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가 결국에 시한부 판정을 받았다.
엄마가 시한부 판정을 받고 돌아가시고 나서 3년을 넘긴 시점이었다.
아빠는 암이 전이된 후 항암치료를 견디지 못했고, 두어 번 쇼크로 응급실에 갔다. 나는 퇴근길에 연락을 받고 병원까지 갔다가 다음날 출근 때문에 상주 보호자로 있지 못하고 언니에게 바통을 넘겼다. 그렇게 계속 모른 척하고 있었는데, 일요일 저녁 언니에게 전화가 걸려왔다.
"아빠 상태를 업데이트해야 할 것 같아서. 의사는 3개월에서 6개월로 보고 있대."
지난주부터 나는 내 삶을 살고 싶어 작사 학원에 등록하고 첫 수업을 들었다. 거의 90만 원에 가까운 금액을 나를 위해 일시불로 쓴 건 처음이었다. 그런데 아빠 이야기를 듣고 나니, 그냥 학원을 취소해야겠단 생각밖에 안 들었다. 그렇게 애틋하지도, 좋은 아버지도 아니라고 생각했던 아빠가 이제 얼마 남지 않았단다. 그래서 난 또 날 위한 선택을 하나 접었다.
요양병원이든 호스피스 병동이든 병원비가 지금보다 많이 들면 많이 들지 적게 들진 않을 것 같다. 엄마 때와 다른 점이 있다면 이제 언니와 내가 돈을 번다는 사실이다. 그래서 돈 걱정보다 또다시 무너져버릴 내 멘털이 걱정이다. 약을 더 늘려야 하나.
원래도 죽지 못해 사는 듯한 심정을 종종 가져왔는데, 이제 한동안 정말 그럴 것 같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커피를 먹는 탓에 지금 이 글을 쓰는 시점은 새벽 3시가 넘었다. 아마 오늘도 몽롱한 상태로 출근할 것 같다. 택시는 그만 타고 싶은데 역시 돈을 쓰는 만큼 편한 거라 포기하기가 힘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