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것도 하지 않지만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은 아니야

by 도브리

함께 교육받던 친구들이 모두 취직을 했다. 우는 소리를 하고는 있지만 취업에 성공했다는 뿌듯함이 어쩔 수 없이 묻어나온다. 점점 백수생활이 길어지는 내가 걱정되는지 구인공고 링크를 보내오는 친구도 있고, 따로 약속을 잡아 밥이나 차를 사주는 친구도 있다. 취업한 친구는 내 기색을 살피다 조급하진 않냐고 묻고, 나는 괜찮다가 안괜찮다가 한다고 답한다.


보통은 괜찮지 않다. 몸을 움직이는 시간보다 그렇지 않은 시간이 압도적으로 많기 때문인 것 같다. 집에서 쉰 지 한 달 쯤 되었을 때부터 이불 밖을 나가기가 버거워졌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이불 밖을 나가지 않는 일에 죄책감을 갖게 되었다. 번번이 외출에 실패하고 뒤따르는 자책감을 어루만지려다 그마저도 실패하는 일이 반복되면서 급격히 우울해졌다. 몸과 마음의 균형이 깨지는 순간 우울은 순식감에 몸을 불려오는 모양이었다. 우울에 잠식당하지 않기 위해 몇가지 규칙을 세웠다. 거대하거나 무겁지 않은 것들로.


-첫째, 늦어도 새벽 두 시 이전엔 잘 것. 아침 열 시 이전에 기상하기 위해서다.

-둘째, 하루 세 끼를 챙겨먹을 것. 간단하게 먹더라도 끼니를 거르진 말 것.

-셋째, 되도록 인스턴트 식품을 피할 것. 간편하게 먹고 싶다면 요거트에 뮤즐리를 넣어 먹거나 참깨드레싱을 뿌린 양배추 샐러드를 먹는다.

-넷째, 커피는 하루에 한 잔 정도를 기본으로 두 잔 이상은 먹지 않도록 한다.

-다섯째, 어떤 핑계를 대서라도 하루에 한 번은 바깥 바람을 쐴 것.


효과가 있다. 누워있기보다 앉아있는 시간이 늘었고 외출도 잦아졌다. 여전히 덜컹거리지만 마음이 좀 덜 어지러운 것도 같다. 이 정도 기분상태를 유지하는 데에 만만치않은 정도의 공력이 든다는 사실이 놀랍다. 아무것도 하지 않지만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온 힘을 다해 살아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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