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에 짧은 글 한 편] 2019년 10월 12일 토요일, 83번째
인생은 변수의 연속입니다. 오늘 하루만 하더라도 이 늦은 시간에 글을 쓰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죠. 어제도 묘하게 피곤하더라니만. 오늘도 늦게 일어나서 정오를 넘겨 하루를 시작해서 겨우 운동을 다녀오고, 친구와 늦은 점심을 먹은 후 곧장 학교 선배와 커피 한 잔 하고 연이어 또 다른 선배를 만나니 벌써 이 시간입니다.
이렇게 바쁜 하루가 될 거라고는 예상도 못했던지라, 모든 일이 끝나고 비로소 혼자가 되어 한숨을 돌리니 시계는 어느덧 새벽 2시를 가리키고 있습니다. 예기치 않은 우연의 연속은 당황스럽기도 하고, 놀라울 만큼 삶을 풍요롭게 만들기도 하는 것 같습니다.
정신없는 하루였습니다. 돌아보면 계획하고 의도한 그대로 흘러간 일은 별로 없습니다. 어쩌다 보니 흐름에 올라탔고 그대로 몸을 맡겨 급류 속에 머무르다 겨우겨우 헤치고 나와 숨을 돌리는 느낌? 가까스로 내 삶의 통제력이 돌아왔다는 느낌이 듭니다.
하루를 마무리하는 시점에서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나는 삶의 모든 순간을 통제해야만 한다고 믿고 있구나. 그러나 뜻대로 되지 않았던 때가 더 많았습니다. 그리고 모든 걸 통제한다고 반드시 바람직하다고 할 수도 없습니다. 인생의 즐거움은 뜻하지 않은 사건에서 비롯되기도 하니까요.
일상뿐 아니라 여행만 해도 그렇습니다. 제아무리 계획을 완벽하게 짜더라도 언제나 상상도 하지 못하는 일이 일어납니다. 너무 당황스러워서 여행을 제대로 즐기지 못하는 순간도 있지만, 때로는 그 덕택에 뜻하지 않은 경험을 하기도 합니다. 그런 경험이 비로소 여행을 완성하는지도 모릅니다.
물론 그런 우연을 마주하는 그 순간에는, 그다지 기쁘지만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저라면 굉장히 당황할 것 같기도 하군요. 그건 내 계획에는 없었어! 나의 통제를 벗어나버렸기 때문에 그다지 기꺼워할 수만은 없을 듯합니다. 그러나 어떻게 모든 걸 '나'의 통제 안에 두겠습니까. 과한 욕심인 거죠.
결국에는 통제할 수 있는 것까지는 통제하되, 우연이 들어올 공간을 내어두어야하는 것 같습니다. 그래야 좀 더 여유있게 내 삶에 사고처럼 생겨나는 것들에 오해 없이 다가갈 수 있지 않나 싶습니다. 여러분의 오늘 하루는 어떠셨나요. 예상대로의 하루였나요?
저는 의도하지 않았던 일들에 좀 더 열려있고 싶습니다. 그래서 우연에 대해 좋고 나쁨을 떠나서 그 자체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보고 싶습니다. 기왕이면 좋은 일이 더 좋겠지만요 :) 여러분의 오늘도 예상을 벗어난 일이 있었더라도 즐거우셨기를 바랍니다. 다음 글에서 뵙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