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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준희 Oct 14. 2019

외국인이 되어보기

[하루에 짧은 글 한 편] 2019년 10월 14일 월요일, 85번째

한국인으로서의 자의식

저는 누군가와 말을 할 때도 심지어는 혼자 생각할 때조차 한국어를 이용합니다. 한국인이 한국어로 말하고 생각하는 게 뭐가 그리 대수로운 일이겠습니까마는, 혹 가다 외국어를 쓰게 되는 순간이 어쩌다 한 번씩은 있지 않습니까. 그런 상황에 처하면 '아, 나는 그야말로 한국인이구나.' 싶을 때가 있습니다.


한국어로 말하는 순간에는 딱히 문법이 정확한지, 표현이 유창한지 따위의 문제를 의식하지 않습니다. 외려 너무 자연스러우니, 이 상황에서 이렇게 말해도 되나? 고민하기도 하지만요. 그래도 한국어를 쓰는 일 자체로 고민을 하지는 않습니다. 숨 쉬듯이 자연스러운 일이니까요.


외국어로 말하려고 하면 상황이 달라집니다. 괜히 저어하게 되지요. 문법이 틀리지는 않았나? 좀 더 확실히 표현할 단어나 표현이 없나? 그나마 자신 있는 편인 영어조차 마땅한 표현이 떠오르지 않아서 입을 떼기가 망설여집니다. 한국인이 한국어가 자연스러운 게 잘못은 아니지만, 괜히 아쉬운 순간이지요.


언어라는 세계

요즘은 말을 익힐 즈음부터 외국어를 배운다고 하지요. 저만 해도 공교육을 12년 동안 받아오면서 영어를 비롯한 제2외국어를 익혀왔으니. 그런데 딱히 '언어'를 배웠다는 생각이 들지는 않습니다. 그보다는 문제를 푸는 방식을 학습해왔다는 쪽에 가깝습니다. 공교육 탓만을 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관심도 없었으니, 원.


언어가 세계를 바라보는 방식이라면, 다른 언어를 배운다는 건 또 다른 세계를 볼 수 있다는 거겠지요. 물론 인간은 대부분 비슷하니, 유사한 측면도 있겠지만 언어마다 미묘하고 독특한 차이를 가지고 있지 않습니까. 한국어에는 없는 발음이나 표현, 문법이 있다는 것만 봐도 알 수 있습니다.


외국어를 모르더라도 상관은 없습니다. 한국인이 한국에서 한국어만 쓰면서 평생을 살더라도 그다지 나쁜 일도 아니며, 딱히 불편한 일도 없을 겁니다. 취업을 할 때 당연하다는 듯이 외국어 활용 능력을 요구하니, 한국어만 쓰는 건 오히려 불가능할지도 모르겠군요.


외국인-되기

하여간 일부러라도 외국어를 써보는 건 꽤 재미있는 일입니다. '한국인'이던 '나'와 거리를 두고 '외국인'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거지요. 물론 외국어가 익숙하신 분들은 꿈을 꾸는 순간에도 외국어를 쓰신다는데 그쯤 되면 한국인인 나와 외국인인 나가 아주 자연스레 공존하는 상황 아니려나요?


2개 국어를 무리없이 소화하는 수준에 도달하는 일 자체가 어렵긴 합니다만, 굳이 그렇게까지 되지 않아도 다른 언어로 생각해보고 말해보는 정도는 가능할 겁니다. 잘하고 싶다는 욕심을 조금만 버리면 되니까요. 혼자서는 힘드니 친구와 함께 하거나 모임을 찾아보는 일도 좋은 일이겠지요.


말만 꺼낼 게 아니라 저도 외국어를 뭐라도 배워서 말로 꺼내보고 싶어지는 날입니다. 실천은 간단하지만 막상 행동으로 옮기기까지가 어려우니 마음을 좀 가볍게 먹어야겠군요. Thanks you for reading this article. and See you next time 입니다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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