 앞에는 해변을 따라 쭉 뻗어 있는 공원이 있다. 운동하기에 참 좋은 조건이다. 처음 홍콩에 왔을 때, 찬란한 아침햇살을 받으며 조깅을 하곤 했었다. 그리고 이제 곧 떠날지도 모르는 상황에 다시 아침 조깅을 한다. 사실 조깅이라기에 너무나 부끄럽다. 왕복하면 1.5Km 정도가 되는 거리인데, 지금의 나는 체력이 너무 떨어져 있어서 한 번 왕복도 다 뛰지 못한다. 무리하지 말자. 천천히 만들어 나가자. 운동선수가 목표가 아니라 나의 에너지를 올리는 것이 목표다. 그렇게 가는 길로 한번 뛰고, 스트레칭을 하고 오는 길로 한번 뛰었다. 지금 홍콩의 날씨는 운동하기 가장 좋은 11월이다. 덥지도 않고 햇살도 좋다. 아침 햇살을 받으니 기분이 한결 좋아진다.
집에 와 샤워를 하고 회사에 갈 준비를 한다. 굳이 서두를 필요가 없어 충분히 쉬고 그리고 회사로 향한다. 러시아워가 지나 전철도 제법 한가하다.
"How are you?"
회사 로비에서 동료를 만났다. 상투적인 인사에 Good 하고 넘어가면 되는데, 순간 멈칫한다. 좋다고 말하자니 사실은 아니고, 나쁘다고 말하자니 그것도 그리 좋은 방법은 아니다.
"ah... you know, now that question becomes difficult one."
참, 이것도 아침인사라고, 무슨 그런 끔찍한 답변이냐고 하겠지만, 억지로 괜찮은 척하고 싶지는 않았다. 서로 사정을 다 안다.
사무실에서 가장 반가운 건, 역시 팀원들이다. 그리고 같은 처지에 놓인 동료들이다. 회사 칸틴에 가서 이런저런 얘기를 나눈다. 어떻게 주말을 보냈는지, 앞으로 어떻게 시간을 보낼지. 점심도 조금 빨리 먹었다. 10명이 둘러앉아 얌차(딤섬)를 먹으며 이런저런 회사 상황을 공유한다. 어느 팀은 언제까지, 누구는 언제까지, 남은 사람들은 어떤지 등등. 전반적으로 회사 분위기는 안 좋다. 남은 사람들도 언제 나가게 될지 모른다는 불안감에 많이 위축됐다.
그렇게 퇴사 통보를 받은 이후, 회사에서의 첫날은 그냥 흘러갔다. 대부분은 동료들과의 대화, 그리고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이야기들을 나눴다. 사실 계획보다는 어느 부서가 어떻게 됐고, 누가 어떻게 됐고, 홍콩의 상황이 어떻고...... 이런 얘기들이 주를 이뤘다. 앞으로 4개월이 남아있다. 그때까지는 회사를 나갈 수도 없기에 머물러야 한다.(퇴직 계약이 그렇다.) 당연히 새 직장을 알아봐야 하지만, 조급해한다고 되는 것도 아니고 내 감정에 무리하고 싶지도 않다. 그냥 무작정 아무 새 일자리를 잡는 것은 더더욱 안 좋다. 이 시간은 나 스스로를 재정비할 수 있는 정말 귀한 시간이 될 것이다.
안식월. 그렇게 필요했던 안식월 같은 4개월이 주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