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암의 간, 임파선 전이
아빠의 문자를 받은 건 회사에서 바쁜 오후 시간대를 보내고 있는 때였다. 콘텐츠를 만들어내야 하는데 데드라인은 다가오고 아이디어는 생각이 안 나고 그래서 화장실로 잠깐 간 찰나 확인한 문자였다.
"간과 임파선에 전이됐대요.♥"
그날은 아빠의 정기검진이 있는 날이었다.
올해 초 대장의 절반을 드러내는 수술을 받고, 항암치료도 다 받고, 이제 추척관찰만 남아있는 상태였다.
그런데 추적관찰 시작하자마자 전이라니.
울고 싶었는데 울 힘이 없었다.
내 가족이 다시 아파서 슬펐다기보다 짜증 나고 화가 났다.
아니, 그래 다시 아파야 한다면 그냥 내가 사회에서 좀 자리 잡고 난 다음이었으면 안 됐나.
그게 그렇게 급했나. 난 내 삶만 해도 버거운데 조금만 살 것 같으면 자꾸 날 죽이는 이벤트가 생겨난다.
이번 주 중반에 그 연락을 받아버리는 바람에, 목요일, 금요일을 어떻게 보냈는지 모르겠다.
회사 사람들 앞에서 밝게, 장난치면서, 평소랑 똑같이 행동할 때마다 현타 왔다.
내 개인적으로 안 좋은 일이 생기면 그건 양해를 부탁할 수 있는 게 아닌 커리어에 지장을 끼치는 핸디캡이 됐다. 사회는 그렇게 호락호락하지 않으니까.
아빠는 다음날 정밀검사를 받으러 다시 병원에 갔다.
항암치료를 다시 받는다면 병원이 서울이니 우리 집에 머물겠다고 한다.
난 직장인이고, 내 자취방은 고작 5평짜리인데
간과 임파선에 암 전이된 환자가 지내기에 전혀 적합하지 않는데.
심지어 나랑 언니는 이제 회사원이라 회사를 관두지 않는 이상 아빠를 돌볼 수도 없다.
그리고 누군가를 돌보고 싶은 마음도 없다.
내가 너무 힘든데 어떻게 다른 사람을 챙길 수가 있나.
나는 그렇게 이타적인 사람이 아니다.
오늘 꿈에선 직장 사수들에게 호되게 혼나는 꿈을 꿨다.
이래저래 정신이 사납다.
아직 하지 못한 일들이 밀려있어 그러면 안되는데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