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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이 Aug 12. 2022

친구보다 동네친구가 좋은 점

 휴직 후 편히 만날 수 있는 동네친구를 사귀겠다고 마음먹은 지 한 달, 아파트 내 커피 시음회를 통해 두 명의 언니를 만나게 되었다. 사회에 나오면 위아래 열 살은 다 친구라고 했던가. 우리 세명은 친구 하기로 하고 바로 다다음날 모여서 카페에 가기로 했다.


 그런데 약속 당일 유래 없는 폭우가 쏟아졌다. 전날 저녁 강남에 갔던 남편은 아수라장이 된 도로에 갇혀서 4시간 반 만에 집에 도착했고 폭우는 약속 날 아침까지 계속됐다. 카페에 가기 힘들 것 같아 한 언니가 약속을 미루는 것이 어떤지 조심스럽게 물어왔다.


 나는 느슨한 관계의 속성을 잘 알고 있다. 이런 관계는 초반에 잘 잡아주지 않으면 점점 더 느슨해지다가 사라져 버린다. 초반에 주기적으로 만나면서 서로를 탐색하고 공감대를 쌓아나가야 돈독해지기 마련이다. 그래서 약속을 미루는 게 꺼려졌고, 만날 궁리를 하다가 우리 집에서 모이자는 제안을 했다.


 동네친구가 좋은 것은 언제든 네 집, 우리 집 편하게 오고 갈 수 있다는 게 아닐까? 우리 집이 언니들 아파트 바로 옆 동이어서 지하주차장을 통해 이동하면 비 한 방울 맞지 않고 모일 수 있었다. 다들 흔쾌히 수락하자 나는 분주해졌다.


 걸레로 바닥을 훔치고, 행주로 상을 닦고, 소품들을 재배치했다. 처음 동네친구에게 우리 집을 보여주는 거여서 신경이 많이 쓰였다. 이런 내 모습을 보고 남편은 동네친구들을 날마다 집으로 초대해도 좋다고 한다. 


 마음이 급한 나는 집에 대접할 만한 게 뭐가 있는지 빠르게 스캔했다. 다행히 엄마가 준 레몬이 있었다. 레몬즙을 서 꿀을 섞고 탄산수를 타서 레모네이드로 몇 차례 만들어 먹었다. 손님에게 대접하기 손색없는 음료다. 여기에 몇 종류의 차와 캡슐커피, 쿠키를 꺼내놨다.




 약속 당일 오전 10시 반에 두 언니가 벨을 눌렀다. 언니들 손에는 쇼핑백이 들려있었다. 별건 아니고 같이 먹을만한 걸 집에서 챙겨 왔다고 한다. 별다른 고민 없이 집에서 먹는 걸 가져와 함께 나누는 것도 동네친구만의 장점이 아닐까. 한 언니는 백종원의 바나나치즈만두(?)를 만들어 가져왔고, 한 언니는 음료와 사과를 가져왔다. 우리는 주전부리를 펼쳐놓고 본격적으로 수다를 시작했다.



 각자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 요즘 고민거리는 무엇인지, 밥은 뭐해먹고 사는지 등등. 우리의 이야기는 끊이지 않았다. 두 언니는 중고등학교 아이들이 있어서 교육에 관심이 많았다. 요즘에 고교학점제를 도입해서 시행하는 곳도 있는데 그로 인한 장점과 문제점에 대해 술술 풀어나갔다.


 친구들과 만나서 하지 못하는 분야의 이야기들이라 참신했고 재미있게 들렸다. 그리고 가끔 만나는 친구들과는 다른 주제에 밀려 하지 못했던 이야기들, 먹고사는 소소한 이야기를 했다.


 점심도 안 먹고 세 시간이 훌쩍 지났는데 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 이야기하다가, 한 언니의 아이에게서 온 전화에 자리에서 일어나 다음 약속을 기약하며 아쉬운 만남을 끝냈다.


 가까운 이웃이 먼 사촌보다 낫다고 했던가. 멀리사는 사촌은 1년에 한 번 만나기도 힘들지만 동네친구는 일주일에 몇 번을 봐도 부담스럽지 않다. 동네친구를 사귀기까지는 힘들지만 사귀기만 하면 언제든 편하게 만날 수 있고 음식도 나눠먹을 수 있고 친구들과 하지 못했던 소소한 일상 이야기도 할 수 있다. 


 요즘에는 주변 지인들한테도 '동네친구 만들기'에 도전하라고 격려하고 있다. 동네친구의 좋은 점을 여러 사람과 공유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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