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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시봄 Nov 05. 2024

끝이 어딘지 알 수 없어 이대로 멈출 수가 없다

진짜 한계를 찾아라!

누구에게나 한계를 경험하는 순간이 온다.

인정하고 싶지 않지만 ‘나’라는 사람이 할 수 있는 끝을 보게 되는 경우 말이다.


더 이상은 안 되겠어!


끝인지 확실히 알 수는 없지만 끝일 거라고 여겨지는 그 순간이 진짜 시작이라면 그만둘 수 있을까?




한계가 어딘지 정말 알 수 없는 걸까?


드라마 <정년이>에는 한계를 경험하는 여러 인물이 나온다. 그들은 하나같이 자신의 한계가 어디까지인지 모르고 있다.


엄마에게 물려받은 좋은 소리를 가졌음에도 끊임없이 노력하는 천재 소리꾼 정년이는 자기 능력의 한계치를 모르기에 미친 듯이 전진한다. 국극 스타 문옥경은 정년이에게는 한계가 없다며 지지하고 응원하면서 옥경 자신은 한계점에 다다랐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다른 사람들이 보기에 그녀는 여전히 최고를 유지할 만큼 실력이 뛰어나다. 노력파 영서는 주란이를 만나면 끝을 모르고 실력이 상승하다가도 천재 정년이 앞에서는 주눅이 들어 실력 발휘를 못한다. 정년이조차도 안정적인 영서의 능력을 보고 자신의 타고난 목소리가 불안정하다고 의심하는 걸 보면, 서로가 서로에게 득이 되기도 하고 실이 되기도 한다.


잘하는 것 같다가도 갑자기 나락으로 떨어지고, 나락으로 떨어지는가 싶으면 훌쩍 성장하기도 한다.


어떤 상대를 만나는지, 어떤 상황에 놓이는지에 따라 한계점이 왔다 갔다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계속 정진한다.



엘리베이터 대신 계단으로 아파트 9층까지 오른 지 한 달이 넘었다. 한 달이 넘었는데도 7층까지 올라가면 남은 2개 층을 오르는 게 그렇게 힘들 수가 없었다.


‘7층까지는 올라갈 만 한데 왜 남은 2층은 계속 힘들기만 할까?’


그래서 며칠 전에 11층을 목표로 계단을 올랐는데 놀라운 결과를 얻었다. 9층까지는 올라갈 만 한데 남은 2층에서 숨을 헐떡였다. 그렇게 힘들었던 2개 층의 끝인 9층이 시작점이 된 것이다!!


9층이 끝인 시작과 11층이 끝인 시작은 끝이 다르기에 힘들어지는 한계점이 달랐다. 목표점을 어디로 잡느냐에 따라 뇌를 속이는 게 가능한 것이다. 11층까지 갈 거라고 뇌를 속이면 9층까지 무난하게 올라갈 수가 있다.


그렇다 해도 사실 뇌를 속이는 것만큼 어려운 일이 없다. 한번 힘들고 불편한 일이라고 생각되면 자꾸만 피하게 된다. 뇌는 내 몸이 힘든 걸 하지 않게 하려고 계속해서 ‘적당히 해, 적당히!‘라고 나를 멈추게 한다. 어쩌면 나는 그보다 2배, 3배, 아니 10배를 더 할 수 있을지도 모르는데 말이다.



매일 글을 쓰면 필력이 느는 것 같아 글 쓰는 데 재미가 붙다가도 글을 계속 써야 하나 말아야 하나 갈등하는 날이 가끔 온다.


글 쓰는 걸 가장 멈추고 싶은 힘든 순간은 내 글의 상태가 어떤지 ‘알 수 없을’ 때다.


언제나 잘한다 잘 쓴다 칭찬만 받을 순 없겠지만 내가 쓴 글이 어떤지 객관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잣대가 없으니 가장 확실한 기준인 읽는 이들의 피드백에 의존하게 된다. 필요한 자료조사를 하고 책을 읽으며 영감을 받아 밤을 새워서 글을 썼지만 그 글이 어떤 걸 말하고 있는지, 사람들의 관심을 끌 수나 있을지, 쓰레기로 버려질지 알 수 없을 때 한계를 경험한다.


이게 내 끝인가?


되지도 않을 걸 붙잡고 평생 스스로를 괴롭히다가 더 나았을지도 모를 삶을 뒤로하고 다음 생을 기약하게 되는 건 아닌지. 지금이라도 끝인 걸 인정하고 깔끔하게 물러나야 하는 건 아닌지.


하지만 지금이 9층이고 2층만 더 오르면 되는 그 때라면? 천재 소리꾼 정년이도 끝을 몰라 끊임없이 노력하는데 평범한 나는 더 꾸준해야 하지 않을까?




어느 누구도 한계를 모른다고 생각하면 조금은 안심이 되기도 한다.


누구나 그렇겠지?

끝을 알 수 없으니 멈출 수 없는 거겠지?


계단을 오르든 글을 쓰든 소리를 하든 그게 어떤 일이든 적당한 선에서 멈추지 않고 계속한다면 한계점은 점점 올라가게 되지 않을까? 어차피 한계가 어딘지는 아무도 모르니까!


‘진짜 끝’은 ‘시작’일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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