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의 Why?
누구나 전성기라 할 만한 시기가 있었을 것이다.
가장 젊고 예뻤든
가장 돈이 많았든
가장 일이 술술 풀렸든
혹은 누군가를 만나 가장 빛났던 그때.
당신은 지금까지 살아온 삶에서 가장 빛났던 순간이 있는가?
아직 그날을 기다리고 있는가?
아니면 지나간 그때를 곱씹으며 추억에 젖어 있는가?
나이가 한 살 한 살 늘어가고 앞자리 숫자가 바뀔 때마다 내 인생의 전성기는 지나갔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꿈도 희미해지고 몸도 느려지고 하고 싶거나 해야 할 일도 점점 줄어들고 미루게 된다. 이런 걸 노화라고 한다면 웬만큼 큰 결심이나 각성할만한 사건이 있지 않으면 노화의 길로 들어서는 걸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게 된다. 지금보다 더 나아지기보다 지금 가진 걸 지키는 데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을 할애한다.
마지막 연인과의 연애 시절이다. 그 사람은 그동안 내가 만났던 다른 남자들과 달리 여자친구인 나를 가장 존중해 주고 인정해 준 사람이었다. 무엇을 하든 잘 해낼 수 있을 거라는 격려와 따뜻한 응원의 말이 능숙하고 익숙한 사람이었다. 뭘 해도 제대로 되는 게 없었던 나는 그에게 인정받으며 훨훨 날아다녔다.
아주 사소한 말이나 행동도 칭찬하고
머리가 부스스해도 예쁘다고 말해주고
글을 쓰는 직업을 가진 나를 멋있다고 추켜 세우고
잘 다니던 직장을 때려치워도 잠시 쉬어가라고 위로해 주고
그가 해외로 발령받아 떨어져 지내는 동안에도 매일 영상통화를 하며 나를 안심시키고
가족에게도 나처럼 멋진 여자를 본 적이 없다며 팔불출처럼 굴었다.
그의 모든 것이 나를 향해 있었고 나를 성장시킨다는 느낌을 듬뿍 받으며 사랑을 키워갔다.
내 인생에 가장 빛나던 순간이었다.
그랬던 그가 지난 말과 행동이 무색해지도록 싸늘하게 돌아선 후 그와의 이별은 내게 크나큰 ’사건‘이었고 내 인생을 통째로 바꿔놨다. 나를 인정해 주고 아껴주는 남자와 한 가정을 꾸리고 평범하게 살아가길 소망했던 꿈은 그때부터 내게서 멀어졌고, ‘누구의 나’보다는 ‘나다운 나’로 살아야겠다고 각성한 결정적인 사건!
그 사건이 당장의 삶을 드라마틱하게 변화시키진 않았지만 적어도 사고와 가치관은 드라마틱하게 달라졌다. 어쩌면 지금처럼 살기 위해 그와 헤어졌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나다운 삶을 살기 위해!
그렇게 보면 내 인생에서 가장 빛났던 순간은 그와 만났던 때도, 그와 헤어졌을 때도, 내가 각성한 순간도 아닌 지금의 내가 아닐까 싶다.
느리긴 하지만 여전히 꿈을 향해 달리고 있고
나다운 삶을 살기 위해 매일 나를 다듬고 있고
일이 잘 풀리지 않아도 스스로를 일으킬 힘이 있으니까!
누군가를 다시 만나 사랑하게 된다 해도 그 사람만큼 나를 인정해 주고 아껴줄 사람이 있을까? 그러고 보면 그에게 받은 사랑이 나를 키웠고 그 힘으로 그와의 이별을 견뎠고 지금까지 살아왔던 것 같다. 헤어진 지 10년도 더 됐는데 그에게 새삼 감사하게 된다.
나를 그 어느 때보다 빛나게 해 줬고
여전히 빛나는 삶을 살게 만들어줬으니까!
어쩌면 10년 전의 나처럼
특별한 사랑을 키워가며 앞으로 나아가는 삶을 살아가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
가까운 사람과의 이별로 아파하고 쓰러져 있는 사람
하는 일마다 승승장구하거나 그 반대인 사람
어떤 계기로 인해 새로운 삶을 살고 있는 사람
어떤 상황에 놓여 어떤 마음으로 살아가고 있더라도 어쩌면 지금이 가장 빛나는 순간일 수 있다.
모든 걸 견뎌내고 있는 힘든 순간이더라도 분명 시간이 지나면 다시 지금의 내가 되기 위한 그보다 더 빛날 수 없는 순간이었다는 걸 알게 될지도 모른다.
꼬부랑 할머니 할아버지가 되어 있더라도, 아파서 신음하고 있더라도, 되는 일이 하나도 없이 나락으로 떨어지고 있더라도, 지금을 견디면 견뎌낸 당신이 보석처럼 빛날 거라고.
모두가 같을 순 없지만 누구나 빛나는 순간을 같게 정의할 수 있다면 지금이 바로 그 때라고 말해주고 싶다.
당신의 가장 빛나는 순간은 지금이라고!
[지금 연재 중입니다]
월 : 어른의 Why?
화 : 일주일에 한번 부모님과 여행갑니다
수 : 어른의 Why?
목 : 영화보다 드라마틱한 사ㄹㅁ
금 : 글이 주는 위로-글쓰기 예찬
토 : 어른의 Why?