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크만 진단 교육을 받고
회사생활을 어느 정도 하다 보면 두어 가지 이상의 성격 진단은 해 보기 마련이다. 내가 처음 접한 진단은 Insight Color였다. 그때는 그리 주의 깊게 듣지 않았다. 그냥 재미있었고 그래도 비교적 나를 잘 설명한다고 생각했다. 이후 MBTI 검사를 받았었고, 또 나아가 DISC 진단도 받았다. DISC는 강의를 위해 강사자격을 취득하고 영업부 강의에 여러 번 사용했었다. 버크만도 역사가 깊은 진단 방식인데 최근에 주변에서 많이 실행한다는 얘기를 듣곤 했다. 특히 팀 소통, 팀 빌딩에는 기존의 다른 검사보다 유용하다는 얘기를 들었다. L&D 담당자로 도구를 갖는 것은 좋은 일이다. MBTI 강사 과정을 들어볼까 생각하고 있던 시점에, 출장 일정과 버크만 진단 교육일정이 비슷해서 지난 1월 한국 출장을 겸해 2일간 버크만 진단 교육을 받고 왔다.
교육을 받았으니 사용해 봐야 한다. 강의 내용을 복습하고 여러 케이스를 스스로 공부하고 있다. 단 한 번의 교육으로 다 이해하고 활용하기에는 역시 무리가 있어 책을 구해 읽고 또 계속 강의내용을 되짚어 보고 있다. 주변인의 실제 진단지를 받아보고 교재와 책을 뒤척여 가며 해석과 이해를 위해 노력해 본다.
버크만 맵의 기본 틀, 네 가지 색은 DISC나 Insight color와 비슷하다. 하지만 교육을 받으며 가장 이해가 가지 않았던 부분이 흥미와 평소행동, 욕구를 다르게 맵핑하는 것이었다. 어떻게 행동이 욕구에서 분리되어 다르게 나타나나? 흥미는 왜 동떨어져서 나타나나? 이게 어떻게 논리적으로 연결이 되고 해석해야 하는지 난감했다. 책에서는 버크만의 기본적인 전제를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타인을 편안하게 하고, 자신감 있게 하고, 그들이 가진 능력을 최대한 발휘하도록 돕기 위해서는 '내가 대우받기 원하는 대로 남을 대하라'는 철학은 버크만의 핵심입니다. 이 말은 매우 논리적으로 들리지만, 사실 우리의 본능을 거스릅니다. 본능은 우리가 삶의 방대한 경험을 통해 내린 결론이 정상적이고 옳으며, 우리가 필요한 것이 타인도 필요한 것이며, 우리를 성공으로 이끈 것이 타인도 성공으로 이끌 것이며, 우리가 대우받기 바라는 대로 타인도 대우받기 바랄 것이라고 말합니다. 결국은 황금률입니다. 하지만 인간은 복잡합니다. 사람들은 우리가 선호하는 것과는 반대 방식으로 행동할 뿐만 아니라 그들 자신의 스타일과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행동하기도 합니다. 이것이 우리의 밖으로 나타나는 행동이 항상 우리 내면의 욕구를 반영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니다. 많은 경우 우리의 행동은 오래전, 직장에서 또는 다른 사회적 압력이 요구하는 기준에 의해서 형성됩니다."
"당신의 흥미가 있는 영역(color)은 당신의 평소행동이 있는 영역(color)과 다를 수 있으며, 그 영역(color)은 당신이 일하기 원하고 충전되기 원하는 환경의 색과 또 다를 수 있습니다. 이 말이 처음에는 혼란스럽게 들릴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성격이란 복잡합니다. 당신에게 단순한 라벨을 붙이거나 어떤 한 가지 스타일로 고정하는 진단이 있다면 그것은 당신을 얕잡아 보는 것입니다. 누가 인간의 행동이 일차원적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까?"
(The Birkman Method, Sharon Birkman Fink, Stephanie Capparell, 2013)
DISC에서는 욕구와 행동이 일치한다. 통제의 욕구가 있는 경우 주도하고 지시하는 행동을 보이고 명료한 결과 좋아한다. 하지만 버크만에서는 결단력 있고 가시적인 결과물을 내는 행동을 보이는 사람도 속으로는 시간과 정보를 가지고 어느 정도 생각할 수 있는 여유를 가지기를 원할 수도 있다. 처음 배운 것이 무섭다고, 이 부분이 이해가 가지 않았었다. 이와 같이 그 전제가 다르다. 이 다른 점이 버크만의 장점이다.
새해 인사를 하러 동료 직원 S가 쿠키를 들고 왔다가 책상 위에 널브러져 있는 버크만 진단지와 교재들을 봤다.
"이게 뭐야?"
"아, 버크만 진단이라고 성격 테스트 하는 건데 한국에서 배워왔어. 공부하고 있어. 너도 해줄까? 공짜로 해줄게, 밥만 사."
"오~ 좋지. 그렇지 않아도......"
그 친구는 마케팅 담당자다. 마침 영업사원들을 대상으로 MBTI 교육을 생각하고 있었다. MBTI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고객의 MBTI 성향을 판단해서 고객 맞춤별 접근 역량을 키우고 싶다고 한다.
"네 가지를 다 판단하는 건 어렵겠지만, E/I, T/F 정도는 판단할 수 있지 않을까? 그 정도라도 해서 접근할 수 있다면 어떨지..."
"나는 DiSC로 그런 교육을 했었어. 효과는 딱히 알 수 없었지만......"
DISC는 단순하고 쉽다. 그래서 고객의 성향을 DISC로 판별하기에 그리 어렵지 않다. 사실 이해와 적용이 쉽기 때문에 널리 사용되었다고 생각한다. 다만, 4가지의 단순한 유형을 적용하는 만큼 '정말 그런가?'라는 의문이 많이 제기되는 아쉬운 점도 있는 게 사실이었다.
"그런 교육을 할 때에는, 두 가지를 생각해야 해. 첫째, 시작은 언제나 자기 이해야. 나와 고객의 성격, 스타일이 얼마나 다른지를 먼저 알아야 해. 어느 누구도 자기르 무시하고 고객의 유형에 100% 다 맞춰줄 수는 없어. 두 번째, 고객의 유형을 내가 정확하게 판단할 수 있는지를 고려해야 한다는 것. 그런데 사실 이 두 번째 부분이 어려워. 어떻게 드러나는 부분만 보고 다 알 수 있겠어. 자기 이해에는 어떤 툴을 사용해도 관계없을 것 같아. 하지만 고객에 적용할 때에는 판별의 어려움을 고려할 때, 가장 간단한 DISC를 참고해서 현장에서 맞춰나가도록 하는 게 현실적일 것 같아."
S는 고맙다며, 생각해 보겠다고 했다. 본인의 진단은 꼭 해달라는 말과 함께.
각 진단마다 장단점이 있고 적절하게 사용할 수 있는 상황이 다 다르다고 생각한다. 앞서 본 것처럼, DISC는 단순하고 쉬워서 이해하고 적용하기에 빠르다. 다만 욕구와 행동이 다르게 나타나는 경우를 해석할 수는 없다. 버크만은 정밀하다. 그만큼 복잡해서 잘 훈련된 사람의 도움을 통해 활용하는 것이 필요하다. MBTI는 이 두 가지의 중간 정도로 생각한다.
대학 학부 때, 사상체질 강의를 들었었다. 강의를 듣는 동안은 전철에서도, 거리에서도 사람을 보면 머리부터 발끝까지 관찰하며 소양인일까, 태음인일까를 생각해 보던 때가 있었다. 이제는 버크만이다. 아내를 떠올리며 각 영역을 생각해 본다. 동료들을 버크만 맵에 맞추어 본다. 내일은 교회 청년 2명에게 버크만 진단 결과를 설명해 주기로 했다.
S가 자리를 떠날 때 활짝 웃으며 말한다.
"계속 공부하고 있구나. 응원해! 좋은 결과가 있을 거야."
DISC로 노란색, 버크만으로 평소행동 초록색!
각 진단마다 장단점이 있기 마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